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장기침체 접어들었다고? 기술의 진보를 믿어라

    • 마이클 보스킨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5.05.09 03:03

세계경제는 1980년대 초반 불황을 겪은 이후 약 25년간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8~2009년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은 후에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채 길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3분기 연속 3%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저(低)유가가 소비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이러한 효과는 에너지 부문 투자 감소로 상쇄되고 있다. 게다가 달러화 강세로 인한 악영향은 더 클 것이다.

미국만이 아니다. 저유가와 유로화 약세에 힘입어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미약하다. 일본 역시 정부가 애쓰고는 있지만 회복세가 강력하지 않다. 글로벌 경제성장 엔진이 될 것으로 보였던 주요 신흥국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성장률은 한풀 꺾였고, 브라질과 러시아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호황이나 불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마치 이것이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유명 경제학자 중에선 투자 부진과 기술 혁신 효과 감소로 세계경제가 저성장의 '뉴 노멀'로 접어들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일부 경제학자는 이를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라고 부르며 좋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경제가 성장하려면 전체 노동시간이 늘든지(노동자의 숫자 증가 또는 노동시간의 증가) 아니면 생산성(노동시간당 산출)이 높아져야 한다. 이 중 생산성은 높여갈 수 있다. 만약 생산성이 1년에 1%포인트씩 좋아진다면, 다음 세대(30년 후)의 생산성은 30% 이상 좋아질 것이다. 연간 1%포인트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생산성은 매우 높아질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자본 투자, 기술 혁신, 그리고 노동자가 가진 지식과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 경제학자들은 이 중 어느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줄지에 대해선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필자가 연구를 해 본 결과, 기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G7 국가의 생산성 향상에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 저하가 기술 발전으로 인한 경기 둔화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비관론자들, 예를 들어 로버트 고든과 같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세기에는 전기, 자동차, 컴퓨터처럼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는 혁신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기술개발이 한계에 이르러, 새로운 혁신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낙관론자들은 스마트폰·빅 데이터·나노테크놀로지·로봇·생명과학 등의 분야에서 발전이 이뤄지고, 이런 기술 기반의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본다.

기술적 진보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사실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상업적인 가치는 혁신을 이끄는 사람들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00년 전에 굴리엘모 마르코니가 최초로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무선통신 기기를 만들었을 때, 그는 한 지점과 다른 지점을 연결해주는 통신수단인 전보를 경쟁자로 생각했다. 그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게 될 대규모의 라디오 방송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맹인을 위해 축음기를 디자인한 토머스 에디슨은 축음기가 음악을 트는 데 사용되는 것을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의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헬스케어 부문과 같은 곳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경제적인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 예컨대 백내장이나 심장병에 대한 더 효과적인 치료법 같은 헬스케어 부문에서의 발전은 실질 GDP에 정확하게 반영되기 어렵다고 경제학자들은 보고 있다. 경제적 진보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려면 더 정확한 측정법이 필수적이다.

기술 기반의 성장에는 몇 가지 리스크가 있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발전이 대규모의 구조적 실업을 불러일으킨다는 오랜 공포가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선진국 경제 체제에서 이뤄진 기술 진보는 일부 최고의 인재를 제외한 대부분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내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잠재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규제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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