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끌어올린 中 증시, 투매는 막았지만 공포는…

    •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교수

입력 2015.07.18 03:04

중국 정부 개입 후 급한 불은 껐지만 증시 더 하락할 여지 있어

지난주 중국 정부는 증시 급락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다. 주가지수가 30%가량 하락하면서, 3조달러(약 3430조원)가 넘는 시가총액이 중국 증시에서 증발하자, 막강한 힘을 지닌 중국 정부는 전례 없는 조치를 했다. '시장 조작(market manipulation)'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조치였다.

중국 정부는 신용거래 제재를 대폭 완화했고, 신규 기업공개(IPO)를 금지했으며, 주식 매수를 촉진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시행했다. 그래도 증시가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자 중국 정부는 주요 주주들의 주식 매도를 6개월간 금지했다. 증시가 패닉에 빠지자, 중국 정부는 공매도(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 투자자를 체포해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중국 내 주요 대학 졸업식에서 졸업생이 'A주식(중국 본토 증시에서 내국인들이 거래하는 주식)을 되살려 인민들에게 이익을'이라고 외치도록 지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졸업생들의 외침은 별 효과가 없었지만, 매도 금지는 효과가 있었다. 주식을 팔 수 없는 상황에서 증시 부양책이 나오면 증시는 당연히 오른다. 중국 증시는 10%가량 반등했다.

중국증시 시장 조작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을 통제할 만큼 충분한 힘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답은 '그렇다'이다.

중국 정부가 증시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정말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우선 낙관적인 관점에서 해석하자면, 증시가 비이성적인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는 데 중국 정부의 조치는 도움이 됐다.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은 과도하게 매도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증시가 상승하면, 매출이나 이익 같은 기업의 펀더멘털보다 주가가 더 오르는 경향도 있다. 이는 통계적으로 입증이 가능하다. 이를 '추정적 기대(extrapolative expectations)'라고 부른다. 만약 중국 정부의 개입으로 증시가 패닉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중국 정부는 더 큰 규모의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한 조치를 계속 내놓게 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주가 폭락은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중국의 금융 시스템을 손상시킬 수 있을 수준의 증시 하락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비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중국 주식은 여전히 고평가 상태다. 중국 증시는 지난해 7월부터 폭락 직전인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150% 상승했다. 주가가 올랐다가 급격히 하락했다는 것은 지난 1년간의 증시 폭등이 기업의 기초체력과는 상관없는, 그야말로 거품이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국 기업의 주가는 여전히 너무 올라 있다. 이는 지금 중국 주식에 투자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중국 증시는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 중국 증시의 매도 압력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공포로 숨을 죽이고, 매도할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경제학자 오웬 러몬트(Lamont)는 기업들이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공매도 금지 같은 다양한 법적 조치와 시장 조작에 의존하는 사례를 연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한) 여러 노력에도 기업들의 주가는 일반적으로 더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가 맞다면, 증시 하락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은 소용없는 짓이다.

많은 애널리스트는 중국 주식이 여전히 고평가 상태라고 말한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의 글로벌 최고 투자 전략가인 러스 코에스트리치(Koesterich)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 주가가 폭등한 규모를 볼 때 30%의 조정이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아직 적정 가치(fair value)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보편적인 관점을 얘기한 것이며, 이는 억눌린 매도 압력이 남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 정부는 폭락장을 지루한 약세장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을 수도 있다. 인위적인 약세장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증시 폭락보다 중국 경제에 더 나쁠 수 있다. 주식의 기대 수익률이 계속 '마이너스'에 머문다면, 주식은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가치가 하락할 주식들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은 대출 한도를 줄일 수 있다. 중국 증시 투자로 계속 손해를 본다면,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도 고개를 들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 경제 상황이 악화한다는 비관론이 중국 경제가 장기간 호황을 이어갈 것이라던 낙관론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식시장의 국유화는 확실히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다. 주요 주주들의 보유 주식 매도 금지는 많은 외국 기업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매도 금지로 관련 회사들은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됐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경제 규제가 대폭 완화됐지만, 중국 정부가 언제라도 통제권을 다시 회수할 능력과 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미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중국 정부는 주식시장보다 더 힘이 세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러나 경제를 움직이는 힘은 이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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