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통한 진화 보여주는 모범 케이스

    • 이무원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

입력 2015.10.24 03:04 | 수정 2015.10.24 03:56

현대차의 중국 진출·SM의 케이팝 열풍·아모레퍼시픽의 혁신

현대자동차와 SM엔터테인먼트, 아모레퍼시픽은 기업이 경쟁을 통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진출은 산업 내 후발 주자가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아메리칸모터스(AMC)와 독일 폴크스바겐이 중국 시장을 개척한 이후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 시장에서 나름대로 생산·판매망과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반면 현대차는 2002~2003년 중국 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난관이 많았다. 현대차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을 개척해갔다. 모든 경쟁사가 상하이를 교두보로 삼은 것과 달리 현대차는 베이징 시장을 거점으로 삼는 모험을 강행했다. 또 중국에서 한국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가진 공장을 운영했고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국 문화를 고려한 인센티브 제도와 교육 훈련 도입으로 안정적인 유통 채널을 확보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SM엔터테인먼트는 1995년 창사 이래 소녀시대(사진), 슈퍼주니어, EXO 등 많은 소속 아티스트들을 세계시장에 진출시키며 케이팝 열풍을 일으켰다.

전 세계에서 케이팝(K-Pop)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는 서구 음반 산업의 성공 기준으로 봤을 때는 이해하기 힘든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SM은 지속 성장이 가능한 상품을 만들려면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 매니지먼트의 전 단계를 일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봤다. 또 3단계 한류 발전 이론에 기반해 세계시장 진출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문화 상품을 수출하는 1단계(동방신기·소녀시대), 슈퍼주니어·f(x)처럼 진출 지역 회사와 제휴를 맺는 2단계, SM의 비즈니스 모델 전체를 해외로 이전하는 3단계(EXO가 가장 근접)를 실행하면서 실패도 겪었지만, 실패 사례를 학습의 계기로 삼았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최근 이수만 SM 회장은 중국 시장이 미래 음반 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이란 비전에 따라 중국에서 여러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순위에서 28위를 차지했다. 한국 기업 중에는 네이버(21위)에 이어 둘째로 높은 순위다. 아모레퍼시픽은 품질이나 가격 같은 기존 경쟁 요인이 아니라 새로운 요인을 발굴해 아예 화장품 산업의 경쟁 구도 자체를 변화시켰다. 메이크업 절차 개선에 초점을 맞춰 소비자의 문화와 생활 패턴에 혁신을 가져오는 방향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했는데, 설화수 윤조 에센스, 아이오페 에어쿠션, 라네즈 슬리핑 팩이 이 전략의 성공적 산물이다. 최근 랑콤이 모방 제품을 출시하고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제휴를 요청한 것은 아모레퍼시픽이 새로운 경쟁 구도를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이 경쟁 구도를 업계에 정착시켜 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른 한국 대기업과는 매우 다른 조직 문화도 아모레퍼시픽의 혁신 성과에 기여했다. 한국 기업 중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다는 데서 보듯, 아모레퍼시픽의 기업 활동 곳곳에는 수평·자율 문화가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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