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음악 듣고 영화도 보세요… 여기는 서점입니다, 아니 플랫폼 기업입니다"

    • 홍성태 한양대 교수

입력 2015.11.21 03:04 | 수정 2015.11.21 03:17

플랫폼 마케팅 성공 공식
①핵심 사업에 집중… 日 오프라인 서점 쓰타야, 도심 속 휴식공간 만들어
②수익보다 관계 맺기… 수수료 포기 배달의 민족, 이용자 수 빠르게 늘려
③타킷 고객 마음 얻기… 젊은층엔 유쾌한 글귀로 돈·시간 있는 고객엔 여유 즐기는 공간 제공

짜장면을 시키려고 꼭 전단지를 뒤적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이라는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이용 후기를 참고해 맛있는 음식점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쉽게 주문까지 할 수 있다. 음식 배달에 관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든 셈이다.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시도는 모바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프라인에도 있다. 일본의 '쓰타야'라는 서점이 대표적이다. 쓰타야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다. 오히려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는 가게로 불러야 할 것 같다. 음악이나 미술 관련 콘텐츠를 포함해 온갖 종류의 책과 물건을 판매한다. 사람들은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있으면 좋은 '무엇'을 찾아 이곳에 모여든다.

최근 빠르게 성장한 기업들은 '플랫폼 마케팅'을 기반으로 성공했다. 서비스나 콘텐츠를 기반으로 소비자 네트워크를 구축한 후, 네트워크 내 소비자가 필요한 것들을 일괄 제공하는 마케팅 방식을 뜻한다.

플랫폼 마케팅에는 3가지 성공 공식이 있다.

첫째는 사업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배달의 민족 사옥에는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표어가 곳곳에 붙어 있다. 배달 플랫폼에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공급하는 것이 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사업의 핵심과 관련 없는 부문으로의 확장을 자제하고 있다.

쓰타야도 마찬가지다. 음반과 비디오, 서적을 한곳에 모아두기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 쓰타야는 변화하는 고객 가치에 맞춰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다. 쓰타야는 인기 있는 트렌드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도심 속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도쿄의 다이칸야마에 있는 서점은 휴양지의 도서관처럼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둘째는 사업 초기 수익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더 많은 사용자를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플랫폼이 영향력을 가지려면 잠재 고객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배달의 민족은 배달 음식점들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포기하고 이용자 숫자를 더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출시 5년 만에 월간 이용자 565만명을 확보했다. 수익은 식당에 가야 먹을 수 있던 고급 음식을 주문하는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와 신선식품 정기 배송 서비스인 '배민프레시'에서 나온다.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에 있는 쓰타야 서점을 찾은 사람들이 매장 곳곳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에 있는 쓰타야 서점을 찾은 사람들이 매장 곳곳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플리커

쓰타야는 서적 판매량 대신 고객과의 관계에 집중했다. 소비자에게 쓰타야에 오면 원하는 음악이나 영화가 무엇이든 듣고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 쓰타야를 소비자들이 '멀티 패키지 스토어'로 인식하도록 했다. 그리고 서적, 음반, 비디오는 물론 고급 필기도구와 예술품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수익성을 높였다.

셋째는 플랫폼이 자리를 잡으면, 이를 바탕으로 타깃 고객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타깃 고객의 취향에 맞춘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배달의 민족은 재미있는 홍보 글귀로 앱 이용 빈도가 가장 높은 젊은 고객들에게 호감을 샀다. 예를 들어 '살 찌는 것은 죄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포스터, '덮어놓고 긁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고 적혀 있는 신용카드 케이스, '깨우면 안대'라고 쓴 안대 등이 젊은 고객의 마음을 파고든 것이다.

다이칸야마에 있는 쓰타야의 타깃은 '프리미어 에이지(Premier age)'다. 이들은 한때 단카이(團塊) 세대로 불리며 일본 경제 호황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모두 갖춘 소비의 주역이다. 쓰타야의 창업자이자 '라이프스타일을 팔다'의 저자인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물었다고 한다. 돌아온 대답은 "책을 읽으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였다고 한다. 쓰타야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커피라는 '상품'이 아니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행위'라는 점을 파악했다. 타깃의 포커스는 명확하고 좁을수록 좋다. 그래야 타깃 고객들이 반응하고 동조한다.

아마존, 카카오 등 최근 급성장한 기업들은 플랫폼 마케팅의 성공 공식을 잘 따르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이 망하는 이유는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변화를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플랫폼 마케팅은 단순히 기술적 도구나 수단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고의 전환임을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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