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경영자 꾸준히 배출·선구자 정신·장인 정신, 50년 이상 장수 기업들의 3가지 공통점

입력 2016.09.24 03:05

위클리비즈가 10년간 인터뷰한 55개 장수 기업 분석

경영학자들은 기업을 생명체에 비유한다. 태어나 성장하다가 어느 순간 성장이 정체되고 늙어서 죽는 것이 생명체의 운명이다. 한 나라도 개국 후 300년을 넘기기 어렵다. 하물며 기업은 어떨까? 리처드 포스터 예일대 경영학과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속한 대기업 평균 수명은 고작 15년에 불과했다. 회사가 성장하는 전략은 제각각이지만, 50년 넘게 오랫동안 생존한 기업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위클리비즈가 지난 2006년부터 10년 동안 인터뷰한 장수(長壽) 기업 55곳을 분석한 결과 알파벳 P로 시작하는 세 가지 공통분모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는 사람(people)이다. 장수 기업은 결코 단 한 영웅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철저한 검증을 거쳐 훌륭한 경영자를 꾸준히 배출해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둘째는 선구자(pioneer) 정신이다. 기업이 스스로 시장 변화에 발맞춰 핵심 역량을 바꿔나가는 것이다. 셋째는 장인 정신(professionalism)이다. 끊임없이 혁신을 찾는 와중에도 전통과 원칙을 지킨다.

위클리비즈
People: 철저한 검증으로 자격 갖춘 경영진 선임

빌 메리어트(Marriott) 미국 메리어트인터내셔널(1927년 설립) 회장(2015년 2월 7일자)

"첫째, 둘째, 셋째가 모두 사람에 대한 것이다. 늘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들을 고용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어 성공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왔다. 리츠칼튼호텔 총지배인은 25년 전 도어맨으로 시작해서 지금 위치까지 올라왔다."

리만탓(李文達) 홍콩 이금기유한공사(1888년 설립) 명예회장(2013년 4월 13일자)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해선 이혼을 하거나 바람을 피워선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가족위원회 위원 자격을 박탈한다. 회사 역시 하나의 큰 가족이기 때문에 아버지인 최고경영자가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잘 돌아간다."

마르쿠스 발렌베리(Wallenberg) 스웨덴 발렌베리그룹(1856년 설립) 회장(2010년 11월 13일자)

"세대마다 사업에 관심이 있고, 또 열정적으로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후손이 있었다. 선대(先代)가 사업을 확장하고 발전시켜 나가면서 핵심 경영진과 이사회 멤버를 잘 찾아냈다. 그들은 결코 독단적으로 일하지 않았다."

Pioneer: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

유시 필카넨(Pylkkänen) 영국 크리스티(1766년 설립) 최고경영자(2016년 6월 18일자)

"크리스티는 와인 경매도 최초로 실시했다. 경쟁자를 경매 업체가 아닌 와인 거래상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다각화할 수 있던 것이다. 경쟁자를 다시 설정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는 크리스티의 전략은 시간을 초월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카리 카우니스칸가스(Kauniskangas) 핀란드 피스카스그룹(1649년 설립) 회장(2016년 1월 16일자)

"그룹의 모태인 피스카스가 1600년대에 철제 농기구를 만들다가 시간이 흘러 소비재 회사로 바뀐 것은 커다란 변화였다. 현재 큰 비중을 차지하는 리빙 사업은 2007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리빙 회사들을 인수해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카를 루트비히 클레이(Kley) 독일 머크(1891년 설립) 회장(2011년 2월 26일자)

"머크의 300년 역사를 보면 대략 50년마다 위기가 있었다. 두 번의 전쟁과 다섯 번의 통화 개혁을 거쳤다. 머크라는 회사 역시 다섯 번을 매번 새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Professionalism: 흔들리지 않는 전통과 원칙

질도 제냐(Zegna) 이탈리아 에르메네질도제냐(1910년 설립) 회장(2015년 1월 10일자)

"제냐는 처음부터 끝까지 옷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 직접 개입한다. 양털 목장을 짓고, 양털을 뽑고, 원단을 짜고, 이것을 재단해서 정장을 만든다. 그 어떤 회사도 우리와 같은 모델을 택하지 않았다. 1991년 명품 업체 중 최초로 중국에 진출했는데 거기서도 물류, 배송, 매장 서비스 모두를 직접 통제했다."

칼레 흐비트 닐센(Nielsen) 덴마크 뱅앤올룹슨(1925년 설립) 최고경영자(2008년 10월 11일자)

"최첨단 기술은 분명 매력이 있다. 하지만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 아무리 최신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안정적이지 않다면 진정한 기술이 아니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수준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 기술이 검증될 때까지 기다린다."

피에로 안티노리(Antinori) 이탈리아 안티노리(1385년 설립) 사주(2010년 2월 27일자)

"어느 한 해 빈티지가 나쁘면 실망해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이것이 우리 사업의 특성이라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10년 후를 생각한다. 이는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은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그들의 시각으로 보면 우리 사업은 불가능하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