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경제 상황… 이제 선진국이 개도국에 배울 때

    •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

입력 2016.07.16 03:05

전 세계적 저성장·양극화 시대에
과거와 같은 정책 유지땐 현실 못 따라가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나는 줄곧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이후 파운드화가 불안정해지고 미국이 국채 금리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요즘,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경험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십 년 동안 대부분 선진국의 경제·금융은 그 구조가 이해하기 쉽고, 투명하며, 점진적으로 성숙해지고 있다고 여겨졌다. 또한 관련 기관들은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이런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단기적인 정치 사이클의 변덕 정도는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다고 평가됐다. 선진국 정부는 자신들의 경제에선 매우 느리게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 때문에 부채와 차입의 지속적인 증가, 시장 왜곡으로 이어지는 인위적이고 잘못된 투자, 소득·부·기회 측면에서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정치기구·비즈니스 엘리트 계층·전문가에 대한 불신으로 초래된 정치적 양극화 등의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최근 10년 동안 선진국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나 발생하는 일이라고 여겨졌던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경제와 금융 기반이 취약하고, 불안정한 정치 사회 구조를 가진 곳일수록 이런 현상들은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의 대처는 미흡했다. 선진국의 분석과 정책 결정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현실에 뒤처지게 됐다.

개발도상국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선진국들엔 낯설다. 강력한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지속되는 경기 부진이나 높은 수준의 불완전 고용과 실업 문제, 많은 젊은이가 실업 상태에서 더는 취업을 할 수 없는 범주에 속하게 되는 위험, 유로존 국가의 채무 위기 등은 선진국에서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나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었다. 이게 바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이유다.

이제는 좀 더 현명하고 분석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브렉시트로 인해 파운드화 가치에 변동이 생겼다. 세계적으로 큰 경제권을 구성하고 통합시켰던 영국의 주요 상업적 무역 파트너들과의 관계에도 구조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해 왔던 영국이지만, 영국에 투자한 해외 기업들은 미래에 영국 상황이 어떻게 될지 의문을 갖게 됐다. 단기적으로는 영국에 대한 직접 투자와 자본 포트폴리오가 줄어들 것이고, 이런 불확실성은 파운드화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더군다나 영란은행은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한 금리정책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다.

영국보다는 덜하지만, 미국도 현재 낯선 상황에 처해 있다. 거대한 국가로서 미국은 전통적으로 경제·금융 분야에서 자신의 운명을 잘 통제해왔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국채 금리에 대한 미국 정부의 통제력은 상당히 약해졌다. 미국 국채 금리와 재무부가 발행한 장기채권의 상대적 가치는 미국 국내 상황보다는 유럽의 상황을 반영하며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는 해외시장 상황이 국내의 경제적 요소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를 평가하는 데에 막대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이른 시일 내에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우리가 예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선진국에서 더 많이 일어날 것이다. 선진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개발도상국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 경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통념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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