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을 일상에서 쓴다… 3년 內 햇빛으로 스마트폰 충전

입력 2016.07.16 03:05

[5Questions] 마일스 바 유비쿼터스에너지 CEO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기술이 제품의 아름다움을 해쳐선 안 됩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 갖고 싶은 것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말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잘 다려 입은 핑크색 셔츠, 양복 가슴주머니에 꽂힌 손수건, 알록달록 무늬가 들어간 양말. 태양광 에너지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유비쿼터스에너지(Ubiquitous Energy·이하 UE)의 창업자 마일스 바(Barr·31)는 흔히 떠올리는 '공대생' 이미지보다는 패션 감각이 뛰어난 젊은 사장님 느낌이 더 강했다.
투명한 태양광 전지판
투명한 태양광 전지판 / 유비쿼터스에너지
UE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대학원생들이 모여 창업한 업체로, 완전히 투명한 태양광 에너지 전지판(패널)을 만든 회사다. 유리창이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얇은 막을 삽입하면 그 막이 빛을 받아 전기를 만들어낸다. 태양열 전지판은 빛을 최대한 많이 흡수하기 위해 불투명하고 검은색인 경우가 많았다. 일상생활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UE의 투명한 태양광 전지판 '클리어뷰'는 가시광선은 그대로 통과시키되 자외선과 적외선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빛만 모아 전기를 만든다. 태양광 에너지를 얻으면서도 마음껏 디자인이나 색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지난 5월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하기도 했던 바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MIT 화학공학 박사인 바 CEO는 2014년 경제지(誌) 포브스가 꼽은 '주목해야 하는 30세 이하 30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UE는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1000만달러(약 115억원)의 투자금을 받고 지난해 MIT를 떠나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틀었다.

마일스 바 유비쿼터스에너지 창업자
마일스 바 유비쿼터스에너지 창업자 /박상훈 기자
―일반적으로 태양광 에너지 업계에선 검은색 패널을 써 왔는데, 투명한 제품은 특이합니다.

"저는 제품의 디자인이나 스타일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봅니다. 소비자들 스스로는 깨닫지 못할 수 있지만, 분명 아름다운 제품은 더 잘 팔리죠. 제 목표는 에너지를 생산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되 그것이 제품의 아름다운 디자인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제품을 햇빛 아래 놓으면 충전이 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연 이걸 사람들이 들고 다니고 싶을까를 항상 고민했습니다."

―역으로, 왜 지금까지는 투명 패널이 없었던 건지 궁금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기술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태양광 전지판은 집 지붕이나 건물 외벽에 부착해서 쓰는 것이란 개념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전지판이 투명하면 다양한 곳에 활용 가능해집니다. 비록 UE의 투명 전지판은 기존 불투명 전지판보다는 효율성이 낮지만 투명하기 때문에 더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물 옥상은 불투명 전지판으로 덮고, 건물을 감싼 모든 창문을 투명한 전지판으로 코팅해버리면 최대의 에너지량을 생산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

―기존 기술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은 얼마나 됩니까?

"현재 불투명 전지판은 약 12~18%의 에너지 효율성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햇빛으로부터 얻는 에너지의 12~18%를 전기로 바꾼다는 뜻입니다. UE의 클리어뷰는 이보다 조금 낮은 10%의 에너지 효율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슷한 기술이 다른 곳에도 있지만 효율은 더 떨어진다. 지난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일본 교세라는 프랑스 에너지 업체와 손잡고 액정에 태양광 충전 필름을 삽입한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3분 정도 햇빛을 받으면 1분 간 통화할 수 있는 수준의 에너지를 충전했지만, 디스플레이의 투명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비쿼터스에너지
―국내선 태양광 에너지 업체들이 거액을 투자했다가 투자금 회수를 못 하거나 손실을 입기도 했습니다. 태양광 에너지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전반적인 태양광 에너지 기업들의 실적이 전자기기에 적용되는 투명한 태양광 전지판의 성공 지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UE가 하는 일은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편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지, 태양광 에너지를 더 적은 비용으로 생산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충전기에 연결하지 않아도 평생 쓸 수 있는 스마트 기기가 있다고 합시다. 소비자 입장에선 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한지, 불편한지가 중요합니다. 그 기기에 충전기를 꼽았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비교해 어느 경우에 돈을 얼마나 아낄 수 있을지에 대해선 따져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스마트 기기에 들어가는 투명 태양광 전지 산업은 전반적인 태양광 에너지 기업들이 추구하는 것과 목표부터 다르다고 봐야 합니다."

―투명 태양광 전지판은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구현될까요.

"스마트워치, 스마트폰, 자동차, 건물, 태블릿PC, 노트북, 디스플레이가 있는 모든 표면에 기본적으로 투명한 태양광 전지판이 탑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안에는 시제품을 낼 계획이고 앞으로 3년이면 햇빛으로 충전하는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을 일반 대중도 많이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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