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경제' 세계 무역에도 영향 줄 것

    • 아데어 터너 전 영국 금융감독청장

입력 2016.09.24 03:05

저가의 대규모 도심용 태양전지판처럼
인구 밀도 높은 신흥국들 신기술 필요

아데어 터너
아데어 터너 전 영국 금융감독청장
올여름 칠레 전력 경매 시장에서 1㎾h(킬로와트시)당 풍력·태양광 에너지 가격은 각각 4센트와 3센트로 최종 낙찰됐다. 화석연료와 비교해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이는 최근 6년간 재생에너지 단가가 꾸준히 하락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태양광은 70%, 풍력은 30% 하락했다. 이 가격들의 하락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해가 온종일 떠 있지 않고,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지 않는 것은 더 이상 문젯거리가 아니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비용이 점점 저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전체를 놓고 보면 발전소 부지도 충분하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광 에너지는 오늘날 인류가 소비하는 전력량의 5000배가 넘는다. 유엔(UN)에 따르면, 현재 72억명인 전 세계 인구는 2100년이 되면 110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선진국 수준 생활을 하게 된다면 전력 수요는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다.

현재 태양광 에너지의 변환 효율은 20%에 불과하다. 그렇다 해도 지구 전체에서 0.5~1% 정도 땅만 있으면 전 세계 전력을 책임질 수 있다.

하지만 개별 국가를 놓고 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인구 밀도 차이 때문이다. 칠레의 인구 밀도는 1㎢당 24명, 미국은 35명이다. 하지만 인도는 현재 441명인데, 2050년이 되면 57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방글라데시에는 이미 1㎢당 1200명이 산다.

농·축산 산업은 풍력발전소 부지 개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터빈들 사이로도 작물은 자란다. 동물들은 터빈들 사이에 자라는 풀을 뜯어 먹으면 된다.

하지만 사람의 삶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들이 전력을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지 개발도 어렵고, 땅값도 비싸다. 1㎢당 517명이 사는 한국이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풍력으로 해결하려면, 국토 전체를 풍력발전소로 만들어야 한다.

인구 밀도가 높은 개발도상국들은 발전소를 지을 때 더 큰 문제에 직면한다. 토지 개발을 놓고 벌어지는 지역 분쟁이다.

실제로 인도는 대규모 공장 건설 계획이 지역에서 발생한 폭동으로 몇 차례 무산된 적이 있다. 발전소를 지을 땅을 고르는 것도 문제다. 인도는 라자스탄 사막 같은 일부 지역은 몰라도 다른 도심 지역은 발전소 건설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건물 지붕 등에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으나, 이는 토지를 이용하는 것보다 단가가 비싸다.

재생에너지 사업의 격차는 세계 무역에도 중요한 문제로 작용한다. 최근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 등을 통해 에너지 집약적인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있다. 생산 기술의 자동화로 사람들은 더 이상 인건비에 연연하지 않게 됐다.

만약 미국이 저가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면, 높은 인건비와 전기료 등으로 해외로 갔던 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신흥국들의 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의 극적인 발전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들이 주는 혜택은 인구 밀도가 낮고 돈이 많은 선진국에 제한돼 있다. 이런 조건들을 타고나지 못한 인구 밀도 높은 신흥국들이 성공적인 저탄소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저가의 도심용 태양전지판처럼 소득을 증가시키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과 정책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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