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쓴맛 본 월街 엘리트·기업인에게 규제 개혁 칼 쥐여준 트럼프

입력 2017.01.14 03:00

美 3대 경제정책 이끌 7인의 트럼프 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크게 3가지 방향의 경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감세(減稅)와 규제 개혁, 자유무역협정 재검토, 1조달러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이다. 이 정책을 통해 그는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 정책을 추진할 사람들을 경제팀에 포진시켰다. 경제팀에는 월스트리트 출신 억만장자나 비즈니스맨 출신 등 실무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많다. 트럼프 3대 정책을 떠맡아 미국 부흥의 원대한 꿈을 추진해갈 사람들은 누구일까.
1960년대 이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성적표
그래픽=김현국 기자
1 감세와 규제 개혁

내각에서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가, 백악관에서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트럼프 경제 정책의 키를 잡는다.

므누신은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 살로먼 브러더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로 옮겨 17년 동안 일하며,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를 지냈다. 유대인 집안인 므누신은 전형적인 월스트리트 엘리트다. 그의 아버지도 골드만삭스에서 33년간 일했다. 므누신은 2002년 골드만삭스를 떠난 뒤 월스트리트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의 펀드에 합류했다가 2004년 듄 캐피털을 설립했다. 영화 '엑스맨' '아바타' 제작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에는 파산 위기에 처한 미국 최대 주택대출은행 인디맥을 16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름을 원웨스트뱅크로 바꾸고 회장으로 총괄하다가 2015년 34억달러에 팔았다. 므누신은 2008년 트럼프의 시카고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해 인연을 맺었다. 상원 인준을 받아 재무장관이 되면 그는 로버트 루빈, 헨리 폴슨에 이어 세 번째 골드만삭스 출신 재무장관으로 기록되게 된다.

므누신은 세제(稅制), 규제 개혁 등 트럼프 경제 공약의 골격을 담당한다. 환율 정책도 므누신의 손을 거친다. 므누신은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는 전제하에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재지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 3대 경제정책 이끌 7인의 트럼프 사단
공직 경험 없는 민간인이 규제 개혁

NEC는 대통령에게 전반적인 경제 정책을 조언하는 자리다. 트럼프 당선인은 "콘 위원장이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이는 경제 정책을 만들고, 일자리 해외 유출을 막고, 고통을 겪는 미국인들을 위해 많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작업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동유럽 유대인 집안 출신인 콘은 미국 철강회사인 US스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뉴욕선물거래소에서 은(銀) 거래인으로 일했다. 1990년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주로 원자재와 채권 투자를 맡다가 2006년 골드만삭스 최고운영책임자(COO)직을 지냈다.

골드만삭스 출신 투톱, 콘과 므누신은 공직(公職) 경험 없이 민간에서 잔뼈가 굵었다. 트럼프가 정부 규제 개혁의 칼을 이들 손에 쥐여준 이유이다. 관료는 규제하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규제를 맛본 기업인들에게 규제 철폐를 맡긴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당선 첫 공약으로 월스트리트 금융 규제 완화를 약속했고, 미국 증시는 금융 업종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S&P500지수 중 금융 업종 지수는 대선 후 두 달 동안 18%나 올랐다.

정부 정책 반대하던 인사 발탁도

릭 페리 에너지장관,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은 각 분야에서 규제 개혁 실무를 담당하게 된다.

페리는 2000년부터 14년여 동안 텍사스주 주지사를 지냈다. 2011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에 뛰어들었다가 "난 연방정부 부처 중 3개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무부, 교육부 그리고…"라고 말했지만 세 개 중 한 개 부처가 어딘지 까먹어 대답을 못 했다. 지지율에 타격을 받았고, 경선을 접어야 했다. 그가 까먹은 부처가 에너지부이다. 트럼프는 "페리가 미국의 에너지 자립(自立)을 앞당기고, 미국에 새로운 부(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부 폐지론자에게 에너지부를 맡겨, 화석연료 개발을 억누르고 있는 각종 규제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퍼즈더는 햄버거 체인 '하디스'와 '칼스주니어'를 거느리고 있는 'CKE레스토랑'의 최고경영자(CEO)이다. 기업법 전문 변호사 등으로 활동하다, 하디스를 인수해 재정난을 겪고 있던 CKE의 CEO로 발탁됐다.

트럼프 내각 인물 가운데 트럼프와 스타일이 가장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CKE는 미국 내 3700개 매장이 있고, 7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그는 한 TV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자동화 속도가 빨라지고, 소비자 가격이 오른다"고 했다. 또 "(기계는) 항상 정중하고, 매상을 많이 올리고, 휴가도 가지 않고, 지각도 하지 않고, 나이·성별·인종차별 사건에 휩싸이지도 않는다"고 했다. 기업 입장에서 노동 관련 규제를 없애는 것이 퍼즈더의 과제이다.
미 3대 경제정책 이끌 7인의 트럼프 사단
2 보호무역

트럼프 경제 정책의 또 다른 축인 보호무역은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시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대중(對中) 강경론자 3명이 집행하게 된다.

트럼프는 국가무역위원회(National Trade Council)를 신설했다. 상무부와 USTR 등을 총괄하는 경제 분야 'NSC(국가안보회의)' 역할이다. NTC 수장으로 나바로 UC어바인 교수를 앉혔다. 나바로는 1990년대 민주당 당적으로 샌디에이고 시장 등 여러 차례 선거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 공화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 2011년)' 등의 책을 썼다.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불공정 무역을 해왔다고 강하게 비판해 왔다.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는 투자은행인 로스차일드에서 24년간 일했다. 1980년대 트럼프 소유 카지노가 경영난에 부딪혔을 때 이를 도와 구조 조정을 해준 경험이 있다. 공격적인 구조 조정은 그의 장기이다. 2002~2004년 미국의 파산한 5개 철강업체를 인수·합병(M&A)해 미국 최대 철강업체 인터내셔널스틸그룹(ISG)을 설립했다. 2005년에 그는 회사를 인도의 미탈 그룹에 매각했다. 사양 산업인 기업을 싼값에 사들여 부실을 털어내고 되팔거나 상장시키는 데 정통한 투자자다. 중국산 철강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해온 그는 트럼프 당선 이후 아베 일본 총리와 면담을 주선한 지일파이다.

USTR 대표로는 라이시저 전 USTR 부대표가 지명됐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USTR 부대표로 20여개 양자 통상협정에 관여했던 통상 전문 변호사이다. 관직에서 물러난 뒤 미국 최대 철강회사인 US스틸을 변호해 중국을 상대로 한 철강 분야 반덤핑 제소를 담당했다. 라이시저는 2008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자유무역이 수출국·수입국에 모두 도움이 된다는 입장에 대해 "일상생활에 적용되지 않는 상아탑 논리"라고 비판했다.

3 1조달러 SOC 투자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미국의 인프라 경쟁력은 세계 13위이다. 항만(10위), 도로(14위), 철도(15위), 전기(16위) 등 개별 인프라의 경쟁력도 변변치 않다. 트럼프가 향후 10년간 1조달러 인프라 투자를 공약하며 든 이유다.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재원 조달은 므누신 재무장관의 몫이다. 그는 내정 발표 전 '인프라은행'을 설립해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의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공약에서 이름을 빌려왔다. 클린턴은 증세(增稅)로 인프라은행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트럼프는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면서 동시에 국채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다만 국채를 발행할 때에는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에 지명된 믹 멀베이니 하원의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예산관리국은 행정부 예산 사용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조직이다. 변호사인 그는 건축·부동산업을 하다가 2010년 공화당 내 원리주의 정치운동 '티파티'의 지원을 받아 하원의원이 됐다. "내가 속한 정당에서 원한다고 해서 지출을 더 늘리고, 다른 정당에서 원한다고 해서 지출을 꺼릴 수는 없다"고 말하는 원칙론자다. 그가 트럼프의 재정 확대 정책을 어떻게 지원할지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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