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타나…묻히나

    • 리처드 돕스 맥킨지글로벌 인스티튜트 이사
    • 제임스 마니카 맥킨지글로벌 인스티튜트 이사
    • 요나단 뵈첼 맥킨지글로벌 인스티튜트 이사

입력 2015.06.13 03:03 | 수정 2015.06.13 04:12

[세계경제 덮치는 4가지 변화의 물결]

① 전세계 GDP 절반가량이 신흥국 440개 도시에서 나올 것
② 기술변화 속도 점차 빨라져 페이스북 사용자 9년새 233배로
③ 인구 노령화, 중국·남미까지 확산… 노동층 압박 커지고 정부 세수 줄어
④ 국가간 이동 100년새 5배로… 세상의 상호연관성 커져

직감에 의존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과연 좋은 방법일까.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1973년 교육부 장관을 하고 있을 때 "내 생전에 영국에서 여성 총리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IBM의 사장이었던 토머스 J 왓슨은 1943년 "전 세계적으로 컴퓨터 시장 규모는 5대 정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1927년에 유성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워너 브러더스의 해리 워너는 "도대체 누가 배우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느냐"고 말했다.

네 가지 거대한 변화가 글로벌 경제 흐름을 바꾸고 있다. 이 네 가지 새로운 흐름은 사람들이 직관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모습으로 달라지고 있다.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토픽 이미지
첫째 거대한 변화는 경제 활동의 중심부가 신흥국 시장의 도시로 옮아간 것이다. 지난 2000년에는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의 95%가 선진국에 본사를 뒀다. 2025년까지는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의 절반가량이 신흥국에 본사를 둘 것이다. 중국에 본사를 두는 기업 숫자가 미국이나 유럽에 본사를 두는 기업보다 많아질 것이다.

신흥국 도시가 선봉에 서서 이런 변화를 이끌고 있다. 2010년부터 2025년까지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절반가량이 신흥국 내 도시 440곳에서 나올 것이다. 베이징의 동남쪽에 있는 톈진의 GDP는 현재 스톡홀름과 같지만 2025년에는 스웨덴 전체의 GDP와 같아질 수 있다.

둘째 거대한 변화는 기술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은 언제나 변화를 불러왔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확산된 디지털과 모바일 기술 덕에, 언제 어디서나 기술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게 됐다. 전화는 발명된 지 50년이 지나서야 미국 가정의 절반이 한 대씩 소유하게 됐다. 반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3%에서 3분의 2 이상으로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20년이었다. 지난 2006년 600만명이던 페이스북 사용자는 현재 14억명에 이른다.

무선 인터넷은 신흥국 시민 수십억명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경제적 진보를 이룰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무선 인터넷은 스타트업 기업에 기존 기업과 경쟁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기술적 변화에는 위험이 따른다. 특히 자동화로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고도의 기술 영역에서 일할 기술을 갖추지 못한 노동자들에게는 (기술 변화는) 리스크다.

셋째 변화는 인구통계적인 변화다. 수백년 만에 처음으로 대다수 지역에서 인구는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다. 대신 인구 노령화가 진행 중이다. 인구 노령화는 과거 선진국에서 주로 나타났지만, 지금은 중국까지 확산됐다. 곧 남미에서도 인구 노령화가 진행될 것이다.

30년 전에는 여성 1인당 평균 출산율이 2.1명 아래인 국가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인류의 60%는 현 인구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아이를 낳고 있다. 노년층의 비중이 커질수록, 노동층이 받는 압박은 커진다. 아울러 정부의 빚을 갚고, 공공 서비스, 연금 체계를 위해 쓰일 세수도 줄게 된다.

마지막 변화는 국경을 넘나드는 물자, 자본, 사람, 정보로 세상의 상호 연관성(interconnectedness)이 커졌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국제적인 네트워크는 무역 허브인 유럽과 북아메리카 일대에 주로 존재했다. 현재 있는 다양한 네트워크는 이보다 더 복잡하고 더 널리 퍼져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신흥국으로 흘러가는 자본의 규모는 2배가 됐다. 또 2009년에는 10억이 넘는 사람이 국경을 건넜는데, 이는 1908년과 비교해 5배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변화로 노동자와 회사는 이미 난관에 봉착했다. 종전에 없었던 혹은 예상치 못한 먼 곳에서 경쟁자가 생겼고, 지역 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상호 연관성이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익숙함을 선호하는 노동자 기업, 정부가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특히 기업이 그렇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회사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 미래나 앞으로 찾아올 기회를 고려하기보다는 과거의 경험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타성에 젖은 기업들은 새로운 경제 흐름을 잘 헤엄쳐 나가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적응에 성공하고, 전례 없는 기회를 잘 이용할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본사를 짓고, 가게를 임대하고, 레스토랑을 사는 등 많은 자본 투입을 요구하는 전통 방식 사업은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위성 사무실을 열고, 온라인 가게를 내고, 푸드트럭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흐름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회사는 번창할 것이다.

현재 경제 변화의 속도와 스케일은 매우 위압적이다. 그럼에도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만한 이유는 여럿 있다. 국가 내부의 불평등은 커지고 있을지 몰라도, 국가 간 불평등은 상당히 줄었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10억명에 가까운 사람이 극심한 가난에서 벗어났고, 30억명 정도가 앞으로 20년 안에 새로운 중산층에 진입할 것이다.

1930년 대공황이 닥쳤을 때, 케인스는 '진보적인 경제'의 삶의 질은 100년 뒤 4~8배 정도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예측은 당시에 '극단적으로 낙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 보면 케인스 얘기는 맞았다. 오히려 그가 예측한 것보다 더 삶의 질이 좋아졌다. 당시 다른 경제학자들과 다르게 케인스는 경제를 바꾸는 변화의 힘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이를 다시 한 번 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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