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대안 고기'와 '비건 패션'

입력 2019.07.12 11:16 | 수정 2019.07.12 18:06

육즙이 흐르는 식물성 고기, 푸드테크

멤피스 미츠(Memphis Meats), 비욘드 미트(Beyond Meat), 임파서블 푸즈(Impossible foods)….

 

이 세 회사의 공통점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하며 동물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고기' 혁명에 뛰어든 벤처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가 거액을 투자한 회사들이라는 것이다.

 

2015년 창업한 멤피스 미츠는 동물 세포 배양을 통해 도축하지 않고도 동물 고기를 만들어낸다. 2017년 8월 게이츠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킴벌 머스크*,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농업 회사 카길(Cargill) 등으로부터 1700만 달러(약 199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동생


2016년 미국 최대 육류 업체 타이슨 푸즈는 식물성 고기를 미국 슈퍼에 대량 판매 중인 비욘드 미트*의 지분 5%를 인수했다. 게이츠 외에도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비즈 스톤과 에번 윌리엄스, 맥도널드 전 CEO인 돈 톰프슨,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 식품 업체 제너럴 밀스 등이 비욘드 미트 투자에 참여했다.

* 관련 기사: 비욘드 미트, 상장 첫날부터 '주가 급등'(퍼블리, 2019.05.31)

 

특수 기술을 사용해 육즙이 흐르는 식물성 햄버거 패티를 개발한 임파서블 푸즈에는 2017년 7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츠 등이 7500만 달러(약 878억 원)를 투자했다. 임파서블 푸즈는 2011년 창업 후 빌 게이츠, 호라이즌 벤처스* 등으로부터 계속 투자를 유치했는데, 누적 투자 유치액은 2억 6000만 달러(약 3043억 원)에 달한다. 2015년엔 구글로부터 3억 달러(약 3512억 원)에 회사를 팔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 리카싱 소유 투자사

 

게이츠가 미국의 3대 대안 고기 업체에 모두 투자한 것은 그의 평소 소신과 연결돼 있다. 그는 환경 파괴와 비효율적인 축산 시스템을 이유로 들며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왔다. 이 세 업체는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도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게이츠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게이츠뿐 아니라 브랜슨·웰치 등 세계적인 기업인, 타이슨푸즈·제너럴밀스 같은 미국 식품 대기업까지 투자하는 데에는 개인의 소신 외에도 더 큰 이유가 있다. 대안 고기 분야가 앞으로 급성장해 식품 산업의 혁신을 이끌 거라는 점을 미리 예측하고 한발 먼저 나선 것이다.

 

대안 고기 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급증하는 육류 소비를 기존 축산업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50년엔 세계 인구가 90억 명에 달하게 되며 육류 수요도 지금보다 70% 이상 늘 것으로 전망된다. 축산업의 환경 파괴도 심각하다. 영국 비영리 국제정책연구소 채텀하우스의 2014년 말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의 되새김·배설·운송·사료 생산 등으로 생기는 온실가스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에 달한다. 자동차·배·비행기 등 모든 운송 수단의 배출량보다 많다. 이미 세계 경작지의 30%가 가축 사료 생산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멤피스 미츠는 살아 있는 동물에게서 세포를 추출한 뒤 이를 배양해 고기를 만든다. 도축을 하지 않을 뿐 실제 동물 고기 맛과 차이가 거의 없다. 멤피스 미츠 직원이 배양육 샘플을 보여주고 있다. ⓒQUARTZ

동물 세포 배양한 '진짜 고기'

멤피스 미츠가 생산하는 고기는 식물을 이용해 고기 맛과 모양을 내는 '가짜 고기(fake meat)'가 아니라 진짜 소·닭·오리 고기다. 맛에서도 차이가 거의 없다. 다만 도축하지 않고 만들어낼 뿐이다. 우선 살아 있는 동물에서 세포를 추출해 4~6주 배양한다. 여기에 아미노산·산소·미네랄·당분 등을 첨가해 고기 형태의 근육조직으로 자라나게 한다. 이런 방식으로 2016년 1월 소고기 미트볼(고기 완자)을 선보였고 2017년 3월엔 닭·오리 고기를 만들었다. 2021년부터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배양육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멤피스 미츠의 우마 발레티 CEO는 2015년 줄기세포 연구 생물학자 니콜라스 제노베세와 함께 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어렸을 적 도축 과정을 지켜본 고기가 식탁에 오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심장 전문의가 된 그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심근을 재생시키는 수술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살아 있는 동물의 세포를 추출해 고기를 배양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발레티 CEO는 "소비자가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건강에도 좋은 방식으로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붉은 육즙 흐르는 식물성 고기 곧 일반화

식물성 고기는 이미 식탁에 오르고 있는데, 일반 육류와 맛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도 발전했다. 비욘드 미트는 2017년 7월 미국 최대 식료품 체인인 크로거(Kroger)의 13개 주 600여 매장에서 완두콩 등 식물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버거용 고기 패티 '비욘드 버거'를 팔기 시작했다. 매장 내 육류 코너에 일반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나란히 진열돼 있다.

 

에선 브라운 비욘드 미트 CEO는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특이한 상품이 아니라 육류 코너에서 파는 일반 고기와 다를 바 없는 제품으로 받아들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비욘드 버거는 현재 크로거와 슈퍼마켓 체인 세이프웨이를 포함해 미 전역의 2000여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 2017년 초까지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드와 미 서부 일부 레스토랑에서만 판매됐던 것에 비하면 보급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창업자인 브라운 CEO는 청정에너지를 개발하다 식물성 고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을 알게 되면서다. 그는 식물 단백질을 가열·냉각한 뒤 압력을 가해 동물 단백질 구조처럼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임파서블 푸즈도 식물성 고기 버거를 만들지만, 비욘드 미트와 달리 뉴욕·샌프란시스코의 고급 레스토랑과 버거 체인점에서 조리된 버거를 판매한다. 현재 우마미 버거 등 레스토랑 40여 곳에서 임파서블 푸즈의 '임파서블 버거'를 사 먹을 수 있다.

 

임파서블 버거의 핵심 성분은 '헴'이라는 물질이다. 헴은 헤모글로빈에 들어 있는 붉은 색소 분자로 철분을 함유하고 있다. 고기가 핏기를 띠게 하고 익혔을 때 고기 특유의 맛이 나게 하는 물질이다. 임파서블 푸즈는 콩과(科) 식물 뿌리에서 헴을 추출해 복제했다. 여기에 감자 등 다른 식물에서 분리한 식물 단백질과 비타민, 코코넛 지방 등의 영양소를 결합해 식물성 고기 패티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패티는 진짜 소고기처럼 익혔을 때 붉은 육즙이 흘러나온다.

 

임파서블 푸즈는 2017년 9월 7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공장을 새로 열었다. 패트릭 브라운 임파서블 푸즈 CEO는 "이 공장에서 매달 식물성 고기 450t을 생산할 계획인데, 그렇게 되면 레스토랑 1000여 곳에 납품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밀레니얼 세대 덕에 산업 급성장할 듯

식물성 고기는 일반 육류 대비 가격 경쟁력도 갖춰 가고 있다. 버거 체인점 베어버거에서 판매되는 임파서블 버거는 13.95달러(약 1만 6300원)로, 이곳에서 판매되는 다른 프리미엄 버거 제품과 가격이 비슷하다. 버거용 패티 두 장이 들어간 비욘드 버거 한 팩은 슈퍼마켓에서 5.99달러(약 6700원)에 판매된다. 브라운 CEO는 "앞으로 생산량을 늘리면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배양육은 일반 소비자가 사 먹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연구·개발 단계라 생산비가 높다. 전문가들은 2020년대 초반쯤에는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주력이 될수록 대안 고기 산업은 더 빨리 성장할 전망이다. 이들은 육류 소비의 증가가 환경을 파괴하거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민감하게 여긴다. 따라서 그들의 기호를 만족시킨다면 값이 약간 비싸더라도 대안 고기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비욘드 미트의 세스 골드만 회장은 "미국은 전 국민의 5%가 채식주의자이고 2010년부터 이미 육류 수요가 줄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유기농이 주류가 되는 데 20년이 걸렸지만, 대안 고기는 그보다 훨씬 빨리 대중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Simon Matzinger/Unsplash

비건(vegan) 패션의 시작

오렌지 껍질, 파인애플 잎사귀, 버섯 뿌리 등 음식물 쓰레기통에 가면 볼 수 있는 오물들이 요즘 패션 업계에서는 최고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는다. 명품 가방과 스카프 등의 주재료였던 가죽과 실크를 대신할 구원투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오물들이 명품 소재가 됐을까?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구찌(Gucci) 등 해외 유명 명품 제작 업체들까지 동물 보호에 동참하겠다고 나선 까닭이다.

 

오랜 기간 희귀 동물의 털과 가죽으로 '멋'을 선도해온 명품 업체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거세진 동물 애호가들의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잔혹하게 희생되는 동물들의 실태가 알려지고 실제 동물 털·가죽보다 '가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그러자 명품 업체들도 하나둘 동물 가죽과 털·실크 등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패션(vegan fashion)' 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눈 돌린 분야가 인조 가죽인조 모피와 같은 '대안 원단(alternative fabrics)' 시장이다.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대안 원단이 동물 털이나 가죽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첨단 공법과 생체공학기술까지 더해지면서 동물 소재 못지않은 기능을 갖추며 기발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테슬라 자동차 시트도 파인애플

2018년 1월 열린 독일 베를린 패션위크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그린쇼룸'에서는 등산복과 백팩 한 세트가 눈길을 끌었다. 독일 아웃도어 업체 브랜드 바우데(Voude)가 제작한 이 상품은 우유 부산물을 활용해 만든 제품이다. 등산복과 배낭의 안감에 사용된 부드럽고 보온성 좋은 원단이 우유 부산물에서 나왔다. 원단은 독일 스타트업 'Q밀히(Q-Milch)'가 먹지 못하는 우유 부산물에서 단백질 성분을 분리·가공해 제작한다. 독일에서 매년 200만t씩 버려지는 미살균 우유가 그야말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이 업체는 이런 미살균 우유를 활용해 의류용 원단 외에 화장지도 생산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처럼 친환경·동물 친화적 소재를 활용한 의류·잡화가 전시되는 박람회가 열렸다. 스페인 패션 브랜드 마라빌라스(Maravillas)가 선보인 백팩과 핸드백은 '파인애플 가죽'으로 만들었다. 원단은 영국 업체 아나나스 아남(Annanas Anam)이 개발한 '피냐텍스(Piñatex)'다.


파인애플 가죽은 파인애플의 잎사귀를 모아 섬유질을 뽑아내고, 고무 성분을 제거한 뒤 숙성시키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섬유질은 부드러워지고 공기가 잘 통하게 되는데, 섬유질을 모아 펠트처럼 찍어내고 무두질하면 바느질을 견뎌낼 만큼 단단해진다. 무두질은 불필요한 성분을 제거하고 약품을 흡수시켜 사용하기 편리한 상태로 만드는 작업 과정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가죽 대체재인 피냐텍스가 탄생하게 된다.

 

LVMH(Louis Vuitton Moët Hennessy) 그룹 산하의 패션 브랜드 이던(Edun), 스포츠웨어 브랜드 푸마(PUMA) 등 유명 브랜드도 피냐텍스로 만든 상품을 판매한다. 피냐텍스는 동물성 가죽보다 방수 기능이 좋고 가격도 저렴해 패션 업계 밖에서도 러브콜을 받는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Tesla)의 자동차 시트 가죽이 피냐텍스로 만들어진다.

 

대안 원단 실험 사례

패션 강국 이탈리아에서는 과일을 활용한 대안 원단 실험이 한창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명물로 꼽히는 오렌지는 하늘하늘한 스카프 원단으로 재탄생했다. 이탈리아 특산물을 활용한 독특한 원단 개발을 고민하던 패션학도 아드리아나 산타노치토와 엔리코 아레나가 시칠리아에서 매년 7억t가량의 오렌지 부산물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원단 개발에 나선 것이다.

 

오렌지 껍질과 부산물에서 섬유소를 추출하고 가공하는 등의 실험을 한 끝에 2014년 '오렌지파이버'의 첫 시제품이 탄생했다. 지금은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단계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는 2017년 이 원단으로 만든 스카프를 '오렌지파이버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출시해 판매에 들어갔다.

 

밀라노에 있는 패션 브랜드 비제아(Vegea)가 판매하는 가죽 핸드백은 언뜻 보면 내구성 좋은 소가죽 핸드백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단단해 보이고, 각이 잘 잡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핸드백의 주요 소재는 포도다. 포도로 와인을 만든 뒤, 와이너리*에서 매년 태워 없애는 포도 찌꺼기를 눌러 붙인다. 그다음 섬유질과 기름을 뽑아내고 가공하면 이른바 '와인 가죽'이 만들어진다.

* 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

 

이 업체에 따르면 연간 260억 리터씩 생산되는 와인에서 발생하는 70억kg의 포도 찌꺼기를 활용하면, 연간 최대 30억 제곱미터 면적의 와인 가죽을 만들 수 있다. 와인 가죽은 2017년 스웨덴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의 글로벌 체인지 어워드(Global Change Award)*에서 1위를 차지해 30만 유로(약 4억 원)의 개발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 환경에 도움이 되는 신소재 개발 콘테스트

2018년 1월 독일 베를린 패션위크 때 펼쳐진 패션 행사 가운데 하나인 ‘그린쇼룸'에 등장한 핸드백과 모델. 그린쇼룸은 친환경·동물 친화적 패션 재료를 고민하는 기업과 소비자가 많이 찾는 행사다. ⓒGreen Showroom

버섯 역시 가죽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의 원단개발업체 'ZGE(Zero Grado Espace)'는 버섯 가죽 '무스킨(Muskin)'을 만든다. 중국이 원산지인 대형 버섯의 갓 부분에서 겉껍질을 벗겨내고 가공하면 코르크 빛이 나는 버섯 가죽이 탄생한다. 외양과 감촉은 스웨이드 가죽*과 흡사하다. 자연 방수 기능도 있어 여러 디자이너가 무스킨으로 신발·가방 등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 무두질한 가죽의 표면을 긁어서 보풀이 일게 한 부드러운 감촉의 가죽

 

아예 버섯 자체를 '가죽용'으로 키우는 업체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마이코워크스는 버섯 뿌리 부분에 해당하는 균사체를 활용해 패션의류용 가죽부터 벽돌까지 다양한 원자재를 만들고 있다. 버섯의 균사체는 톱밥이나 옥수수 속대 등 음식 부산물을 양분 삼아 성장하는데, 이 같은 환경을 조절해 가죽·벽돌 등 원하는 강도와 형태의 재료로 만든다. 가죽용으로 키운 버섯을 무두질하면 소·뱀·양가죽과 비슷한 질감과 강도의 가죽이 된다. 또 가구용으로 키운 버섯은 내구성이 강해 사람이 깔고 앉아도 형태가 변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최근에는 DNA 편집 기술이 대안 원단 제작에 활용돼 세계 패션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인공 가죽 제작 업체 모던메도(Modern Meadow)는 DNA 편집을 통해 콜라겐을 생성하는 인공 세포를 만든다. 이 세포에서 나온 콜라겐을 결합하면 털을 뽑을 필요도, 무두질할 필요도 없는 가죽이 생산된다. 모던메도는 세콰이어캐피털 등 유명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2012년부터 이 기술을 개발해왔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2017년 10월에는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가죽 원단 '조아(Zoa)'를 덧댄 면 셔츠를 만들어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Is Fashin Modern(패션은 현대적인가)?' 전시회에 출품했다.

 

유전자 복제 기술을 활용해 '인공 거미줄' 섬유 만들기에 도전한 기업도 있다. 미국의 벤처회사 볼트트레즈(Bolt Threads)는 가늘고 부드러우면서도 내구성이 강한 거미줄의 활용 방안을 연구했다. 그 결과 거미의 DNA를 복제·변형해 효모에 심고 난 뒤, 거미줄과 같은 성분의 단백질을 뽑아내 '마이크로실크'라는 섬유를 제작하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아직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이 업체는 다양한 시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2017년 10월 뉴욕현대미술관 전시회에서 볼트트레즈의 마이크로실크로 만든 황금빛 드레스를 선보였다. 2017년 말에는 자체 제작한 마이크로실크 넥타이,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생산하는 양털과 마이크로실크를 결합해 만든 털모자를 소량 판매하기도 했다.

 

다른 업체들도 '인공 거미줄'에 주목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일본의 신소재 개발 기업 스파이버(Spiber)와 함께, 스포츠웨어 브랜드 아디다스는 독일 기업 암실크(AMSilk)와 함께 인공 거미줄 의류를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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