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투자 매력 잃었지만 'BRICs 경제' 존재감은 더 커질 것이다

    •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

입력 2015.11.21 03:04 | 수정 2015.11.23 10:42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
골드만삭스는 최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4개국) 펀드를 신흥국 펀드와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었던 아이디어는 더 이상 쓸모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다만 합리적인 분석을 하는 것과 실제 투자를 해서 돈을 계속 넣어두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이다.

브릭스는 2001년 당시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짐 오닐이 만든 용어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4개국이 성장하면서 이들이 전 세계 경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을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브릭스 국가들은 인구가 많고 엄청난 내부 변화를 겪으면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브릭스 전체 인구는 거의 30억명에 달한다.

오닐은 옳았다. 브릭스는 엄청난 유행어가 됐다.

오닐이 만든 브릭스라는 개념은 신흥국 경제와 금융이 광범위하게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브릭스 경제는 1997 ~1998년의 아시아 경제 위기, 1998년의 러시아 디폴트(채무 불이행), 2002년 브라질 디폴트 위기 등 국내 금융 위기와 경제 상황 악화에 시달렸다. 하지만 10년도 안 돼 브릭스는 강력한 글로벌 경제 성장 엔진이 됐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부터 세계경제를 구해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브릭스 국가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모두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가장 힘든 곳은 브라질과 러시아로, 경기 후퇴를 겪고 있다. 인도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는 내부 금융 시장 불안정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이다. 브라질과 러시아의 통화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브릭스 경제와 금융 시장의 부진은 일관성 없는 내부 정책, 취약한 관리 당국 때문이다. 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 제재가 영향을 미쳤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실험적인 정책을 지속한 것도 원인이 됐다. 이는 선진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브릭스 4개국에 초점을 맞춘 펀드는 아주 좋은 성과는 고사하고, 만족할 만한 투자 수익조차 내기가 쉽지 않다.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곳에서 투자 기회를 찾게 될 것이다. 펀드 자산은 줄어들고, 포트폴리오 구성도 달라질 것이다.

브라질·러 경기 후퇴하고 펀드 수익 부진하자 손 떼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투자자 관점에서도,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골드만삭스는 올바른 결정을 했다. 브릭스 펀드가 신흥국 펀드에 통합됐어도, 브릭스가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엄청나다. 브릭스 국가들은 외환보유액이 막대하고 이 외환을 선진국 국채를 포함한 증권에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브릭스 경제는 상황이 좋든 나쁘든 국경을 뛰어넘어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준다. 지난 8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시장이 불안정했던 것을 떠올려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결국 금리 인상 시기를 미뤘다.

브릭스의 개념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브릭스에 포함됐다. 브릭스 국가들은 글로벌 경제에서 더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글로벌 경제가 미국과 유럽에 의해 과도하게, 그리고 부당하게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지배구조 개혁, 대표성 문제, 일부국 주도의 관행과 관련해 합리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만약 이에 실패한다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같은 새로운 기관을 설립함으로써 변화를 추구하고자 한다. 골드만삭스가 브릭스 펀드를 신흥국 펀드에 포함시키는 결정을 내렸지만 '브릭스'라는 개념은 오히려 더욱 생생하게 남아있다. 브릭스에 관한 분석과 정책의 중요성은 앞으로 수년간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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