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안하는 게 최고의 포장

입력 2015.05.09 03:03

'글로벌 IT기업 홍보 전문가' 호프만 호프만에이전시 회장

호프만 호프만에이전시 회장

"모든 사람이 아름다운 이야기만 원하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단점을 드러내길 두려워하지 않고 솔직한 기업에 소비자들은 더 끌리죠."

로우 호프만(Hoffman·58) 호프만에이전시 회장은 기업 홍보 전문가다. 애리조나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6년간 PR 회사를 거쳐 1987년 IT 기업에 특화된 홍보 대행사 호프만에이전시를 설립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7개국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호프만에이전시는 HP, IBM, 구글, 트위터, 에버노트, 페이팔 등 다수 IT 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때 기업 홍보를 맡아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본사에서 호프만 회장을 만나 그가 꼽는 '4가지 PR의 비법'을 들어봤다.

①자신감을 가지세요. 솔직히 흠을 드러내세요

“‘PR 스핀(spin)’이라는 전통적인 홍보 방식이 있습니다. 흠이 있는 부분을 안보이는 쪽으로 ‘돌려서’(spin) 깨끗한 부분만 보여주는 홍보 방식이죠.

기업들은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PR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홍보 방식은 잘못됐습니다.

어떤 사람도, 어떤 기업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미사여구로 포장해 현실과 다른 기업을 만들어내는 게 PR이 아닙니다. 기업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들이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무리 포장해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요즘같이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가 발달하고 소비자끼리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에 흠을 감추려는 시도 자체가 부질없습니다. 오히려 긍정적인 면만 보이려는 기업은 소비자의 의구심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말하는 정보가 과연 정확할까? 나에게 유리한 면만 보이려는 게 아닐까?’라고 말이죠. 결국 신뢰도가 떨어지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실패를 겪지 않는 기업이 어디 있겠어요? 저는 실패 자체를 인정하고, 극복해낸 부분도 기업의 긍정적인 모습 중 하나라고 봅니다. 인간적이어야지요. 모든 사람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얘기만 원하지 않습니다. 최근 달라진 트렌드 중 하나는 ‘제대로 된 사실’을 기반으로 ‘공감을 사려는’ 기업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입니다. 기업인들을 만나면 꼭 묻는 얘기가 있습니다. ‘당신 회사와 제품에 자신이 있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리고 솔직해지십시오.”

②광고의 핵심은 기억에 남는 이미지입니다

“최근 온라인·모바일 등에 효율적인 광고처가 등장하고 있다는 건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다매체·다채널 시대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어느 곳에 광고를 내야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물론 타깃 고객층이 어떤 매체를 주로 이용하는지 알아야겠지만, 앞으로 어떤 광고가 눈길을 끌지도 알아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의 가장 큰 트렌드 중 하나는 시각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점입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듯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의 이미지가 소비자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오래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앱 트렌드도 이미지 기반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의 트위터 등 텍스트 기반 앱보다는 최근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소통하는 앱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읽는 것보다는 보는 것을 선호한다는 얘기지요. 이런 추세에 맞춰 기업들도 광고할 때 ‘그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단번에 시선을 끄는 것뿐만 아니라 기억에 남는 스토리를 줄 수 있는 사진 또는 영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③CEO를 주인공으로 만드세요

“기업 PR에 대해 많은 사람은 제품의 기능, 효과 등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둬 알리는 것이 최우선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품 자체에 대해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기업 홍보에서 최고경영자(CEO)만 한 최고의 주인공은 없습니다.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대기업 모두 홍보 중심에는 CEO가 있어야 합니다. 과거보다 기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커졌기 때문에 경영인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고 어떤 배경과 목적으로 제품을 만들었는지 역시 소비자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됐습니다.

최근 스타 CEO가 많이 생겨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예컨대, 애플의 고(故) 스티브 잡스는 한 시대를 풍미한 경영인입니다. 그는 두꺼운 팬층을 보유했기 때문에, 고인이 됐을 때 전 세계적으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던 것이지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Zuckerberg),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회사 넷플릭스(Netflix)의 리드 헤이스팅스(Hastings), 전기차 기업 테슬라(Tesla)의 일론 머스크(Musk) 등 많은 기업의 대표가 연예인처럼 대중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그들의 결혼과 이혼 등 사생활마저도 연일 화젯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CEO의 홍보 효과는 강력합니다. 경영인이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수록, 그 기업이 내놓는 제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하나의 제품에 대해 알리는 것을 넘어서 기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키우고 싶다면 CEO가 스스로 발 벗고 나서 홍보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④하고 싶은 얘기보다 듣고 싶은 얘기를 하세요

“대부분 CEO는 인터뷰할 때 PR 담당자와 배석해 미리 준비한 답변을 그대로 읊습니다. 1번 질문에 대한 답변, 2번 질문에 대한 답변, 이런 식으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준비된 문장을 달달 외워 말하면 성공적인 인터뷰라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이건 잘못된 것입니다. 인터뷰하는 사람은 로봇 같은 답변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런 내용은 CEO를 만나지 않고 기업의 홈페이지만 살펴봐도 다 나옵니다. 인터뷰어는 진솔하고 CEO의 입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원해서 시간을 낸 것인데, 내용 없는 인터뷰가 될 경우 오히려 나중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업들은 흔히 ‘자기가 원하는 얘기’만 알리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자료를 아무리 내도, 기사가 돼 나오지 않습니다. 실제로 기사가 돼 나오는 것들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 혹은 ‘단독’입니다. 물론 PR 담당자는 기업 이익 극대화라는 목적을 가지고 PR에 나섭니다. 하지만 언론사는 전체 산업과 독자 입장에서 보려고 합니다. 이 격차는 절대 좁혀질 수 없지만, 최소한 줄이려는 노력은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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