"코딩 해보겠습니까" 검색창에 특정 키워드 입력한 인재에 입사 제의

입력 2016.09.24 03:05

[Business Life] 채용 전략 바꾸는 글로벌 기업들

경기 불황에도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채용 전문 기업 이그제큐그룹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70%가 올해 인력 확충 계획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대학고용주협회는 올해 기업들의 채용 숫자가 작년보다 11%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최근 '유능한 인재를 차지하기 위한 채용 전략' 보고서에서 "경영자들은 뛰어난 인재들을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며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려면 혁신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수 기업이 규모와 업종, 국적과 상관없이 채용 전략을 바꾸고 있다.

Getty Images 이매진스
Getty Images 이매진스
구글: 검색어와 코딩 테스트로 실력 검증

구글은 검색창에 특정 키워드를 입력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문제를 내고 이를 풀면 채용한다. 수십억개 검색어를 바탕으로 구글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직접 찾는 것이다. 구글의 엔지니어 맥스 로제트는 자신의 블로그에 입사 과정을 올렸다. 그는 구글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검색하다가 '당신은 우리의 언어를 할 줄 아는군요. 도전해 보겠습니까?(You're speaking our language. Up for a challenge?)'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로제트는 도전을 선택했고, 구글푸바(google.com/foobar) 페이지로 초대받아 코딩(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 과제를 수행했다. 한 건당 48시간 내에 끝내야 하는 과제를 2주간 총 여섯 번 완성한 후 그는 구글 채용팀 연락을 받았다. 라즐로 복 구글 인사 담당 수석 부사장은 "입사 면접의 대부분은 시간 낭비"라며 "채용 대상자가 어떤 문제 상황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버도 구글과 유사한 전략을 쓰고 있다. 우버는 우버 앱 사용자 가운데 적합한 대상을 찾아 코딩 과제를 메시지로 보낸다. 사용자가 한 건당 1분 이내에 해결해야 하는 코딩 과제 3건을 완수하면 채용 절차를 시작한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가상의 신입 사원을 주인공으로 한 동영상 ‘오언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를 제작했다. 안경을 쓴 20대 중반의 젊은이가 오언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가상의 신입 사원을 주인공으로 한 동영상 ‘오언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를 제작했다. 안경을 쓴 20대 중반의 젊은이가 오언이다. / GE 제공
GE: 신세대 채용 위해 기업 이미지 변신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제너럴일렉트릭(GE)은 전형적인 제조 기업이었지만, 최근 '디지털 기업'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GE는 디지털 산업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태어난 신세대)에 우수한 기술 개발자가 많은 점에 주목, 이런 인재들이 GE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머'를 활용한 동영상을 제작했다. 동영상의 주인공은 GE에 입사한 가상의 신입 사원 오언이다. '오언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What′s the matter with Owen?)'라는 제목의 동영상에는 오언이 GE에 소프트웨어 기술자로 취업했지만 정작 주변 사람들은 오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 빚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오언이 GE에서 일하게 됐다고 부모님께 말하자, 오언의 아버지는 꼭 필요할 것이라며 할아버지의 유품인 커다란 망치를 건넨다. 취업 후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동물들한테 과일 모자를 씌워주는 게임'처럼 실생활과 관련이 없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친구가 관심을 받자 이를 질투하는 오언의 모습도 보여준다. GE가 제작한 '오언' 시리즈 동영상은 지난해 미국의 인기 코미디언 스티븐 콜버트가 진행하는 '레이트 쇼'에서 처음 공개된 후 현재까지 유튜브에서 8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수전 피터스 GE 인재 담당 수석 부사장은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윗세대는 새로운 의사소통 방법을 의식적으로 노력해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즐로 복 구글 인사 담당 부사장(왼쪽 사진). 수전 피터스 GE 인재 담당 부사장.
라즐로 복 구글 인사 담당 부사장(왼쪽 사진). 수전 피터스 GE 인재 담당 부사장.
스냅챗: 경쟁사 인재 끌어오는 '미끼' 전략

미국의 모바일 메신저 기업 '스냅챗(Snapchat)'은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작년부터 자사의 '지오필터(Geofilter)'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지오필터란 스냅챗 사용자가 사진을 찍을 때 현재 장소에 어울리는 카메라 필터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스냅챗은 사용자가 있는 장소에 따라 적합한 이미지 필터와 함께 스냅챗의 구인 사이트를 포함한 메시지를 보낸다. 특히 지오필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우버나 트위터의 인력을 끌어오는 역할도 한다. 트위터의 기술자가 스냅챗을 사용하다 '더 높이 올라가세요'라는 메시지를 보고 스냅챗으로 이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수한 엔지니어를 차지하기 위한 IT 기업의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 IT 기업 전문 헤드헌터인 잭 쿠일리아는 "모바일과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엔지니어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전문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 숫자는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록스: 빅데이터로 오래 일할 인재 발굴

많은 기업이 인재 발굴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과거 지원자들이 제출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입사 후 달성한 성과와 경력 등을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향후 좋은 성과를 낼 만한 인재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제록스는 콜센터에 장기 근무한 직원들의 상세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후 콜센터 신규 직원을 선발할 때 이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인력 수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적재적소에 직원을 채용하려는 기업에도 유용하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영국 지사 인력분석팀은 한 소매업체가 단기간에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을 지원했다. 소매업체의 경쟁사가 파산하자 그 직원들을 대규모로 포섭해 소매업체가 채용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PwC는 경쟁사 직원들의 정보를 분석해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소매업체 지점에 필요한 인력을 제공했다. 그 결과 해당 소매업체는 4주 만에 700명을 고용했다.

병원: 의사용 SNS 통해 채용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거주하던 가정의학과 의사 모시 우사디는 야간 근무 일자리를 찾다가 주변 의사들의 추천으로 의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독시미티(Doximity)에 가입했다. 우사디의 고향에 있는 한 병원은 독시미티에 올라와 있는 우사디의 경력과 희망 연봉을 확인한 후 그에게 관심을 보였고, 결국 그는 고향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에 따르면 기업 중 84%가 채용 과정에서 SNS를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페이스북, 링크트인, 트위터처럼 유명 SNS에서는 사용자가 너무 많아 능력 있는 구직자를 분별해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 결과 병원처럼 전문직을 채용하는 기관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로 활동하는 SNS와 홈페이지를 활용한다. 미국 의사들의 60%가 가입한 '독시미티', 전문 프로그래머들을 위한 질의응답 사이트 '스택 오버플로(Stack Overflow)', 젊은 여성들이 즐겨 찾는 '레보(Levo)'와 '더 뮤즈(The Muse)' 등이 그 예다. 독시미티의 경우 의사들이 비밀리에 전공 분야 관심사를 얘기하는 것은 물론 실시간으로 일자리 현황과 연봉, 근무 조건까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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