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6.04.30 03:06
'애플 에반젤리스트'로 이름 날린 가이 가와사키
40분간 진행된 인터뷰 중 첫 15분 동안 ‘삼성’을 16번 언급했다. 다양한 질문을 던져도 다시 대화가 ‘삼성’으로 귀결됐다.
이 사람이 ‘애플 에반젤리스트(전도사)’로 이름을 날린 가이 가와사키(Kawasaki·61)가 맞는 것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집요하고 반복적으로 자신은 삼성 팬이라고 강조했다. 손에 애플 아이폰을 들고 있었는데도 천연덕스럽게 삼성의 갤럭시로 갈아타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출신 기자를 상대로 ‘에반젤리즘(전도)’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인터뷰 스타일이었다.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는 본래 종교를 전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애플이 1984년 매킨토시 컴퓨터 마케팅을 펼치며 '테크 에반젤리스트'란 직책을 만들었다. 에반젤리스트들은 IT 신기술을 전파하고, 그 기술을 열렬하게 지지하고 따르는 사람들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가와사키는 1990년대 애플 맥(Mac) 컴퓨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영웅처럼 여겨진 인물이다.
그는 다른 IT 기업과 차별된 '팬덤(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따르는 현상)'을 만들어냈다. 팬 중 한 명이 '우리 회사가 맥 컴퓨터에 이런 기능이 없다고 윈도 컴퓨터로 바꾸려고 해요.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하면, 가와사키가 곧 회사에 알려 해당 기능을 제공하게 했다. 길 아멜리오(1996~1997년 애플 CEO)가 퇴출됐을 때 일부 애플 팬은 가와사키를 CEO에 앉혀야 한다고 온라인 서명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 '캔바(Canva)'의 에반젤리스트로 활동하는 가와사키를 미국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연간 70회 이상 무대에 서는 강연자답게 대화 도중 여러번 농담을 던지며 안면 근육 전체를 사용해 활짝 웃었다.
―모든 기업이 브랜드 구축에 신경 쓰는 상황에서 '전도'라는 말을 쓸 정도로 강력한 마케팅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첫째, 정말 대단한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대단한 제품이란 걸 정말 믿어야 합니다. 셋째, 개종시키기보다 전도를 하세요. 에반젤리즘은 아주 좋은 제품을 마케팅할 때 먹힙니다. 예를 들면 담배를 전도하긴 어렵죠. '정말 이 제품이 당신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삶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케팅해야 하는 회사나 제품이 '평균 이하'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에반젤리스트와 일반적인 세일즈맨의 차이는 소비자에게 혜택이 갈 것이라고 스스로가 믿느냐, 믿지 않느냐입니다. 에반젤리스트는 '당신이 이 제품을 쓰면 당신에게 이익이고, 진짜 좋은 선택'이라고 진심으로 믿는 데서 시작합니다. 세일즈맨은 판매 실적을 맞추기 위해서 최고 제품이든 아니든 일단 팔아야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에반젤리스트는 본인이라면 쓰지도, 사지도 않을 제품을 남들에게 팔지 못합니다. 당신이 판매하는 제품이 아주 혁신적인 상품이란 걸 스스로 믿지 못한다면, 에반젤리즘 말고 다른 마케팅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제가 애플에 몸담았을 때, 애플은 엔지니어들이 만든 '기술 회사'이고 당연히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 것이란 믿음이 있었습니다.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 볼까요. 사실 삼성 스마트폰은 애플 아이폰보다 하드웨어 면에선 더 앞서 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갤럭시S7엣지'를 보면 무선 충전이 가능하고 방수 기능도 있죠. 저는 (자신의 '아이폰6플러스'를 손에 들고) 이 단말기 역시 무선 충전이 가능해지고 방수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와사키는 처음으로 에반젤리스트라는 직책이 생겼을 때를 회상하며 "그때는 매킨토시가 미래의 컴퓨터라고 믿었다. 엔지니어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스티브 잡스도 그것을 절대적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이후 에반젤리스트는 많은 IT 기업에서 하나의 마케팅 직책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으로 빈트 서프(구글 인터넷 에반젤리스트), 로버트 스코블(마이크로소프트 에반젤리스트) 등이 있다.
―개종시키려 들지 말라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이미 다른 '신(神)'을 믿는 소비자가 아닌, 아직 신을 만나보지 못한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다는 겁니다. 만일 제가 삼성전자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였다면 아이폰 사용자에게 갤럭시S7엣지가 좋다고 설득하는 것보다,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다른 소비자들에게 '안드로이드폰 중에선 갤럭시S7엣지가 제일 좋다'고 설득하는 방법을 썼을 겁니다. "
―최근 에반젤리즘에 충실한 회사는 어디라고 보십니까.
"저는 아마존, 에어비앤비와 우버를 꼽고 싶습니다. 특히 우버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에반젤리스트를 두고 있고, 에어비앤비는 방을 빌려주는 사람과 방을 빌리는 두 부류 소비자들의 '입소문(word of mouth)'을 적극 활용해 마음을 움직이는 에반젤리즘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마케터들에게 어떤 충고를 하십니까.
"성공한 마케팅은 한 번 거래하는 걸로 끝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닙니다. 상대방을 오랫동안 내 편, 내 고객으로 만들려면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당신의 대의명분과 목적을 상대방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주고, 당신이 그들에게 처음부터 말했던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가와사키는 1990년대 애플 맥(Mac) 컴퓨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영웅처럼 여겨진 인물이다.
그는 다른 IT 기업과 차별된 '팬덤(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따르는 현상)'을 만들어냈다. 팬 중 한 명이 '우리 회사가 맥 컴퓨터에 이런 기능이 없다고 윈도 컴퓨터로 바꾸려고 해요.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하면, 가와사키가 곧 회사에 알려 해당 기능을 제공하게 했다. 길 아멜리오(1996~1997년 애플 CEO)가 퇴출됐을 때 일부 애플 팬은 가와사키를 CEO에 앉혀야 한다고 온라인 서명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 '캔바(Canva)'의 에반젤리스트로 활동하는 가와사키를 미국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연간 70회 이상 무대에 서는 강연자답게 대화 도중 여러번 농담을 던지며 안면 근육 전체를 사용해 활짝 웃었다.
―모든 기업이 브랜드 구축에 신경 쓰는 상황에서 '전도'라는 말을 쓸 정도로 강력한 마케팅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첫째, 정말 대단한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대단한 제품이란 걸 정말 믿어야 합니다. 셋째, 개종시키기보다 전도를 하세요. 에반젤리즘은 아주 좋은 제품을 마케팅할 때 먹힙니다. 예를 들면 담배를 전도하긴 어렵죠. '정말 이 제품이 당신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삶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케팅해야 하는 회사나 제품이 '평균 이하'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에반젤리스트와 일반적인 세일즈맨의 차이는 소비자에게 혜택이 갈 것이라고 스스로가 믿느냐, 믿지 않느냐입니다. 에반젤리스트는 '당신이 이 제품을 쓰면 당신에게 이익이고, 진짜 좋은 선택'이라고 진심으로 믿는 데서 시작합니다. 세일즈맨은 판매 실적을 맞추기 위해서 최고 제품이든 아니든 일단 팔아야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에반젤리스트는 본인이라면 쓰지도, 사지도 않을 제품을 남들에게 팔지 못합니다. 당신이 판매하는 제품이 아주 혁신적인 상품이란 걸 스스로 믿지 못한다면, 에반젤리즘 말고 다른 마케팅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제가 애플에 몸담았을 때, 애플은 엔지니어들이 만든 '기술 회사'이고 당연히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 것이란 믿음이 있었습니다.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 볼까요. 사실 삼성 스마트폰은 애플 아이폰보다 하드웨어 면에선 더 앞서 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갤럭시S7엣지'를 보면 무선 충전이 가능하고 방수 기능도 있죠. 저는 (자신의 '아이폰6플러스'를 손에 들고) 이 단말기 역시 무선 충전이 가능해지고 방수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와사키는 처음으로 에반젤리스트라는 직책이 생겼을 때를 회상하며 "그때는 매킨토시가 미래의 컴퓨터라고 믿었다. 엔지니어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스티브 잡스도 그것을 절대적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이후 에반젤리스트는 많은 IT 기업에서 하나의 마케팅 직책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으로 빈트 서프(구글 인터넷 에반젤리스트), 로버트 스코블(마이크로소프트 에반젤리스트) 등이 있다.
―개종시키려 들지 말라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이미 다른 '신(神)'을 믿는 소비자가 아닌, 아직 신을 만나보지 못한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다는 겁니다. 만일 제가 삼성전자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였다면 아이폰 사용자에게 갤럭시S7엣지가 좋다고 설득하는 것보다,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다른 소비자들에게 '안드로이드폰 중에선 갤럭시S7엣지가 제일 좋다'고 설득하는 방법을 썼을 겁니다. "
―최근 에반젤리즘에 충실한 회사는 어디라고 보십니까.
"저는 아마존, 에어비앤비와 우버를 꼽고 싶습니다. 특히 우버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에반젤리스트를 두고 있고, 에어비앤비는 방을 빌려주는 사람과 방을 빌리는 두 부류 소비자들의 '입소문(word of mouth)'을 적극 활용해 마음을 움직이는 에반젤리즘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마케터들에게 어떤 충고를 하십니까.
"성공한 마케팅은 한 번 거래하는 걸로 끝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닙니다. 상대방을 오랫동안 내 편, 내 고객으로 만들려면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당신의 대의명분과 목적을 상대방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주고, 당신이 그들에게 처음부터 말했던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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