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글라스'는 너무 튀어서 실패… 눈에 띄지 않아야 먹힌다

입력 2015.05.09 03:03

몸속에 숨어드는 웨어러블 기기

1968년, 미국 유타대 이반 서덜랜드 교수 연구실에 괴기스러운 기계장치가 등장했다. 연구실 천장에 십자 형태의 거대한 파이프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고, 그 파이프 끝에 사람 머리에 쓸 수 있는 헬멧이 장착됐다. 이 장치를 머리에 단단히 고정하고 헬멧에 달린 렌즈로 앞을 바라보면 가상현실을 구현한 화면이 나왔다. 인류 최초의 웨어러블 컴퓨터로 꼽히는 이 장치의 이름은 '다모클레스의 칼(the Sword of Damocles)'.

기원전 4세기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참주(僭主·지배자) 디오니시우스 2세는 어느 날 신하인 다모클레스를 왕좌에 앉힌 뒤 천장에 거대한 칼 한 자루를 매달아 놓았다. 왕의 자리가 언제나 칼 아래에 놓인 듯 위태롭고 불안하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서덜랜드 교수가 만든 장치는 처음엔 '궁극의 표시장치(the Ultimate Display)'로 불리다 나중에 '다모클레스의 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장치가 매달린 모양이 마치 다모클레스의 칼처럼 아슬아슬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초창기 웨어러블 컴퓨터는 실제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위험하고 거추장스러웠다.

'다모클레스의 칼' 이후 50년 가까이 상업화를 이루지 못했던 웨어러블 컴퓨터가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건 IT(정보기술) 기기의 경박단소(輕薄短小·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화 덕분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24시간 몸에 붙어 있어야 한다. 가볍고 얇고 착용감이 좋아야 한다. 이에 따라 과거 책상 위에 갇혀 있던 컴퓨터는 시계처럼 손목에 차거나 안경·옷처럼 몸에 걸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2014년 전 세계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은 1960만대로 집계됐다. 올해는 4570만대로 2배 이상이 되고 2019년에는 1억261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웨어러블 기기
현재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대세는 손목형 제품이다. 지난해 생산된 전체 웨어러블 기기 중 시계, 팔찌, 밴드 등 손목형 제품이 90%를 차지했다. 손목시계 모양 스마트워치는 올해 전체 웨어러블 기기 생산량의 59%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는 애플워치 출시와 함께 웨어러블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 애플워치 판매량이 800만~4000만대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류 최초의 '텐 밀리언셀러(1000만대 판매)' 웨어러블 기기가 탄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웨어러블 기기가 더 눈에 띄지 않고 착용하기 편안한 형태로 바뀔 것으로 본다. 안경 형태로 관심을 끌었던 '구글 글라스'만 해도 지나치게 튀는 디자인 탓에 대중화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애플워치나 샤인 등 최근 성공한 웨어러블 제품의 특징은 튀지 않는 디자인이다.

가트너는 "2017년이 되면 웨어러블 기기의 30%는 사람들의 눈에 잘 안 띄는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물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주위 환경과 같은 보호색으로 위장하듯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못 알아챌 정도로 자연스러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스마트 콘택트렌즈'와 '스마트 보석'을 개발하는 회사들도 등장했다. 구글은 지난해 눈물 속 혈당 수치를 체크할 수 있는 의료용 스마트 콘택트렌즈 시제품을 공개했다. 겉보기에 일반 콘택트렌즈와 차이가 없다. 미스핏과 스와로브스키가 공동 작업한 '스와로브스키 샤인'만 해도 일반 보석 팔찌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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