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이고 혁명적인 신기술? 스토리텔링에 속지 마라

    • 배리 리트홀츠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5.11.07 03:04

배리 리트홀츠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배리 리트홀츠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아름다운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이 이야기들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와 수익률에 재앙을 가져오는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 상장기업 중에는 가격 부풀리기 의혹을 받는 밸리언트제약이, 비상장사 중에는 혈액 진단 회사 테라노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밸리언트제약은 한때 시가총액이 900억달러를 돌파하며 캐나다 시가총액 1위 회사로 올라섰으나, 분식회계 혐의가 제기되며 고꾸라졌다. 테라노스는 젊은 여성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가 혈액 한 방울로 수십 가지 질병 검사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성공 스토리로 몸값을 올렸다. 그러나 두 회사가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을 보고 투자한 사람은 모두 실패했다.

스토리텔링은 투자자를 쫓아다니며 수익률을 갉아먹는 무서운 존재다. 위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한다. 율리시스, 스타워즈, 또는 '혁신적이고 혁명적인 신기술'…. 각종 유행어처럼 우리는 잘 쓰여진 이야기에 늘 속는다.

지금 뜨고 있는 주식이나 잘나가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중 아무것이나 골라 그 뒤에 어떤 이야기가 붙어 있는지 살펴볼 것을 권한다. 왜 이 회사가 다음 세대의 애플이나 넷플릭스, 구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그럴듯한 스토리가 있을 것이다. 속으려면 참 쉽다. 실적이 없다는 사실을 가볍게 무시하거나, 아무도 볼 것 같지 않은 사소한 회계상의 우려를 신경 쓰지 않고 투자하면 된다.

이 스토리들은 환상적이다. 가끔 너무 환상적인 게 문제다. 왜 이에 속는 걸까? 인류의 긴 역사에서 아이폰이나 메시지 보내기 같은 기술은 아주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것이다. 몇년 전만 해도 아이폰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짧은 메모를 쓸 펜과 종이도 없었다. 따라서 기억에 잘 남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게 중요했다. 이야기는 사람 사이에, 그리고 세대 간에 중요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수단이었다. 그동안 많은 이야기가 중요하고, 때로는 생명을 살리는 정보들을 전달했다. 우리 모두 재밌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도 당연하다.

스토리텔링에 속지 마라 일러스트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문제는 이야기에 감정과 편견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 세계에서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 올해 3월 버크셔 해서웨이의 찰리 멍거 부회장은 밸리언트제약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밸리언트제약을 인수합병을 통해 탄생했던 대기업 ITT에 비유하며, "밸리언트제약은 처음부터 도덕적이지 않았고 그 후로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열광한다. 악취가 진동한다"고 말했다.

그게 8개월 전이었다. 익히 알듯 시장은 완벽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효율적이기는 하다. 멍거 부회장이 올해 1분기에 알아낸 것을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도 3분기 말에 알게 됐다. 그 기간 시가총액 600억달러가 날아가는 비용을 치렀지만 말이다.

밸리언트제약의 경우 회사의 재무보고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동시에 새로운 스토리가 생겨났다. 퓰리처상을 받은 그레첸 모겐슨 뉴욕타임스 기자는 밸리언트제약이 내놓은 실적 전망치와 주식 평가가치를 '(현실이 아닌) 환상 속 숫자'라고 불렀다.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
테라노스는 더 기초적인 부분들이 잘못됐다. 테라노스의 창업자 홈즈에 대한 멋진 이야기는 밸리언트제약만큼 환상적이다. 바늘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던 홈즈는 19세에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혈액 테스트 회사를 세웠다.

테라노스는 정맥에서 피를 뽑지 않고 손가락 끝을 찔러 나온 피 한 방울로 질병을 진단한다. 홈즈는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에게 주는 상인 호라시오 알저 상을 최연소로 받았다. 타임지(誌)는 홈즈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테라노스의 기업 가치 평가액이 최근 90억달러로 치솟으면서 홈즈는 억만장자 대열에 들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주 멋진 이야기다. 테라노스의 혈액 테스트 성능이 예상만큼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아직은 이게 단지 일시적 결함인지, 아니면 더 심각한 문제인지 모른다. 어느 쪽이든 일부 투자자는 홈즈를 둘러싼 이야기를 듣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투자한 듯하다.

이제 홈즈의 신화를 대체하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왜 의학 배경이 전혀 없는 19세 젊은이가 다른 헬스케어 회사나 바이오 기술 회사가 해내지 못한 것을 했는데도 아무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는지 궁금한 것이다.

테라노스가 결국 성공해 '스토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범한 주장에는 그에 걸맞은 특별한 증거가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그 증거가 부족하다.

벤처캐피털 커뮤니티에서는 기업 가치 평가액이 드물게 10억달러가 넘는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이 잊고 있는 것은 유니콘이 드물다는 점이 아니라, 유니콘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화 속 생명체라는 것이다.

단지 주식의 문제가 아니다. 이야기는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될 수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가 될 수도 있고 이데올로기가 될 수도 있다.

흔히 양적 완화 정책은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고 하이퍼인플레이션(물가가 단기간에 극단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일으키며 금값은 온스당 5000달러로 오른다고 한다. 태양 흑점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한다. 이는 모두 감정적인 호소력을 갖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없거나 사실에 어긋나는 이야기들의 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이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충격이 생길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왜 이야기가 우리를 끌어당기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게 방해하는지를 자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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