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면 소비 증가? 아직도 '富의 효과' 믿나

    • 배리 리트홀츠(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6.04.30 03:06

배리 리트홀츠(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배리 리트홀츠(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을 분석했다. 고소득과 가계의 부(富)는 소비를 촉진한다. 반면 높은 실질금리는 저축을 부추기고 소비를 위축시킨다.

여기서 '가계의 부'에 방점을 찍어보자.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를 포함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은 '부의 효과(자산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증대하는 것)'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틀렸을 가능성이 크다.

부의 효과는 인과관계(A란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B란 일이 벌어지는 것)라기보다는 상관관계(A란 일이 벌어지면 B란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로 보는 것이 맞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부의 효과'의 정의를 다시 살펴보자.

경기 후퇴 없다는 가정하에 '부의 효과'

부의 효과는 소비자와 기업에 모두 적용되는 경제 이론이다. 소비자는 주택과 같은 자산 가격이 오르면 경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출을 늘린다. 같은 상황에서 기업은 자본 지출을 늘리고,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한다. 자산 가격 상승이 경제활동을 촉진하면서 경기가 살아나는 선순환이 이어지는 것이 바로 '부의 효과'다. 경기 후퇴나 금융 위기처럼 큰 사건이 없다면 이런 선순환은 반복된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가계의 부가 1달러 증가할 때마다 소비 지출이 약 2~4센트 늘어났다. 주거용 부동산의 가격이 오를 경우 소비 증가 폭은 더 커진다.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1달러 오를 때마다 소비는 9센트에서 15센트까지 증가한다.

Getty Images 이매진스
문제는 자산 가격 상승이 지출 증가의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출 증가와 자산 가격 상승의 관계를 다시 살펴보자. 정말로 자산 가격 상승이 지출 증가의 원인일까. 역사적으로 보면 오히려 반대다. 지출 증가가 자산 가격 상승을 촉진하고 이에 따라 소비자 심리도 개선되곤 했다.

게다가 미국은 주식 보유에 있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주가 상승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미국 내 가구의 80%가 보유한 주식은 전체 주식의 10%도 되지 않는다. 가계의 부 증대에 따른 주식시장 상승효과는 사실 미미하다.

미 연준은 입장을 정해야 한다. 부자들의 부의 증가가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준다는 낙수효과(trickle down) 이론이나 부의 효과가 평균적인 미국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美 연준

주택 가격과 소비자 지출을 살펴보면 미 연준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융 위기 이전인 2000년대 초·중반 경제가 활력을 띤 것은 높은 집값 때문이 아니다. 당시에는 매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었고, 소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 그 시기의 성장 엔진은 주택 시장 호황이 아니라 대출 기준 완화였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前) 미 연준 의장 당시 일했던 에드워드 그램리치 전 미 연준 이사는 선견지명이 있었다. 그는 과도한 대출과 대출 기준 완화의 효과에 대해 반복해서 경고했고, 부의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2002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채권회의(International Bond Congress)에서는 주가와 집값 상승에 기반한 부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신용 거품의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주체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지속적으로 부채를 감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불행하게도 미 연준은 잘못된 믿음에 기반한 정책을 내세워 저성장과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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