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자-파는 자 모두 윈윈… 정보를 쪼개고 또 쪼개라

입력 2015.07.11 03:03

정보 불균형 해소 연구로 '젊은 경제학자의 노벨상' 받은 수전 애티

수전 애티(Susan Athey·44)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플리커
중고차는 새 차와는 달리 자동차의 상태가 다 제각각이다. 연식이 오래됐거나 사고 전력이 있는 차는 가격이 저렴해야 하는데, 차가 좋은지 나쁜지 정확히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세일즈맨뿐이다.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소비자는 위험 부담을 안고 물건을 살 수밖에 없다.

자연히 시장 거래는 줄고, 알음알음으로 사고파는 일종의 암거래가 성행한다. 구매자와 판매자는 자동차 품질과 자동차 수요자에 대한 개별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시간과 돈을 낭비한다. 결국 모두가 피곤하다.

이런 경우를 경제학에서는 '정보의 불균형' 혹은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부른다. 거래 상대자가 원하는 것에 대해 잘 모를 때, 혹은 한쪽만 그 정보를 알고 있을 때는 거래의 비효율성이 커지면서 양쪽 모두 '윈윈(win-win)'하는 거래가 이뤄지기 어렵다. 정보의 불균형은 시장의 실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실은 간단하다.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면 된다. 그러나 정보를 장악하는 사람이 자신의 무기인 정보를 공짜로 풀어버린다는 건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불균형을 해소할 것인가. 이 문제를 실제 사례로 연구한 사람이 수전 애티(Susan Athey·44·사진)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다.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에서 열리는 목재(木材) 경매를 인용해,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을 정리했다. 그는 "경매에 앞서 물건에 대한 정보를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경매 참가자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면 효율적인 거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거래를 자유롭게 방임하지 않고 몇 가지 장치만 집어넣음으로써 정보 불균형의 상당수가 해소된다는 것이다.

애티 교수는 이런 내용을 정리한 논문을 발표해 지난 2007년 여성 경제학자 가운데 처음으로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았다.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은 미국 경제학회가 탁월한 연구 업적을 남긴 40세 미만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수상자 가운데 상당수가 향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아 '젊은 경제학자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목재 경매는 어떻게 불균형을 해소했나요?

"목재는 용도가 다양한 상품입니다. 가구로 만들 수도 있고 땔감으로 쓸 수도 있죠.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용도에 따라, 써낼 수 있는 가격의 상한선을 마음속으로 정해둡니다. 가구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예컨대 10만원까지는 낼 의향이 있다고 칩시다. 땔감으로 쓰려는 사람은 아무리 많이 쳐줘도 1000원 이상 써내기는 아까울 겁니다.

자유 경매에 부치면 이론상 가구공이 모든 목재를 독점할 수 있습니다. 제시하는 가격이 더 높기 때문이죠. 판매자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땔감이 필요한 사람은 원하는 목재를 얻을 수가 없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불균형한 정보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목재의 품질, 또 하나는 경쟁자가 생각하는 용도입니다. 목재 경매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목재를 용도별로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목재를 직접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이때 두 가지 정보가 모두 공개됐습니다. 목재 품질이 괜찮은지 확인하면서, 동시에 누가 어떤 용도의 목재를 원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가구공은 가구공끼리, 땔감 도매상들은 땔감 도매상끼리 각자 경쟁합니다. 정보의 불균형이 해소되면서 효율적인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죠."
사는 자-파는 자 모두 윈윈 정보를 쪼개고 또 쪼개라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원하는 것' '파는 것'을 확실하게 하라

한데 요즘은 시대가 바뀐 것이 아닐까. 경매를 비롯한 전통 시장에서는 정보가 너무 적어서 불균형이 발생했다면, 지금은 정보가 넘칠 만큼 흐르지 않나. 애티 교수는 "정보량이 많든 적든 불균형은 반드시 발생한다"고 말했다.

"최근 가구를 살 일이 있어서 인터넷을 검색했어요. 쇼핑몰이 너무 많아서 고르는 데만 한참 걸렸죠. 막상 주문해서 받아보니 사진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품질이 떨어지더군요. 오히려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보를 파악하기 더 어렵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만약 제가 쇼핑몰이 파는 상품 정보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면 이런 실수는 없었을 겁니다. 요는 정보량이 많든 적든, 정보의 불균형은 반드시 발생한다는 겁니다."

―그럼 이런 식의 불균형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맥락은 경매와 비슷합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각각 원하는 정보를 명확하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각 인터넷 사업자가 '브랜딩'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사업자가 각자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하는 겁니다. 예컨대 인터넷을 통해 신발을 판다면, 단순히 '신발'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되게 하는 게 아니라, 운동화, 정장 구두 등 해당 키워드에만 검색되게 하는 거죠. 그러면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품목을 미리 파악할 수 있어 쓸데없는 검색에 시간을 낭비할 일이 없고, 판매자도 괜한 오해를 살 일이 없게 됩니다. 거래 자체의 효율성이 향상되는 겁니다."

―그러나 판매자 입장에서는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여러 검색 키워드에 걸릴수록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당장은 그렇습니다만, 금세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될 겁니다. 전통 시장과 인터넷 시장의 차이점은 정보의 확산 속도에 있습니다. 품질이 떨어지는 가구를 팔았던 그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아주 빠른 속도로 악평이 퍼질 겁니다. 이는 전통 시장에서 악평이 도는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중고차 딜러는 과장 광고를 한다 해도 수년간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쇼핑몰은 수개월도 버티기 어려울 겁니다.

모든 사업이 마찬가지입니다만, 위기는 늘 단기간의 지표에 집중할 때 발생합니다. 오랜 기간 살아남기 위해서는 탄탄한 브랜드 정체성이 필요하고, 소비자들이 '좋다'고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신뢰가 필요합니다."

서비스 기반 성과 측정 지표를 마련해야

애티 교수는 "특히 인터넷 시대에서는 단기성과 측정 지표의 향상이 장기 성과 측정 지표의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통 시장에서는 오늘 실적이 좋고, 내일도 실적이 좋으면 1년 뒤에도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시장에서는 오늘 실적이 좋다고 해서 내일 실적이 좋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넓어졌고,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업은 새 흐름에 맞춰 성과 측정 지표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구글은 광고를 붙이면 붙일수록 돈을 벌지만, 광고창이 너무 많다 싶으면 사용자들은 금세 불편함을 느끼고 구글을 떠날 겁니다. 대체재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의 키워드는 경쟁입니다. 소비자들은 더더욱 서비스 중심으로 옮겨갑니다. 따라서 소비자 대상 서비스의 성과를 측정하는 새 지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예컨대, 소비자가 자사의 홈페이지에 머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재방문자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토대로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면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갖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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