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도전 해봤다" 수다 떨게 했더니… 직원들 자세가 달라졌다

    • 황성혜 한국화이자제약 전무

입력 2015.01.24 03:01

[황성혜의 글로벌 비즈니스 사전] 회사 슬로건

황성혜 한국화이자제약 전무
황성혜 한국화이자제약 전무
새해가 밝으니 여기저기에 파이팅 정신이 넘쳐난다. 눈길을 끄는 것은 회사마다 내세우는, 저마다 다른 캐치 프레이즈다.

기업의 캐치 프레이즈나 슬로건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땐 상품의 인상을 결정짓는 반면, 기업 안에선 구성원들을 하나의 가치나 신념으로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100곳이 넘는 마켓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회사에선 수천, 수만 명의 지구촌 직원들을 하나로 묶는 끈이다.

따라서 얼마나 잘 공유되고, 얼마나 직원들에게 체화되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 직원들의 행동 변화, 나아가 기업문화 변화까지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토리 텔링' 못지않게 '스토리 두잉(story-doing)'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지난해 본사에서 내건 '변화와 더불어 성공하기(thriving in change)'에 대한 워크숍이 열렸을 때다. 미국 본사 CEO를 비롯한 리더들이 각국 직원들과 화상 미팅으로 만났다. CEO는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다른 나라로 이사 가면서 처음 변화를 겪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나눴다.

이날 세계 각국 지사들은 일상 업무를 중단하고, 저마다 이 내용에 대한 워크숍을 열었다. 내 인생에서 큰 변화를 겪은 때가 언제였는지, 그걸 어떻게 받아들였고 그 속엔 어떤 기회가 있었는지, 어떤 도전을 해봤고 결국 어떤 성장이 있었는지 수다 떨 듯 나누게 했다. 뉴욕에서 배달된, 캐치프레이즈가 새겨진 알록달록한 스티커를 저마다 노트북 컴퓨터에 붙였다. 팀별로 향후 이걸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 토론하고, 그 내용에 대해 맹세하는 기념 촬영을 하고, 사진을 액자로 보관하게 했다.

한데 신기했다. "이번엔 또 무슨 주제로 계몽 운동을 시키려는 거냐"고 볼멘소리를 하던 직원들에게서 "내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집에 가서 우리 아이들이랑도 토론을 벌여봐야겠다"는 말이 나왔다. 국내 대기업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예전 회사의 슬로건은 주로 '우리가 일등' '이루고 달성하자'는 성과 위주였는데 미국 회사에 오니 끊임없이 태도와 자세에 대해 얘기를 한다"며 "개인의 스토리로 풀어가면서 각인시키는 방식 때문인지 더 구체적으로 와 닿는다"고 했다.

업무 중 나누기 불편한 얘기를 피하기보다는 솔직히 이야기하자는 '스트레이트 토크(straight talk)'의 의미가 강조된 적이 있다. 세계 각지 직원들에게 이 단어가 적힌 황금빛 동전이 배달됐다. 이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의미를 되새기고, 필요한 때 책상에 꺼내 놓고 대화를 이어가도록 했다. 본사에선 "아시아 문화권에선 상사에게 스트레이트 토크 하기 쉽지 않다고 들었다"며 이 슬로건을 강조하는 데 있어 고려할 문화 차이에 대해 논의한 적도 있다.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의 한국 지사장은 "지난 2~3년간 '우리의 운명은 우리 자신이 결정하자'라는 슬로건이 전사적으로 강조됐다"고 전했다. 어느 유럽계 사탕 회사의 올해 슬로건은 '경쾌하고 발랄한 삶(life less serious)'이다. 이곳 한국 지사장은 "사소한 것에 집착하거나 연연해 하지 말고 경쾌하고 맑고 밝게 살자는 뜻"이라며 "기업 문화에 이걸 어떻게 녹여낼 지가 요즘 고민"이라고 했다.

회사의 캐치프레이즈가 내 삶을 좌지우지하고 짓눌러서야 안 될 테다. 그러나 '어떻게 이 거친 세상을 헤쳐나가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지혜와 통찰을 준다면? 그건 마다할 게 아니라 고마워해야 할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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