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테크버블이라고?

    •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입력 2015.07.11 03:03

IT벤처 실적 대비 주가 수준 다른 업종보다 높지 않아
오히려 미국 증시 전체는 조금 우려스러워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혁신적인 벤처캐피털 회사로 꼽히는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새로운 테크 버블(기술 거품)이 생기고 있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모건 벤더와 베네딕트 에번스, 스캇 쿠퍼 명의의 이 보고서는 최근 비상장 IT(정보기술) 기업, 특히 '유니콘' 벤처 회사들로 너무 많은 돈이 흘러들고 있다는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니콘은 기업 가치가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가 넘는 벤처 회사를 말한다.

먼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거품은 사전적 의미에서 봤을 때 터지기 마련이다. '거품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문제 삼는 것은 (차량 공유 기업) 우버 같은 유니콘 벤처들이다. 우버는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하지도 않았는데 현재 기업 가치가 400억달러(약 45조원)에 달한다. 거품론자들은 벤처캐피털이 비공개로 진행하는 대규모 투자 활동 때문에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벤처 기업들의 가치가 과도하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른바 '비공개 IPO'가 유니콘 기업들의 가치를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여러 방면으로 거품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우선 IT 벤처 업체들이 공개시장에서든 비공개시장에서든 지금까지 자금을 조달한 금액은 1999년과 2000년 IT 거품 당시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특히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그렇다. 벤처캐피털의 자금 조달도 마찬가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기술 벤처 업체들이 벌어들일 장기적 수익 잠재력 역시 과거보다 훨씬 크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설득력을 갖고 있다. 유니콘 벤처의 비공개 자금 조달 붐과 1990년대 말의 IPO 붐을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 둘은 전혀 다른 현상이다.

현재 유니콘에 거품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면, 더 광범위하게 봐서 IT 거품은 어떨까?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현재 기술 업종이 90년대 말 IT 거품 당시만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S&P500 지수에서 기술 기업 비중은 지난 12년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 벤처 투자자 샘 앨트먼이 말했듯, IT 회사들의 주식 밸류에이션(기업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다른 업종보다 높지 않다. S&P500 기업 중 기술주의 PER(주가수익비율)은 전체 PER보다도 낮다(PER은 높을 수록 고평가된 것). 그러니 지금은 전혀 IT 거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자료 중에는 일부 불길한 내용도 들어 있다. 현재 모든 유니콘 회사의 기업 가치를 더해도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보다 약간 낮은데, 이 대목에서 금융경제학자인 유진 파마와 이보 웰치가 1990년대의 IT 거품이 비이성적 시장이 만들어낸 결과물인지를 두고 이메일로 논쟁을 벌인 일이 떠오른다. 당시 논쟁에서 파마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1999~2000년에 803건의 IPO가 이뤄졌으며, 이 기업들의 평균 시가총액은 14억6000만달러였다. 특히 이 중 576건이 기술과 인터넷 관련 회사였다. 이 회사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하면 8400억달러로,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 밸류에이션의 2배에 달했다. 인터넷이 만들어낼 비즈니스 혁명에 대한 당시 기대를 감안할 때, 기술과 인터넷 관련 IPO를 통해 MS 두 개와 맞먹는 회사가 나타나는 것은 불합리한 걸까?"

결국 파마 교수의 말은 1999~2000년의 기술 거품이 비이성적인 과열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이성적인 기대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얘기다.(이런 관점이 널리 인정받지는 않고 있다.)

파마 교수의 말은 거품에 관해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우선 아주 극적인 경우에도 이미 거품이 생겨났다는 것을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둘째로, 진짜 거품은 단지 한 부분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과대평가될 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1990년대 말 전체 IPO의 가치가 단지 MS 두 개의 가치와 같다는 파마 교수의 얘기는 전적으로 옳다.

그러나 1999~2000년 MS의 PER은 약 70배였으나, 2000년 거품 붕괴 이후에는 30배로 곤두박질쳤다. 1999~2000년 기술 IPO 시장에서 두 개의 새로운 MS가 탄생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이 기대했다는 파마 교수의 말은 맞았다. 그러나 돌이켜봤을 때 당시 투자자들이 MS의 가치를 극단적으로 고평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는 간과했다.

그렇다면 지금 페이스북의 PER은 어느 정도인가? 80배가 넘는다. 지금 유니콘 거품이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또한 IT 거품이 위험하지도 않다. 지금 우리(미국 증시)가 '모든 것의 거품'에 빠져 있다는 게 진짜 위험이다. 즉 경제 전반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다. 로버트 실러 교수가 만든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은 보통 증시가 고평가됐는지, 저평가됐는지를 가늠하는 지표인데, 현재 이 비율은 상당히 높다. 2000년 1월만큼 높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중국 주택시장과 주식시장 거품이 결국 터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다지 큰일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고 자산 가격이 폭락해 회복하는 데 몇 년 걸릴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유니콘 벤처들의 자금줄도 마를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IT 업종이 90년대 말처럼 거품을 만들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전체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조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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