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테슬라 주가를 끌어올린 FOMO

    • 리암 데닝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5.10.24 03:04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까지 빠르게 올랐다. 이 때문에 10월 들어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테슬라 투자자들이 받은 충격도 컸다. 테슬라의 주가는 이달 들어 18% 하락했다(21일 종가 기준). 미국 소비자 정보지 컨슈머리포트가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S'를 추천 명단에서 제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테슬라의 주가는 7% 하락했다. 뒤이어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낮추거나 추천 종목에서 제외했다.

최근 주가 급락을 겪었지만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로 높을수록 주가는 고평가)은 99배에 달한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약 270억달러(약 31조원)다. 신생 기업이 당장은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에 따라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과 비슷하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테슬라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중 4분의 3가량이 테슬라 주식 매수나 보유를 추천하고 있다. 테슬라의 평균 목표 주가는 296달러로 현 주가보다 90달러나 높다. 테슬라에 대해 가장 낙관적으로 보는 모건스탠리의 아담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이달 초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현 주가의 2배가 넘는 450달러로 정했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자동차 판매량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평균 28% 늘어난다고 가정하고 목표 주가를 산출했다.

기업의 가치는 어쨌든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테슬라처럼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평가 과정에서 많은 가정(假定)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해당 기업의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되는 경우가 있다. 테슬라 주식은 테슬라가 전기차 시대를 열고 틈새 상품이나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대중적인 차량으로 전기차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가치가 매겨져 있다.

'FOMO'도 테슬라 같은 기업의 주가 상승을 부추긴다.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Fear of missing out)'이라는 뜻이다. FOMO가 단지 테슬라 주식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아마존도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투자자들에 힘입어 주가가 올랐다. 지난 17년 동안 아마존의 순이익 합계는 겨우 20억달러에 불과하지만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2600억달러에 달한다.

'FOMO'는 단지 주식시장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최근 자금 조달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테슬라 시가총액의 2배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우버의 기업 가치는 1년 전만 해도 200억달러가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투자자들은 우버의 기업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여러 상황을 가정했다. 물론 가정은 틀릴 수 있다. 그럼에도 우버의 기업 가치가 가파르게 올라간 것은 한발 늦었더라도 투자자들이 우버 주식을 원하기 때문이다. 우버의 기업 가치는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테슬라의 목표 주가가 올라간 것을 보면 'FOMO'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봄부터 테슬라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S' 시승기가 나오자 증권가는 빠르게 반응했다. 2014년 2월에 테슬라가 배터리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기가팩토리' 계획을 발표하자 평균 목표 주가는 거의 100달러나 올랐다. 만약 테슬라 주가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1999년 말 아마존 주식을 샀던 사람들을 떠올리자. 당시에 주식을 샀던 사람들은 주가 상승으로 돈을 벌기까지 무려 10년을 기다렸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왜 중앙은행 역할을 물가 안정에만 묶어두나 하워드 데이비스 RBS 총재·前 영국금융감독청(FSA) 청장
유니콘 경제는 환상이었을까 이혜운 기자
경쟁 통한 진화 보여주는 모범 케이스 이무원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
경쟁이 성장의 핵심동력… 뒤처지지 않으려면 뛰어라 팰로앨토(미국)=김남희 조선비즈 기자
37억불 기업 비결?…삼성·애플 틈새 노렸다 배정원 기자
'IT 강국'이라는 한국, 유니콘은 두 곳 뿐… 5000萬 시장 좁은데 글로벌 마인드 부족 이혜운 기자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