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애도 구직도 경제학 '신호 효과' 써먹으면 성공 확률 높아… "정말로 원한다"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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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05.23 03:03 | 수정 2015.06.05 13:30

      폴 오이어 스탠퍼드대 교수 "데이트 시장에서 경제 원칙을 봤다"

      폴 오이어(Oyer·49·사진) 스탠퍼드대 경영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010년 20년 만의 결혼 생활을 끝마치고 속칭 '돌싱'(돌아온 싱글)이 됐다. 외로움을 곱씹으면서 여생을 보내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 그는 결국 다시 데이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것도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를 통해서.

      '매치닷컴(match.com)' '이하모니(eharmony.com)' '오케이큐피드(okcupid.com)' 등 미국의 여러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에 가입한 오이어 교수는 치열한 탐색의 시간을 가진 끝에, 새 여자 친구를 얻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됐다. "데이트 시장은 구직자가 원하는 직장을 찾는 '노동시장'과 많은 부분에서 흡사하며, 따라서 마치 데이트에 앞서 자신을 꾸미고 포장하듯, 노동시장에서도 스스로를 잘만 포장하고 관리한다면 원하는 직장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지난해 데이트 시장을 경제학 원칙 10가지로 분석한 책 '짝찾기 경제학'을 출간했다. 오이어 교수는 노동경제학 분야의 전문가로, 전미경제연구소(NBER) 수석연구원인 동시에 '노동경제학저널(Journal of Labor Economics)'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오이어 교수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각은 오후 1시. 15분 일찍 찾아갔는데, 마침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던 그와 복도에서 딱 마주쳤다. 그는 기자를 한눈에 알아보고 "한국에서 찾아오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손수 커피 한 잔을 내려서 가져다줬다. 찾아오기 어렵진 않았는지, 숙소는 어디에 마련했는지 꼼꼼하게 챙겨주고 배려했다. 오이어 교수가 솔직히 잘생긴 외모가 아니었음에도 데이트 시장에서 새 여자 친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사소한 친절과 배려 덕분이었을지 모르겠다.

      폴 오이어 스탠퍼드대 교수
      폴 오이어 스탠퍼드대 교수
      그에게 데이트 시장과 노동시장에서 자신을 포장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오이어 교수는 "핵심은 부정적인 추론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사람들은 상대를 판단할 때 자신이 본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본 것을 토대로 어떤 사람인지 가상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이를 믿습니다. 예를 들면, 당신이 스탠퍼드대에 취직하기 위해 이력서를 썼습니다. 이력서에는 당신이 무슨 일을 했고, 어떤 프로젝트를 해서 어떤 결과를 냈는지 적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력서에 쓰여 있지 않은 부분이 궁금합니다. 왜 최근 1년 동안은 활동이 없었지? 일자리가 없는 상태였나? 실패한 프로젝트는 뭐였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 반드시 부정적인 추론이 들어갈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 회사에서 잘렸는데 능력이 부족해서 바로 취업이 안 됐을 거야.' 이는 생각보다 흔하게 발생하는 일입니다. 이게 바로 '낙인 효과(stigma effect)'입니다. '불량품'이라는 낙인이 찍혀 제대로 된 능력을 가졌음에도 이를 평가받기 어려워집니다."

      ―어떻게 해야 낙인 효과를 막을 수 있나요?

      "실제로 회사에서 밀려났고 취업을 못 했다고 쳐도 굳이 이 기간을 빈칸으로 둬서 부정적인 추론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차라리 실직 기간에 무엇을 했는지 알리바이를 만드세요. 예컨대 어학 연수를 받았다거나, 새 책을 집필했다거나요. 연애도 마찬가지입니다. 싱글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사람들은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식을 피하려면 당시 연애가 어려운 아주 특별한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설명해야 합니다. 해외 파견을 다녀왔다는 식으로요."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접근할 땐 '신호 효과'


      ―데이트 시장에서 성공하는 필승법이 궁금합니다. 일단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예컨대 어떤 여성을 보고 한눈에 반했고, 그래서 '당신을 좋아합니다'라는 쪽지를 전달한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분이 정말 예쁘다면, 지금까지 이런 쪽지를 수도 없이 많이 받았겠죠. 제 입장에선 진심으로 용기를 낸 거지만, 제 의사 표현은 그녀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그녀는 제가 진짜로 용기를 냈는지, 아니면 약간의 호감에 툭 던져본 말일지 판단할 근거가 없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제 진심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쪽지를 구체화하고 차별화해야 합니다. 뻔한 '작업 멘트'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려야 받아들이는 사람도 진심임을 알아차리겠죠. 이것이 바로 '신호 보내기(signaling)'라는 겁니다.

      최근 한국의 한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가 참신한 시도를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먼저 온라인으로 다른 사람들의 프로필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닷새 동안 데이트하고 싶은 상대를 골라 최대 10명까지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재밌는 건 10명 중 2명에게는 가상의 장미꽃 한 송이씩을 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장미를 받는 입장에서는 상대가 자신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저는 이게 정말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는데, 장미꽃 덕분에 뻔한 작업 멘트가 '진심'으로 승화하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꽃이 아니더라도 신호를 보낼 방법은 여럿 있습니다. 단순히 '당신이 마음에 든다'는 쪽지 대신, 상대의 프로필을 보고 나서 '당신이 읽은 그 책은 저도 정말 좋아하는 책입니다. 주인공의 감정 묘사가 절절하게 와닿아요'라든가, '하와이에 휴가를 가셨나요? 사진이 참 보기 좋아요. 가본 적은 없지만 정말 지상낙원일 것 같습니다'라는 쪽지를 보내는 겁니다. 더 개인적인 경험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말을 던짐으로써, 제가 보내는 쪽지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노동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도 많은 구직자로부터 정말 많은 지원서를 받고 있어요. 그래서 지원자가 우리 회사를 콕 집어서 원하는건지, 아니면 당장 생활비가 급해서 지원한 건지 구분할 수 없을 겁니다. 만약 지원서를 작성할 때 '이 직장은 제가 정말 일하고 싶은 직장 두 곳 중 한 곳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이 지원자의 진심을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제도가 정착되지 않는 한, 온라인 구직 사이트는 아직 반쪽짜리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을 찾는 데 드는 탐색 비용은 낮췄지만, 회사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채용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거든요. 단순히 수천명의 구직자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수천명의 구직자 중에 회사에 딱 맞는 인재는 약 20명 정도라는 것을 알려줄 방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온라인 데이트 시장에서는 키를 속이거나, 나이를 속이는 등 거짓말이 넘쳐납니다. 해도 되는 거짓말과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그건 '빈말 이론(cheap talk)'에 따라서 구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상대에게 '멋져 보이기 위해' 해야 할 말과 솔직한 내 진심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그러면 어디까지 거짓말을 해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겁니다.

      원래 경제학적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솔직해야 가장 좋은 결과를 얻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심리적인 요소 때문에 이런 일이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제가 만약 가끔씩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라고 칩시다. 담배를 허락하는 사람을 만나면 좋겠죠. 그런데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밝히면, 애초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는 여성에게는 접근조차 불가능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사소한 부분은 감추기로 합니다. 나중에 관계가 깊어진 다음 설령 들키더라도, 이미 깊은 관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사소한 것들은 받아들여 줄 것이라고 합리화를 합니다.

      Getty Images 멀티비츠
      / Getty Images 멀티비츠 제공
      그러면 이런 식으로 허용 가능한 거짓말은 어디까지일까요. 빈말 이론에서는 '합리적인 거짓말'이란 게 있습니다. 첫인상을 심고 이미지를 좋게 하는 데는 제법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걸릴 일이 거의 없거나 걸렸다고 해도 큰 잘못이 아닌 것으로 넘어갈 수 있는 거짓말을 뜻합니다. 예컨대 제 키가 5피트 10인치(약 178㎝)인데, 프로필에는 6피트(183㎝)라고 적습니다. 6피트라는 건 꽤 매력적인 숫자죠. 그런데 이 미묘한 차이에 대해서 검증받아야 할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만나자마자 '당신 키가 6피트라던데 진짜입니까? 한번 재봅시다'라고 나설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요. 반대로 제가 온라인 프로필에다가 29세라고 적는다고 합시다. 그러면 만나는 순간 알아차릴 겁니다. 제가 29세라고 우기기에는 불가능한 외모잖아요(웃음).

      빈말 이론의 핵심은 이런 식의 빈말이 널리 퍼져있다는 데 있습니다. 자,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프로필을 조금씩 숨기거나 속인다고 칩시다. 그런데 프로필을 작성하는 사람 중에는 정말 태어날 때부터 솔직한 사람들도 있어요. 그러나 프로필을 열람하는 사람들은 이미 '이 사람도 자신의 프로필을 어느 정도 고쳤겠지'라고 편견을 가지게 될 겁니다. 솔직한 사람들이 불이익을 보는 상황인 겁니다. 그래서 약간의 거짓말은 괜찮습니다. 상대적 불리함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과장이 지나치면 결국 문제를 불러옵니다. 그 선은 자신이 정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왜 항상 남성들이 먼저 쪽지를 보내야만 하는 걸까요?

      "(웃음) 억울한가요? 사실 당신처럼 젊을 때에는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쪽지를 받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남녀의 입장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어요. 왜 그럴까요? 남성은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수명이 짧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50대 이후로는 싱글이면서 건강한 남성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건강하면 짝이 있고, 짝이 없으면 건강하지 않아요. 만약 남자 나이가 80세인데 싱글이고 건강하기까지 하다면? 아마 왕의 지위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웃음)"


      더 좋은 사람은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


      ―지금 사귀는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더 나은 사람을 찾아나서야 할 때는 언제일까요? 반대로 정착하자고 결심을 해야 할 때는 언제인가요?

      "그건 좀처럼 답을 내리기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당신은 더 나은 사람, 직장을 찾아보지도 않고 '지금 이 사람이 내가 찾던 사람이야' 또는 '이 직장이 내가 원하던 일자리야'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

      찾아봐야 합니다. 경제학적으로는 '탐색 이론(search theory)'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탐색 이론이란 현재로서 최선인 선택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계속 탐색할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사람들이 직면하게 되는 여러 가지 선택 사이의 상충관계를 분석하는 이론입니다.

      탐색할지 그만둘지는 본인의 효용(utility) 수준에 달려 있고, 이 경우 효용을 좌우하는 요소는 예컨대 '나이'가 있습니다. 솔직히 서른 살도 안 돼서 탐색을 마치는 건 너무 위험한 생각이에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더 좋은 상대나 직장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올해 49세이고, 지금은 까다롭게 굴어선 안 될 겁니다. 저는 늙어가고 있고, 더 나은 상대를 찾기 위해서 시간을 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제 얼마 남지 않은 젊음이 참 아깝기 때문이에요.

      구직 시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스스로의 효용에 따라 직장을 유지할지, 이직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물론 이직이 쉬운 선택은 아닙니다. 탐색은 비용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탐색 중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실직 상태가 된다면, 커리어에 치명상으로 남습니다.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술을 퍼마시고 아주 멍청한 짓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다시 데이트 시장으로 돌아가서, 외로움을 많이 탄다면 최대한 사람 보는 눈을 낮추라고 권하고 싶어요. 누군가 옆에 있는 것이 적어도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탐색 이론에 따르면 항상 세상 어딘가에 더 나은 짝이 반드시 있다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완벽한 짝이라는 건 없고, 지금 만나는 사람보다 더 나은 짝은 어딘가에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이 사실을 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데이트 사이트에서 프로필을 계속 찾아다니다보면 언젠가는 천생연분을 찾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저는 지금 이 인터뷰 자리가 아니라 다시 컴퓨터로 돌아가서 프로필 검색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웃음)

      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경제학자라는 제 직업이 정말 만족스럽습니다만, 제가 더 시간을 들여 스스로를 공부하고 기회를 찾아다녔더라면 제게 더 잘 맞는 직업을 찾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트 시장은 더욱 그렇습니다. 수백, 수천만명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 여자 친구도 제게는 과분할 만큼 좋은 사람이지만, 수백만명의 여성 중에서 최고로 좋은 사람인지를 묻는다면, 답은 '아니다'일 겁니다. 물론 그녀도 저를 그렇게 여길 것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 커플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서로에게 애쓰고 있습니다. (오이어 교수는 이 말을 하고 한참을 웃었다.) 말씀드려놓고 보니 정말 로맨틱하지 않군요."

      ☞신호 효과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경영대 교수가 고안한 이론. 모든 사람이 똑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적은 정보를 가진 사람에게 신호를 보낼 때 나타나는 효과. 예컨대 입사 지원자들은 높은 수준의 학력을 취득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회사는 고학력자가 그만큼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해 더 높은 봉급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