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보다 17배 적은 한국의 해외원조… 학교·병원 지어주는 게 효과 크다

    • 김현철 美 코넬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입력 2016.07.16 03:05

OECD 국가 중 16번째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
보건·교육 등은 서구가 인프라 투자는 중국이 주도

김현철 美 코넬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김현철 美 코넬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하던 10년 전 일이다. 한 에티오피아인 선배가 물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병원이 어딘지 아니?" 아무도 답하지 못할 것 같은 이 황당한 질문의 답은 '코리아 병원(Korean hospital)'이었다. 머나먼 아프리카 나라의 가장 좋은 병원이 코리아 병원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난치병에 걸린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죽더라도 치료를 받아보고 죽으면 여한이 없다고 말할 정도라는 코리아 병원은 한국인이 설립한 에티오피아 명성기독병원이다. 명성기독병원은 명성의과대학을 함께 운영하며 에티오피아 최고 수준의 의료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원조 수여국에서 이렇게 남을 돕는 원조 공여국이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리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2014년 기준, 18억5700만달러(약 2조1100억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6번째다. 이는 미국 327억달러, 영국 194억달러, 독일 162억달러, 일본 92억달러에 비하면 현격히 작은 규모다.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작은 스웨덴(62억달러)과 네덜란드(56억달러)에 비해서도 작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대해 다른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다. 공적개발원조보다는 아프리카에서 외국인 직접투자(FDI) 부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규모가 미국 혹은 유럽연합(EU) 전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보건·교육·빈곤퇴치 사업은 서구의 원조 기관들이 담당하고, 인프라 투자와 같은 대규모 건설 사업은 중국 회사들이 주도하는 형국이다.

미국보다 17배 적은 한국의 해외원조… 학교·병원 지어주는 게 효과 크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매년 2조원이 넘는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 자금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 자금은 보건 및 교육에 26%, 지역사회 개발에 24%, 각종 경제 인프라 투자에 30%가량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미국, 일본 및 주요 유럽 국가들과 매우 유사하다.

현재의 개발원조 집행방식이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과 유사한 형태의 사업을 더 작은 규모로 집행하는 현행 방식이 과연 최적의 선택인지 또 우리나라가 그들에 비해 특별히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한국만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원조로는 교육과 의료 사업이 있다. 교육과 의료 사업은 도로나 항만 건설 같은 인프라 투자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자본은 적게 들지만, 개발원조 수혜국 국민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큰 사업이다. 미국인 알렌 박사가 설립한 제중원, 그리고 그 후신인 세브란스 병원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학과 병원을 운영하려면 건물과 기자재를 위한 자금과 함께 사람을 보내야 한다. 누가 아프리카까지 가서 활동을 하겠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서구의 원조기관들이 쉽게 대학과 병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적자본 강국이다. 이미 아프리카에서 봉사하고 있는 한국인의 숫자가 상당하다. 에티오피아에서만 공대 총장과 학과장으로 일하는 한국인 교수가 여럿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가 벌어졌을 때 그곳에 가겠다고 지원한 의료인 숫자는 145명을 넘었다. 또 기회와 여건이 된다면 저개발 국가 대학과 병원에서 숭고한 마음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중장년층 전문인력이 많이 있다.

대학과 병원은 홍보 효과가 뛰어나고 파급 효과도 크다. 에티오피아 코리아 병원은 이러한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수혜국 국민에게 직접 도움이 되기에 숭고한 마음을 가지고 저개발 국가를 돕고자 하는 사람이나, 자원의 확보 혹은 국제 사회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전략적 계산을 하는 사람 모두 병원과 대학에 투자하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가 원조 규모가 큰 나라들과 같은 방식으로 일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고급 인적 자원이 공적개발 현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는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맡아야 한다. 정부는 자금을, 민간은 인적자원을 지원하는 민관협력은 우리나라만의 장점을 잘 살리는 한국형 원조 모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원조 규모의 증가도 필요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써야 할지에 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