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상사 의견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라… 고개만 끄덕이다간 무능력 낙인

입력 2015.11.21 03:04

글로벌 비즈니스 하는 한국인이 알아야 할 소통 전략… 에린 메이어 인시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

에린 메이어(Meyer) 인시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
에린 메이어(Meyer) 인시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

한국 비즈니스맨이 해외에서 일하면서 자주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상대방과 친해지기 위해 저녁 자리를 함께하고 술도 마시고 주말에 골프도 치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다. 가족끼리도 서로 친해지고, 이제 어느 정도 상대의 신뢰를 얻었다고 판단돼 나에게 유리한 업무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는 처음 본 사이처럼 매몰차게 일을 처리했다. 왜일까.

에린 메이어(Meyer·44) 인시아드(INSEAD) 비즈니스 스쿨 조직행동학 교수는 비즈니스를 둘러싼 소통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서양 문화에서 업무 신뢰도는 ‘상대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가’에 달렸지 ‘나와 얼마나 친한가’ 등 관계는 상관이 없습니다. 개인적인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은 개인적으로 친해진 것일 뿐,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합니다.”

메이어 교수는 각국 소통 방식의 차이를 분석하는 전문가다. 지난해 출간한 ‘컬처맵(The Culture Map)’에서 30개 국가의 소통 방법과 전략을 분석했다. 올해 런던에서 열린 ‘싱커스(thinkers) 50’ 행사에서 미래 비즈니스 사상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레이더(RADAR) 상’을 받았으며 세계은행과 국제연합, 존슨앤드존슨, 도이치뱅크, 로레알 등 국제기구와 글로벌 기업에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소통법에 대해 강연했다.

메이어 교수는 “언어보다 상대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해야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통할 때 예의를 우선시하는 한국인과 달리 서양인은 ‘정확하고 효율적인 의사 전달’이 주목적이므로 예의에 대한 강박을 잠시 내려놓으라”고 권한다.

그는 해외에서 비즈니스 하는 한국인이 알아야 할 소통 전략 5가지를 소개했다.

비지니스 전략 이미지
1 북유럽에선 무조건적인 복종은 '무능'

"상사 혹은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적극적으로 반대하세요. 한국인은 대부분 무례해 보일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상대의 의견에 반대하길 꺼립니다. 또 많은 사람이 찬성하는 사안에, 차마 반대 의견을 꺼내지 못하죠. '내가 남과 다른 이상한 사람이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한국 사회에서는 당연한 고민이에요. 하지만 대부분 서양 국가에서는 대중에 반대하는 사람은 배짱이 있고 능력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오히려 늘 '예스'만 외치는 사람은 '상대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고개만 끄덕이는 무심한 사람'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 북유럽은 유난히 저항의 가치를 높게 평가합니다. 학창시절부터 위에서 말하는 의견에 무조건 의문을 품도록 배웁니다. 선생님의 말에 손을 들고 반박하는 학생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고, 이런 모습이 '대단하다'고 긍정적으로 여겨집니다.

아울러 한국 비즈니스맨에게는 상대방의 말에 끼어드는 타이밍을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예전에 저는 한국 기업의 해외 지사를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회의실에 미국인과 한국인이 반반씩 있었는데도, 대화의 95%는 미국인이 주도하더라고요. 그곳의 한국인들은 영어가 모국어 수준이었기 때문에 언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왜 말을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상대의 대화가 끝날 때를 기다린다고 하더라고요. 절대 기다리지 마세요. 상대가 말하는 도중 언제든지 끼어들어도 됩니다.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해 논쟁에 기여한다면, 자신의 말을 잘랐다고 무례하다고 말할 서양인은 없습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능력을 높이 사게 됩니다."

2 개인 친분 쌓아도 비즈니스와는 별개

"서양권에서 신뢰의 기준은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인가'이지 '나와 얼마나 친한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한국 비즈니스맨들이 흔히 하는 실수죠. 나와 밥을 몇 번 같이 먹고 술을 몇 번 마셨는지, 가족끼리 얼마나 친한지, 고향이 같은지, 같은 학교를 나왔는지 등 친밀도는 신뢰의 결정 요소가 절대 아닙니다. 물론 비즈니스 파트너 혹은 직장 상사와 친해질 순 있어요. 하지만 친하다고 해서 그가 나에게 일을 맡기고 싶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 간 신뢰의 기반에는 '이성'과 '감성' 두 가지가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서양권 국가에서는 비즈니스 파트너 혹은 직장 동료끼리 신뢰를 쌓을 때 그 사람의 과거 백그라운드, 학교 성적, 업무 평가, 주변 평판 등의 요소들을 중요시합니다. 이 때문에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미 과거에 거짓말을 한 경력이 있거나 일을 잘 못하거나, 동료 사이에서 평판이 나쁘면 중요 업무를 맡길만큼 신뢰하진 않습니다. 공적인 일은 철저하게 이성에 기반을 둬 결정을 내리는 것이지요. 특히 미국에서 이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해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중국에서 신뢰는 주로 감정에 좌지우지됩니다. 나와 얼마나 친하고,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가에 따라 신뢰하고 말고가 결정되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혈연·지연·학연 등 업무 자체와는 큰 상관이 없는 배경 요소가 비즈니스에서 중요시되고, 회사 일 외에도 저녁식사, 술자리 등 부수적인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서양인과 일하는 한국인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데, 비즈니스 파트너 혹은 상사, 동료와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일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상대방은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것을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막상 업무로 돌아가면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은 잊어버리고 일만 생각할 겁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일을 더 완벽히 해놓는 게 효율적일 것입니다."

3 서양인은 다 비슷할 것이라는 건 착각

"모든 서양인에게 똑같은 전략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별 문화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인과 유럽인이 다를 뿐 아니라 유럽 국가별로도 성향이 크게 다릅니다. 저는 미국인이지만 프랑스인과 결혼해서 파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번은 남편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했는데, 갑자기 골프 시합을 두고 사람들이 논쟁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성이 높아지고 서로에게 삿대질을 해대며 격하게 싸우더군요. 이 모임은 완전히 틀어지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몇 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고, 서로 삿대질까지 하던 두 사람은 다시 웃으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너무 놀랐어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서양에서 상대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은 능력 있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미국인인 제 기준에 그건 업무에 국한되는 얘기고, 친구들끼리 대화할 때는 분위기에 따라 상대방의 의견에 맞춰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상대방에게 반대할 수 있는 허용 범위가 훨씬 더 넓었습니다. 친구끼리 의견이 맞지 않는다면 식사 자리에서도 충분히 반박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할 수 있지만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습니다. 상대 의견에 반대하는 것일 뿐이지 개인적으로 상대방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고 인식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서양인끼리도 문화가 많이 다릅니다.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도 문화가 많이 다르지요? 만약 제가 한국인을 중국인과 똑같다고 생각하고 대한다면 안 되겠죠. 국가별로 상대적인 차이점도 있습니다. 영국인에게 프랑스인이 어떠냐고 물으면, 대부분 시간을 잘 안 지킨다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스페인 사람에게 프랑스인이 어떠냐고 한다면, 시간을 매우 잘 지킨다고 하지요. 한쪽에서 말하는 스테레오 타입만 믿고 접근하면 잘못된 인식을 가지기 쉽습니다."

4 감정을 숨기지 말고 표현하라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세요. 많이 웃고, 정색도 하고, 눈을 흘기기도 하고, 고마워도 하고, 화도 내세요. 한국인의 무표정은 서양인의 신뢰를 얻는 데 상당히 큰 장애물입니다. 지금 어떤 기분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앞으로 어떤 말을 할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고 많은 서양인이 말합니다. 웃기는 상황에 웃지도 않고, 화나는 상황에 화도 내지 않는 경직된 모습은 솔직하지 못하고 가식적이라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이죠.

많은 한국인이 서양인과 소통할 때 제스처 등 보디랭귀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렵다고 말하는데,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까진 괜찮아요. 하지만 표정을 가만히 둬서는 안 됩니다. 상대가 얘기하면, 듣고 있다는 의미로 눈을 마주치고 적절하게 미소를 띠고, 농담을 하면 소리를 내서 웃어줘야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한국인은 종종 상대방의 얘기를 듣지도 않는 것처럼 보여요.

제가 한국 학생들에게 웃으라는 조언을 하면, 그들은 '안 웃겨서 안 웃는 거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처음 보는 사람에게 환하게 웃는 서양인이 더 가식적으로 보이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떤 감정이든 지금 느끼는 대로 표현해 보세요. 기분이 나쁘면 나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 보세요. 어떤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다면, 대부분 서양인은 사람과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호감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5 어린아이에게 하듯 분명하게 말하라

"서양인과 대화할 때는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에게 말한다고 생각하세요. 원하는 바를 노골적으로 세 번씩 강조해서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대부분 한국인은 직설적이지 못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의미와 속뜻이 다른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어요.

예컨대 속으로는 원하는 것이 있더라도 대놓고 그렇다고 말하지 못하고, 혹은 상대가 먼저 권유해도 우선은 사양하는 문화가 있죠? 한국인의 화법은 듣는 사람에게 너무나도 많은 '업무'를 부여합니다. 듣는 사람이 화자의 말과 톤, 분위기를 고려해 속뜻을 해석해야 합니다. 센스가 없는 사람은 상대의 의중을 몰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겠지요.

하지만 서양권에서 의사 전달의 책임은 전적으로 듣는 사람이 아닌 말하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속에 담긴 의미랄 게 없기 때문에 청자는 상대의 얘기를 똑바로 듣기만 하면 됐지, 또 다른 해석을 할 여지가 없어요. 이 때문에 서양인은 대부분 상대의 말에 담긴 또 다른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이 없습니다. 한국인과 일해본 서양인은 대부분 한국인이 '애매모호하게 말을 한다' 또는 '거짓말을 한다'는 평가를 합니다. 서양 문화에서는 사실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컨대 상사가 '너는 발표를 잘하는구나'라고 칭찬했을 때 한국에서는 예의상 '아닙니다. 잘 못합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면 안 돼요. 대놓고 '네, 저는 발표를 상당히 잘합니다'라고 말하는 게 옳아요. 왜냐면 그것이 사실이니까요. 사실을 말한다고 해서 그게 잘난 척이 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상사 입장에서 부하 직원의 업무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발언입니다. 칭찬이 부끄럽다고 '아니오'라고 말하는 순간 발표를 잘 못하고 자신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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