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하강 그래프,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와 비슷… 한국은 대비하고 있나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15.11.07 03:04

韓, 對中 수출의존도 26%… 중국 경제 침체된다면 수출 둔화될 가능성 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 경제는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 2013년 기준으로 26%에 달했다. 시에라리온(78%), 투르크메니스탄(68%), 감비아(57%), 콩고(54%), 우즈베키스탄(28%) 등 중국에 자원을 수출하는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국가를 제외하면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가장 큰 국가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중국과 경제적으로 가장 밀접하다는 대만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27%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마카오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17%, 싱가포르는 12%에 불과하다.

세계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일본은 이 수치가 18% 정도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한국의 3분의 1 수준인 8%다. 그런데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지 않은 미국조차 최근 중국 실물 경기 하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많은 숫자의 미국 기업이 중국 경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하 연준) 의장이 지난 9월 금리 인상을 연기하면서, 중국 상황을 언급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때 자국 경제에 주목하고, 다른 국가 상황은 명시적으로 잘 언급하지 않았다. 의미 있는 변화였다.

연준은 어떤 이유로 최근 중국 상황에 관심을 기울였을까? 중국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주요 경기 지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와 비슷하다. 다만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 위기 충격으로 짧은 기간 경기 지표가 빠르게 나빠졌다가 반등했다.

중국 경제 성장 속도가 천천히 느려지고 있는 현 시점에 그때와 유사한 지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 중국의 경기는 확실히 하강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연 14%를 기록했다. 금융 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는 전년보다 5%포인트 떨어진 9%였다.

이후 중국 경제성장률은 잠깐 10%대로 올라섰다가, 이후 꾸준히 떨어졌다. 올해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6.9%를 기록했다. 수출입 지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수출입은 금융 위기 직후 10~20% 감소했다. 올 들어 중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5~10%, 수입은 10~20%까지 줄었다.

경제 지표의 악화가 중국 경제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구조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다른 경기 관련 지표들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재 판매와 산업생산 증가율 역시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수준으로 낮아졌다. 고정 자산 투자 증가율은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 들어 제조업 이익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기업 수익성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증시가 최근 급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 수익성을 반영한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도 중국 쇼크가 미치고 있다. 원유, 구리, 알루미늄, 니켈 등 각종 원자재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중국 금융 당국은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빠르게 개입하곤 했다. 하지만 정부가 경기 침체까지 막을 수는 없다.

한국의 10월 수출액은 434억7000만달러로 작년 10월 대비 15.8%나 줄었다. 지난달 수출 감소율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다.

엔화 약세와 중국 경기 둔화의 영향을 확실히 받고 있다. 중국 경기 하강으로 수출이 둔화되고, 나아가 실물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을 걱정해야 한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낙관론에서 벗어나 정부와 기업 모두 위험 관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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