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부채가 성장에 악영향" "지구 어디서 돈 끌어오나"

입력 2016.10.15 03:04

크루그먼과 논쟁했던 석학들

폴 크루그먼 미 뉴욕시립대 교수의 별명은 '경제학계의 믹 재거(록 그룹 롤링스톤스의 리드 보컬)'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거침없이 말하기 때문이다. 특정인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비난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적(敵)도 많다. 로버트 머피 미 보스턴대 교수는 매주 크루그먼 교수가 게재하는 칼럼을 반박하는 팟캐스트 '콘트라크루그먼(contraKrugman·크루그먼 반대)'을 제작한다.

로고프·라인하트 "美 정부 부채 절벽 임박" VS. 크루그먼 "부채와 성장률은 관계없어"

가장 유명했던 논쟁은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케네스 로고프,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와 벌인 긴축 재정 논쟁이다.

로고프·라인하트 교수는 2010년 4월 발표한 '부채 시대의 성장'이란 논문을 통해 "재정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를 넘어가면 국가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미국 부채가 GDP의 90%를 넘어선 뒤부터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로고프-라인하트 절벽'이라는 용어로 미 경제학계에 화제를 일으켰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두 교수의 논문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논문에서 문제 삼은 미 정부 부채가 GDP의 90%를 넘어선 시점은 이미 성장률 둔화가 시작된 뒤인 제2차 세계대전 직후였으므로 정부 부채가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공격했다. 오히려 그는 "미국 정부는 부채 걱정을 하지 말고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크루그먼 교수의 공격에 로고프 교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해 7월 로고프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을 통해 "미국과 영국의 정부 부채는 GDP의 100%에 달해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며 "재정 확장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가 확실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부채를 가벼운 문제로 여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케네스 로고프 교수 외
①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②올리 렌 전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 ③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④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교수
크루그먼 "유럽, 효과 없는 긴축에 집착" VS. 렌 "크루그먼의 주장은 조작된 진실"

재정 긴축·확장을 둘러싼 논쟁은 유럽연합(EU)의 정책을 놓고도 이어졌다.

크루그먼 교수는 2013년 2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당시 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이던 올리 렌 핀란드 경제장관을 겨냥해 "'공포의 렌'이 효과도 없는 긴축정책에 집착한다"며 "이렇게 잘못된 정책이 유지되는 것은 유럽 지도부가 경제의 기본조차 모르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렌 장관은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긴 사노마트 인터뷰에서 "크루그먼의 주장은 '조작된 진실'에 불과하다"며 "지구 어디에서 경기 부양에 필요한 돈을 끌어오느냐"고 반박했다.

크루그먼 "미국, 중국에 압력 가해야" VS. 로치 "크루그먼에게 야구배트 휘둘러야"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와도 한바탕 붙었다. 발단은 2010년 중국의 위안화 절상 문제를 놓고 크루그먼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미국 정부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야구배트를 휘둘러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글을 쓴 것이다. 그러자 로치 교수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지금은 중국을 자극할 때가 아니다"며 "야구배트는 크루그먼에게 휘둘러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크루그먼 "英 더블 딥 부를 것" VS. 퍼거슨 "경제성장률 회복된 건 긴축정책 덕분"

2015년에는 영국 정부의 재정정책을 두고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와 논쟁을 벌였다.

크루그먼 교수는 NYT에 '생각 없는 자들의 승리'라는 제목의 글을 써 "영국 경제는 애초에 긴축정책이 필요할 만큼 긴박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재정 긴축 덕분에 영국 경제가 다시 성장했다는 보수당의 주장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불필요한 정책 때문에 영국은 향후 더블 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퍼거슨 교수는 허핑턴포스트에 곧장 반박 칼럼을 내고 "크루그먼은 보수당이 긴축정책을 펼친 2010년부터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회복되고 190만개 일자리가 창출된 것을 보고도 믿지 못하느냐"며 "그의 편협한 주장은 관광객 정도의 지적 수준을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조롱했다.

크루그먼 "샌더스 주장은 주술 같은 소리" VS. 라이시 "목표 높아야 절반이라도 달성"

가장 최근 논쟁은 버니 샌더스 미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경제정책을 두고 벌인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교수와의 맞대결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샌더스의 공약 중 어느 하나 제대로 경제학적 증거를 갖춘 것이 없다"며 "(샌더스의 공약을 지지한) 제럴드 프리드먼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 교수의 연평균 5.3% 성장 주장은 비상식적이며, 좌파의 부두교(민간 신앙의 일종) 주술 같은 경제학"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샌더스의 지지자였던 라이시 교수는 "(크루그먼은) 프리드먼의 논문을 제대로 읽어보기나 하고 비난하라"며 "빵 한 덩어리를 꿈꿔야 반 덩어리라도 얻는 법"이라고 반박했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