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6.06.04 03:07
신흥국 소비자를 공부하라… 신흥국 기업을 공부하라
아미타바 차토파타이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
2007년 세계 1위 제약 회사 노바티스(Novartis)는 인도의 시골 마을에서 난관에 부닥쳤다. 노바티스는 주요 대도시에는 잘 알려진 제약 브랜드였다. 하지만 인도 국민의 60~65%가 살고 있는 시골 마을에선 의료와 질병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낮았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약을 팔려면, 주민들에게 기본적 의료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었다. 처음엔 동사무소 같은 곳에 TV를 여러 대 설치해 교육 영상을 틀려 했다. 그런데 전기가 잘 공급되지 않아 실패했다. 다음에는 인도 시골 마을에서 길거리 공연이 매우 인기 있다는 것을 알고 공연 속에 의료 지식을 접목했다. 그러나 공연 배우들이 자꾸 애드리브(즉흥적 대사)를 하고 대본을 잘 따라주지 않아 이 역시 실패했다.
노바티스는 '건강 알리미'들을 모집해 의학과 질병에 대한 기본적 지식을 가르치고 훈련했다. 그다음 건강 알리미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3만곳이 넘는 시골 마을을 찾아가 주민들을 교육했고, 이 과정에서 조금씩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덕분에 노바티스는 시골 주민들에게 의료·질병에 관한 기본적 지식을 교육하는 동시에, 약국과 개인 의사들에게 처방전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약품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힌두어로 '건강한 가족(Arogya Parivar)'이라 부른 이 프로젝트는 2013년 매출 480만달러를 냈고,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다른 신흥국에도 도입됐다.
노바티스는 '건강 알리미'들을 모집해 의학과 질병에 대한 기본적 지식을 가르치고 훈련했다. 그다음 건강 알리미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3만곳이 넘는 시골 마을을 찾아가 주민들을 교육했고, 이 과정에서 조금씩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덕분에 노바티스는 시골 주민들에게 의료·질병에 관한 기본적 지식을 교육하는 동시에, 약국과 개인 의사들에게 처방전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약품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힌두어로 '건강한 가족(Arogya Parivar)'이라 부른 이 프로젝트는 2013년 매출 480만달러를 냈고,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다른 신흥국에도 도입됐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MBA)의 아미타바 차토파타이(Chattopadhyay·59) 교수는 "노바티스처럼 현장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부딪치며 소비자를 배우는 것이야 말로 신흥 시장 진입에 성공하는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기업 전략 전문가인 차토파타이 교수는 지난 30여 년 학자 생활 중 절반 이상을 신흥 시장 기업 연구에 할애했다. 1990년대부터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한 인도, 중국 기업들을 분석하면서 이들만의 생존 전략과 혁신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차토파타이 교수는 "잠재 고객 수억 명을 잡을 목적으로 신흥국에 진입하려는 기업은 신흥국 '소비자'를 공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신흥국 출신 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신흥국 '기업'을 공부하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인시아드의 싱가포르 캠퍼스에서 차토파타이 교수를 만났다. 인시아드는 프랑스 퐁텐블로,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각각 캠퍼스를 두고 있는 글로벌 경영대학원이다.
차토파타이 교수는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가르쳤다. 그의 이름이 발음하기 어렵다고 말하자, 녹음기에 입을 가까이 대고 '차토, 파타이'라고 천천히 발음해줬다.
그는 특히 앞으로 부상할 신흥국 브랜드들과 경쟁하려면 신흥국식(式)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화장품 회사 나투라, 러시아 통신 회사 MTS, 중국 하이얼(海爾)이나 레노버처럼 신흥국 출신 중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으로 차토파타이 교수는 저비용, 저임금 환경을 꼽았다.
기업 전략 전문가인 차토파타이 교수는 지난 30여 년 학자 생활 중 절반 이상을 신흥 시장 기업 연구에 할애했다. 1990년대부터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한 인도, 중국 기업들을 분석하면서 이들만의 생존 전략과 혁신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차토파타이 교수는 "잠재 고객 수억 명을 잡을 목적으로 신흥국에 진입하려는 기업은 신흥국 '소비자'를 공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신흥국 출신 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신흥국 '기업'을 공부하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인시아드의 싱가포르 캠퍼스에서 차토파타이 교수를 만났다. 인시아드는 프랑스 퐁텐블로,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각각 캠퍼스를 두고 있는 글로벌 경영대학원이다.
차토파타이 교수는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가르쳤다. 그의 이름이 발음하기 어렵다고 말하자, 녹음기에 입을 가까이 대고 '차토, 파타이'라고 천천히 발음해줬다.
그는 특히 앞으로 부상할 신흥국 브랜드들과 경쟁하려면 신흥국식(式)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화장품 회사 나투라, 러시아 통신 회사 MTS, 중국 하이얼(海爾)이나 레노버처럼 신흥국 출신 중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으로 차토파타이 교수는 저비용, 저임금 환경을 꼽았다.
◇신흥 시장에서 경쟁력 갖추려면
①현지 소비자들의 습관을 파악하라
"중국, 인도처럼 잠재 소비자 규모가 큰 신흥 시장에 외부 기업이 진입해 성공하려면 소비자를 알아야 합니다. 현장에 들어가 그곳에 완전히 몰입해 소비자를 공부하고 관찰하며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연구소와 디자인 인력을 신흥국에 배치하고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해야 합니다. 이것을 가장 잘 수행한 사례가 한국 기업인 LG전자입니다. LG전자는 TV 소리를 아주 크게 트는 인도인들의 습관을 이해하고 스피커 기능을 최대화한 TV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저도 왜 인도인들이 TV 볼륨을 크게 틀고 보는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소비자들의 수요를 잘 이해한 셈입니다. 또 다른 예로 미국 가전업체 월풀(Whirlpool)은 브라질 시장에 세탁기를 팔고자 소비자들의 빨래 습관을 관찰했습니다. 월풀은 브라질 사람들이 빨래에 물기가 남아있지 않게 꼭 짜서 말리기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강력한 힘으로 빨래를 돌리는 것보다, 세탁 후 탈수가 잘 돼 있어야 '옷이 깨끗하게 세탁됐구나' 하고 느낀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월풀은 비싼 모터를 쓰는 대신 탈수 기능을 높인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생산 비용도 낮출 수 있었고 브라질 소비자들 마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②현지인을 고용하고 현지에서 생산하라
"마케팅과 인사 담당(HR)은 현지인을 고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비자들과 접점을 찾는 마케팅 분야야말로 현지인의 감각이 필수적이니까요. LG전자가 인도에 처음 진출했을 때 다른 다국적 기업과 달랐던 점은, 단기간에 100곳이 넘는 사무소를 열었다는 것입니다. 인도는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고 지역이 넓기 때문에 냉장고나 세탁기가 고장 나면 수리를 맡기는 데만 몇 주, 몇 달이 걸립니다. 그런데 LG전자는 촘촘하게 사무소를 차려놓고 빠르게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처했습니다. LG전자 제품이 고장나면 하루 이틀 만에 수리하는 사람이 와서 도와주니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올라갔습니다. 그러자 지역 유통업체들도 너도나도 LG전자 제품을 팔고 싶어 했죠. 외국 기업들이 신흥 시장에 진출한 뒤 저지르는 큰 실수 중 하나는 본국 임원들을 높은 자리에 우르르 앉히는 일입니다. 공장을 운영하는 방법, 근로자들이 일하거나 쉬는 방식, 휴일을 보내는 방식 등은 국가와 지역별로 대단히 차이가 납니다. 사람을 돌봐야 하는 자리만큼은 현지 사람들을 적극 채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③여러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아라
"소수의 도시민, 부유층보다 다수의 저소득층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진국 출신 대기업들은 신흥국에 접근할 때 대도시에 거주하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안정적 소득이 있는 계층을 소비자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도, 브라질과 같은 신흥 시장에서 부유한 계층은 인구 전체로 보면 주류는 아닙니다. 아직 도시화, 산업화가 덜 된 낙후한 시골에 살고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야말로 신흥 시장의 가장 평범하고 대중적인 소비자 계층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현재 인도 인구의 60%는 도시화되지 않고 낙후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이와 반해 선진국에선 발전하지 않은 시골에 사는 인구가 5~10% 정도밖에 안 됩니다. 물론 저소득층 소비자만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수많은 다국적 대기업이 신흥 시장에 진출하면서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염두에 두지 않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들이 놓치고 있는 시장이 상당히 크다는 걸 지적하고 싶은 겁니다. 왜냐하면 저소득층 소비자들도 수요가 있고, 좋은 브랜드의 상품을 사고 싶어 하니까요. 저는 저소득층 소비자들이야말로 매우 충성스러운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들은 가진 자원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정말 믿을만한 제품을 사고 싶어 합니다. 신흥국 소비자라고 해서 브랜드가 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개발도상국에선 브랜드가 훨씬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저소득 소비자들에겐 돈을 들여서 제품을 샀는데 고장이 쉽게 나면 대체할 제품을 살 여력이 없기 때문이죠."
◇신흥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④신흥국 기업들의 '절약형 혁신' 배워라
"신흥국 기업들에선 신흥 시장의 저비용, 저임금 구조를 활용한 절약형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신흥국 기업들은 척박한 투자 환경에서 비용을 더 줄여가면서 혁신을 하기 마련입니다. 중국의 비야디(BYD·比亞迪)는 1995년 왕촨푸(王傳福) 회장이 창립한 회사로 배터리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전기차 부문까지 확장해, 지난해엔 테슬라, 닛산을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비야디가 처음 생겨났을 당시 리튬이온 배터리는 산요, 샤프, 소니가 점유한 시장이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들려면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클린룸이 필요했는데 생산 라인 하나 만드는 데 1000만달러가 필요했습니다. 그만한 자금이 없던 비야디는 이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클린박스'를 만들었습니다. 클린룸은 근로자가 유니폼을 입고 일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매우 낮은 반면, 클린박스는 바깥에서 장갑을 끼고 박스 안으로 손만 넣어서 작업하면 됐기 때문에 근로 생산성도 올라갔고 비용도 아낄 수 있었습니다. 비야디는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 내에선 배터리 1위 기업입니다. 비야디가 만드는 제품은 품질 면에서도 뒤지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비야디가 만든 전기차와 전기 트럭 등을 수입해 대중교통에 쓰고 있습니다."
⑤시간을 단축해 기민하게 움직여라
"인도의 자동차 회사 마힌드라&마힌드라는 1998년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지 4년 만인 2002년 대표 모델인 '스콜피오'를 출시했습니다. 이렇게 단시간에 스콜피오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마힌드라는 디자인 접근 방식을 바꿨습니다. 글로벌 대형 제조사는 플랫폼부터 시작해 차량 몸체를 얹고 마지막에 인테리어를 완성합니다. 하지만 마힌드라는 '사람들이 만지고 느끼고 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마힌드라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인테리어부터 시작해 거기에 맞춰 몸체와 플랫폼을 디자인했습니다. 또 마힌드라는 생산에 필요한 부품은 외부 중소업체에 모두 맡겼습니다. 그 결과 시간과 비용을 다 줄일 수 있었습니다. 4년간 1억2000만달러를 들여 새 모델을 만든 셈인데 같은 제품을 미 디트로이트에서 만들려면 10년은 걸렸을 것이고 10억달러 이상이 들었을 겁니다. 현재 스콜피오는 수십만대가 팔리며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가 됐고,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에서도 인기 있는 제품이 됐습니다."
①현지 소비자들의 습관을 파악하라
"중국, 인도처럼 잠재 소비자 규모가 큰 신흥 시장에 외부 기업이 진입해 성공하려면 소비자를 알아야 합니다. 현장에 들어가 그곳에 완전히 몰입해 소비자를 공부하고 관찰하며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연구소와 디자인 인력을 신흥국에 배치하고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해야 합니다. 이것을 가장 잘 수행한 사례가 한국 기업인 LG전자입니다. LG전자는 TV 소리를 아주 크게 트는 인도인들의 습관을 이해하고 스피커 기능을 최대화한 TV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저도 왜 인도인들이 TV 볼륨을 크게 틀고 보는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소비자들의 수요를 잘 이해한 셈입니다. 또 다른 예로 미국 가전업체 월풀(Whirlpool)은 브라질 시장에 세탁기를 팔고자 소비자들의 빨래 습관을 관찰했습니다. 월풀은 브라질 사람들이 빨래에 물기가 남아있지 않게 꼭 짜서 말리기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강력한 힘으로 빨래를 돌리는 것보다, 세탁 후 탈수가 잘 돼 있어야 '옷이 깨끗하게 세탁됐구나' 하고 느낀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월풀은 비싼 모터를 쓰는 대신 탈수 기능을 높인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생산 비용도 낮출 수 있었고 브라질 소비자들 마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②현지인을 고용하고 현지에서 생산하라
"마케팅과 인사 담당(HR)은 현지인을 고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비자들과 접점을 찾는 마케팅 분야야말로 현지인의 감각이 필수적이니까요. LG전자가 인도에 처음 진출했을 때 다른 다국적 기업과 달랐던 점은, 단기간에 100곳이 넘는 사무소를 열었다는 것입니다. 인도는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고 지역이 넓기 때문에 냉장고나 세탁기가 고장 나면 수리를 맡기는 데만 몇 주, 몇 달이 걸립니다. 그런데 LG전자는 촘촘하게 사무소를 차려놓고 빠르게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처했습니다. LG전자 제품이 고장나면 하루 이틀 만에 수리하는 사람이 와서 도와주니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올라갔습니다. 그러자 지역 유통업체들도 너도나도 LG전자 제품을 팔고 싶어 했죠. 외국 기업들이 신흥 시장에 진출한 뒤 저지르는 큰 실수 중 하나는 본국 임원들을 높은 자리에 우르르 앉히는 일입니다. 공장을 운영하는 방법, 근로자들이 일하거나 쉬는 방식, 휴일을 보내는 방식 등은 국가와 지역별로 대단히 차이가 납니다. 사람을 돌봐야 하는 자리만큼은 현지 사람들을 적극 채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③여러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아라
"소수의 도시민, 부유층보다 다수의 저소득층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진국 출신 대기업들은 신흥국에 접근할 때 대도시에 거주하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안정적 소득이 있는 계층을 소비자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도, 브라질과 같은 신흥 시장에서 부유한 계층은 인구 전체로 보면 주류는 아닙니다. 아직 도시화, 산업화가 덜 된 낙후한 시골에 살고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야말로 신흥 시장의 가장 평범하고 대중적인 소비자 계층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현재 인도 인구의 60%는 도시화되지 않고 낙후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이와 반해 선진국에선 발전하지 않은 시골에 사는 인구가 5~10% 정도밖에 안 됩니다. 물론 저소득층 소비자만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수많은 다국적 대기업이 신흥 시장에 진출하면서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염두에 두지 않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들이 놓치고 있는 시장이 상당히 크다는 걸 지적하고 싶은 겁니다. 왜냐하면 저소득층 소비자들도 수요가 있고, 좋은 브랜드의 상품을 사고 싶어 하니까요. 저는 저소득층 소비자들이야말로 매우 충성스러운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들은 가진 자원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정말 믿을만한 제품을 사고 싶어 합니다. 신흥국 소비자라고 해서 브랜드가 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개발도상국에선 브랜드가 훨씬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저소득 소비자들에겐 돈을 들여서 제품을 샀는데 고장이 쉽게 나면 대체할 제품을 살 여력이 없기 때문이죠."
◇신흥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④신흥국 기업들의 '절약형 혁신' 배워라
"신흥국 기업들에선 신흥 시장의 저비용, 저임금 구조를 활용한 절약형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신흥국 기업들은 척박한 투자 환경에서 비용을 더 줄여가면서 혁신을 하기 마련입니다. 중국의 비야디(BYD·比亞迪)는 1995년 왕촨푸(王傳福) 회장이 창립한 회사로 배터리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전기차 부문까지 확장해, 지난해엔 테슬라, 닛산을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비야디가 처음 생겨났을 당시 리튬이온 배터리는 산요, 샤프, 소니가 점유한 시장이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들려면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클린룸이 필요했는데 생산 라인 하나 만드는 데 1000만달러가 필요했습니다. 그만한 자금이 없던 비야디는 이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클린박스'를 만들었습니다. 클린룸은 근로자가 유니폼을 입고 일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매우 낮은 반면, 클린박스는 바깥에서 장갑을 끼고 박스 안으로 손만 넣어서 작업하면 됐기 때문에 근로 생산성도 올라갔고 비용도 아낄 수 있었습니다. 비야디는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 내에선 배터리 1위 기업입니다. 비야디가 만드는 제품은 품질 면에서도 뒤지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비야디가 만든 전기차와 전기 트럭 등을 수입해 대중교통에 쓰고 있습니다."
⑤시간을 단축해 기민하게 움직여라
"인도의 자동차 회사 마힌드라&마힌드라는 1998년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지 4년 만인 2002년 대표 모델인 '스콜피오'를 출시했습니다. 이렇게 단시간에 스콜피오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마힌드라는 디자인 접근 방식을 바꿨습니다. 글로벌 대형 제조사는 플랫폼부터 시작해 차량 몸체를 얹고 마지막에 인테리어를 완성합니다. 하지만 마힌드라는 '사람들이 만지고 느끼고 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마힌드라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인테리어부터 시작해 거기에 맞춰 몸체와 플랫폼을 디자인했습니다. 또 마힌드라는 생산에 필요한 부품은 외부 중소업체에 모두 맡겼습니다. 그 결과 시간과 비용을 다 줄일 수 있었습니다. 4년간 1억2000만달러를 들여 새 모델을 만든 셈인데 같은 제품을 미 디트로이트에서 만들려면 10년은 걸렸을 것이고 10억달러 이상이 들었을 겁니다. 현재 스콜피오는 수십만대가 팔리며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가 됐고,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에서도 인기 있는 제품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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