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위해선 인구 줄여야… 한 세대 지나면 고령화 문제도 해결

입력 2015.11.07 03:04

'인간 없는 세상' 저자… 환경 전문 기자 앨런 와이즈먼

"인구가 더 늘어나길 바라는 진짜 이유는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기업이 더 값싸게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경제 전체의 파이는 커지지만, 개인의 몫은 줄어듭니다. 인구가 감소하면, 임금은 오히려 오를 것입니다."

중국이 결국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는 등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재앙으로 보는 '통설'에 비교하면 그의 주장은 다소 특이했다.

앨런 와이즈먼 미국에서 첫손 꼽히는 환경 전문 기자
/그래픽=박상훈 기자
앨런 와이즈먼(Weisman·68·사진)은 미국에서 첫손 꼽히는 환경 전문 기자다. 와이즈먼은 뉴욕 타임스·하퍼스·디스커버 같은 미국 유력 언론의 단골 필자다. 지난 2007년 출간된 '인간 없는 세상'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돼 유명해졌고 지난해에는 후속작 '인구쇼크(원제 Countdown)'를 냈다.

그는 경제 성장을 위해 젊은 노동력이 꾸준히 유입되어야 한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오히려 인구가 더 줄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일본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일각에서 꾸준히 나오기 시작한 주장이기도 하다. 또 그의 주장 상당 부분은 한국이 오래전에 펼쳤던 아이 덜 낳기 정책의 논리에 닿아 있기도 했다. 지금도 이 주장은 유효한 것일까.

지난 4일 서울 삼성동에 있는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인구가 줄어야 한다'는 논리를 들어봤다. 그는 "그동안 성장 속도를 경제에 대한 평가 척도로 사용했는데, 옳다고 할 수 없다"며 "인구가 줄면 경제 전체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개인적인 삶의 질은 오히려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富)의 불균형, 지나치게 낮은 최저 임금, 실업률 증가 등 많은 문제가 과잉 인구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그는 "출산 장려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저출산이 경제 문제의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인구 감소로 일어나는 많은 문제는 한 세대 정도가 지나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평균 출산율은 이미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낮은 출산율이 경제 성장에 독이 되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이 경제 '성장'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경제 뉴스는 주택 착공 건수, 신규 주택 허가 건수 같은 지표를 보도합니다. 새로 건설되는 주택 숫자가 늘어나면, 개발업자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돈을 법니다. 목수, 석공, 배관공, 페인트공은 일자리가 생깁니다. 하지만 신규 주택 건설이 무분별하게 도시를 확장하고, 상하수도와 전기를 연결하고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자원을 더 소비한다는 점은 도외시됩니다. 흔히 말하는 경제 성장이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구가 줄어들면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경제 전체적으로는 성장이 잠시 주춤하겠지만, 개인이 누리는 삶의 질은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일단 매출이 감소하면 기업은 임금을 낮추거나 노동자 숫자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다가 노동자가 더 귀해질 거라는 점을 깨닫습니다. 임금을 낮추고 싶어도 낮출 수가 없습니다. 결국 임금을 올리고, 근무 시간을 단축할 겁니다. 지금은 더 낮은 임금을 받고서 오랜 시간을 일하지만, 앞으로 노동자는 더 많은 여가 시간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구문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 세대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인구 고령화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아이를 더 낳지 않으면 사회적 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연금입니다. 연금은 경제 성장의 열매를 앞세대와 뒷세대가 서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입니다. 고령자들의 평균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연금에 돈을 낼 젊은 노동자가 줄어든다고 해서 더 많은 아이를 낳는 것은 옳은 해법이 아닙니다.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아이를 더 낳을 경우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도 늘어납니다. 아이들은 일정 연령이 되기 전까지 일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이를 기르려면 탁아소, 학교 같은 사회 기반 시설이 필요합니다. 만약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면 대학교에 지불하는 정부 보조금에 많은 예산을 할애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남는 예산을 필요한 곳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은퇴한 고령자들은 연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선택을 합니다. 지출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습니다. 고령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생각만큼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인구가 많아지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빨리 증가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파키스탄입니다. 지금 추세라면 파키스탄의 인구는 21세기 중반에 미국보다 더 많아질 것입니다. 파키스탄은 두 자릿수 실업률과 식량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취직을 못한 젊은이들은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국제 테러 집단의 유혹에 빠지는 일도 잦습니다.

물론 대부분 나라는 교육을 통해 빠른 인구 증가에서 벗어납니다. 이란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1975년에 글을 읽을 줄 아는 이란 여성은 3분의 1도 되지 않았습니다. 2012년에는 이란 대학생 중 여학생의 비율이 60%를 넘었습니다. 여성이 학업을 마칠 때까지 혼인과 육아를 늦추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녀 숫자도 줄어들게 됐습니다. 2000년에 이란의 출산율은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수준인 여성 1인당 2.1명으로 낮아졌습니다. 2012년에는 1.7명으로 떨어졌습니다."

―중국 정부가 35년간 고수해온 '한 자녀 정책'을 폐지했습니다.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중국 정부가 35년간 고수해온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더라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삶의 질이 더 나아지려면 아이를 더 낳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을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은 치솟는 집값에 대해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농촌 지역은 의료·교육 여건이 여전히 열악합니다. 둘째 아이를 가지려는 중국인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민을 통해 노동력을 보충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국가 간 인구 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출산율이 낮아도 가용 노동 인구는 늘어납니다. 출산율이 낮은데도 2012년 독일 인구는 실질적으로 90만명이 늘었습니다. 동유럽이 유럽 연합의 일원이 되면서, 독일로 이주하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난 것이 주원인입니다. 오늘날 독일에는 400만명의 터키인이 삽니다. 그리고 독일 내 문화적 갈등은 아직 완전하게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다문화 사회를 이루어 함께 살고 함께 누리자는 아이디어가 실패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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