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상상을 현실로

입력 2015.06.13 03:03

160여개국에 6만2000가구 '세계 최대 주택공유 사이트' 러브홈스와프 CEO 데비 워스코

"사업을 하면서 여성이라는 걸 단점으로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오히려 남성과 다른 시각과 견해를 제공해주는 저만의 차별점이지요."

데비 워스코(Wosskow·40·사진) 러브홈스와프(Love Home Swap) 최고경영자(CEO)는 흔치 않은 여성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대표다. 보수적인 유럽 사회에서 아직 여성이 이끄는 회사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워스코 대표는 벌써 두 번째 창업 성공 신화를 쓰는 중이다.

그는 25세 때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인 만트라(Mantra)를 설립해 10년 동안 운영한 뒤 대기업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이후 미국 LA와 영국 전원에 사는 두 여인이 각자의 집을 바꿔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내용의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The Holiday)'에서 힌트를 얻어 2011년 각자의 집을 바꿔쓰는 공유경제 서비스기업 러브홈스와프를 영국 런던에 창립했다. 이 회사는 당초 250가구 규모로 첫발을 내디뎠으나, 오늘날 160여개국에 약 6만2000가구 이상의 집이 등록된 세계 최대 규모 주택 공유 사이트로 성장했다. 에어비앤비(Airbnb)가 빈 방을 빌려주는 렌탈 서비스라면 러브홈스와프는 회원끼리 각자의 집을 바꿔서 생활해보는 서비스다. 성공하기 어렵다는 스타트 업 생태계에서 여성, 그리고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라는 약점에도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워스코 CEO를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만났다.
데비 워스코(Wosskow)
①유리 천장은 옛말… 여성임은 장점이다

"기업가(entrepreneur) 정신에 남녀 차이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 때문에 창업하면서 여성이라는 게 단점이 될 수 없습니다. 물론 제가 두 아이를 혼자서 키우고 있다는 점이 남들에게는 일하는 데 방해 요소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더 다양한 시장을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남자는 주부, 또는 워킹맘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남성들이 알 수 없는 세상을 제가 직접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일에 대한 책임감과 간절함도 남다르지요. 또 비즈니스 교류를 할 때도 여성이라는 점이 유리할 때가 많습니다. 어디서든 여성 CEO가 흔치 않기 때문에 눈에 띄고 상대방의 기억에 각인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벽을 뜻하는 '유리 천장(glass ceiling)' 때문에 여성의 사회 진출이 어렵다는 얘기는 옛말입니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여성이라는 건 비즈니스에서 큰 장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단점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제약을 두지 마세요. 모든 단점은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②파트너는 나와 반대로 골라라

"저는 지금까지 창업하면서 항상 남성 파트너와 일해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가 갖지 못한 '스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십오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 오면서 배운 점 중 하나는 '파트너는 나와 모든 면에서 정반대여야 한다'였습니다.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과 일하다 보면 회사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기 쉽습니다.

이런 상황은 처음에는 좋아 보입니다. 큰 이견 없이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불협화음이 없지요. 모든 일이 잘 풀려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간과하고 넘어간 부분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리스크 혹은 놓쳐버린 기회가 뒤늦게 보이는 것이지요. 창업을 할 때는 절대적으로 다양한 사람이 모여야 합니다. 전공 분야뿐만 아니라 성격, 취향, 취미까지 다를수록 좋습니다. 누군가는 나의 의견에 반대도 하고 목소리도 높여야지 서로 설득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회의할 때 상대방의 의견에 고개만 끄덕이는 사람은 필요없습니다.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과 일해야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막무가내로 비난만 하는 사람과 일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건설적이고 논리적인 비판을 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비 워스코(Wosskow)
③아이템이 전부가 아니다. 여성 CEO에게도 사업은 역시 인맥이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난 20년간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일은 바로 인맥(network) 구축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식으로 사업을 하다 보면 자금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이때 비즈니스 모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많이 만드는 것입니다. 단순히 사업 아이템이 좋으면 자동으로 자금이 지원된다? 안일한 생각입니다.

내 비즈니스가 얼마나 좋은지 직접 알리고 많은 사람을 설득하는 등 직접 발로 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의 사업과 관련된 많은 모임에 참석하고, 새로운 모임을 주도해보기도 하세요. 물론 인맥에서 얻어지는 성과가 노력에 정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투자자를 만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을 하는 CEO가 바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저도 매일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이메일을 체크하고 두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주고 출근하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사람 만나기 지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 몸이 힘든 만큼 성과로 보답받는 일이 바로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합니다."

④실리콘밸리에 가기보다는 내가 사는 곳을 실리콘밸리처럼 만들어라

"모든 스타트업인이 꿈꾸는 곳이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입니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창업인이 가득하고, 이들을 도우려는 민간 투자 역시 활발합니다.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내 회사를 충분히 꾸릴 수 있는 곳이지요. 물론 런던도 창업하기 나쁜 환경은 아닙니다만, 종종 한계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미국과 다르게 유럽은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기업 문화가 강하고,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지원도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대부분 유럽 국가가 자동차 공유기업 우버(UBER)의 사업을 금지한 것처럼 공유경제에 대한 이해도 아직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키우는 제가 사업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평생을 런던에서 살았고, 가족·동료 등 나를 도와줄 수 있는 평생의 인맥들이 다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환경을 바꾸는 것 역시 기업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저는 영국 정부를 위해 공유경제 백서를 작성했습니다. 공유경제가 영국 산업을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 30가지 주요 내용을 담았습니다. 정부가 공유경제 기업을 이해해야 관련된 정책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저는 공유경제 종사자들의 모임인 '유럽 공유경제'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유경제와 기업가 정신에 대한 논평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곳이 실리콘밸리가 아니라면, 이곳의 환경을 바꿔 나가면 됩니다. 그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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