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실수하는 것… 수억명의 중국 본토 데이트레이더 유치는 달콤한 독배"

    •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5.06.13 03:03

본토의 비이성적 과열 파티에 세계적 모범 시장인 홍콩이 동참… 증시 변동성 커지며 불법 판칠 것

야누스 캐피털의 빌 그로스는 중국 주식을 대량으로 공매도(주식을 일단 팔아놓고 나중에 시장에서 사서 되갚는 투자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 상하이 지수와 선전 지수가 이달 들어 5일까지 약 9%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전략이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중국 외에도 투자를 피해야 할 주식이 있다. 홍콩 주식이다. 홍콩은 중국 본토에서 데이 트레이더(주로 개인 투자자인 단타 투자자)를 유치하려 하는데, 이것이 문제다.

극초단타 매매(high-frequency trading)를 하는 서구의 회사들은 거래세 때문에 홍콩에서 하는 비즈니스를 대부분 단념했다. 그런데 현재 홍콩의 증권거래소는 중국 본토와 후강퉁(중국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 매매 허용)을 통해 수억명에 이르는 중국 본토의 열정적인 데이 트레이더를 유혹하고 있다.

극초단타 매매가 그랬던 것처럼, 데이트레이더의 대규모 주식 거래로 홍콩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앞으로 수년이 지나면 홍콩은 중국 본토 투자자에 대한 문호 개방을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중국 본토의 주식 거래 계좌는 브라질 인구보다 많은 2억개 이상이다. 중국 경제성장이 주춤하자, 중국 공산당 정부는 증시 상승을 기업의 부채 감축과 지방정부의 수입 증가, 정부의 민영화 계획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본토의 데이트레이더들은 중국 경제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무시하고 있다. 중국 증시 상승은 이들을 비이성적 과열 상태에 빠지게 했다. 지난 5일 상하이 종합지수는 7년 만에 처음으로 5000을 웃돌았다. 선전 지수는 지난 12개월 동안 190% 올랐다. 빌 그로스는 이에 경악을 금하지 못했다.

한 예로 중국국가원자력이 20억달러어치 주식을 매각하려고 하자, 2730억달러 규모 자금이 몰렸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144개 기업의 주가는 상장 이후 평균 539% 상승했으며, 거래 첫날 주가 상승률은 평균 44%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주식 거래를 망설일 만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과거 홍콩은 중국의 무질서한 금융시장과 분리돼 있었지만, 이제는 파티에 동참하려고 한다. 낮은 세율과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 안정된 법치 제도 덕분에 홍콩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제 체제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중국 본토의 자금을 서둘러 유치하려고 하면서, 건전하고 냉정한 관리자로 불렸던 홍콩의 명성은 훼손되고 있다. 극초단타 매매를 하는 중국 본토의 트레이더들에게 홍콩 증시가 문호를 개방할 경우, 홍콩은 모든 종류의 불법 거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는 20년 전 불법 거래로 영국의 베어링스 은행을 파산시켰던 닉 리슨이 지난달에 경고한 말이다.

단기적으로 중국 본토에 있는 데이트레이더 수억명이 홍콩 증시에 유입되면 홍콩 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본토의 투자자가 가장 많이 거래한 홍콩 주식 10개의 가치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3배나 올랐다. 이는 홍콩 증시 벤치마크인 항성 지수의 상승률보다 거의 2배나 높다. 급등한 주식이 급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홍콩은 금융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최소한 주가가 급작스럽게 폭락할 때 주식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서킷 브레이커'를 도입해야 한다. 홍콩의 규제 당국이 다가오는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을 때까지는 후강퉁을 잠시 중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홍콩은 중국 본토의 투자자들을 홍콩 증시의 새로운 자금줄로 생각하고 있다. 이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빌 그로스와 그의 동료들이 홍콩 주식시장을 다음번 대량 공매도 대상으로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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