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고객 만족시키려다 모든 고객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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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02.07 03:03

      [5 Questions] 한국 온 호주 화장품 제조·판매회사 '이솝' 오키프 사장

      모든 브랜드 대체 가능한 시대… 자기만의 색깔 뚜렷해야
      고객에게 과장된 약속 대신 가진 만큼만 보여주려 노력

      '이솝(Aesop)'은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화장품 회사다.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스킨케어 제품이 주력이며, 마치 약병처럼 생긴 갈색 병 패키지로 유명하다. "많이 팔기보단 좁고 깊게 팔고 싶어 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최근 방한한 마이클 오키프(O'Keeffe·45) 이솝 사장(CEO)은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 하지 않는다"며 "정체성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87년 호주에서 창립했고, 지난해 매출은 9300만 호주 달러(약 830억원).

      마이클 오키프 이솝 사장.
      마이클 오키프 이솝 사장. / 이태경 기자

      1.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 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말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은가. 고객 기반이 줄어들 수도 있는데.

      "많은 브랜드가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 한다. 고객이 불쾌해질까 겁나서다. 그러나 그러다가 고객들을 잃는다. '변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때때로 '변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우리는 풍족한 시기에 살고 있다. 그 말은 역설적으로 모든 브랜드는 대체 가능하다는 것이다. 100% 독점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브랜드의 색깔이 뚜렷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제품 개발, 매장 디자인, 고객 응대 등 모든 면에서 경쟁사를 고려하지 않는다."

      2. 전 세계 100여개 매장이 저마다 다 다르다던데.

      "많은 브랜드가 디자인 하나를 가지고 전 세계 모든 곳에 찍어내기 식으로 매장을 짓는다. 하지만 고객과 제대로 소통하려면 매장이 지역사회의 특색을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내가 이 장소와 연결돼 있구나!' 느낄 수 있다. 작년 말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들어선 매장에는 약 5m 길이 소나무를 반으로 뚝 자른 테이블을 놓았다. 뉴욕 매장에는 뉴욕 타임스 신문을 차곡차곡 쌓아서 화장품 진열대를 만들었고... "

      깔끔한 인테리어로 유명한 이솝 매장은 전 세계 100여곳 모두 다르게 생겼다. 하나의 디자인을 가지고 모든 곳에 ‘찍어내기’ 보다 각각의 매장이 그 지역에 어울리는 것이 이솝의 중요 가치다. 해당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연결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깔끔한 인테리어로 유명한 이솝 매장은 전 세계 100여곳 모두 다르게 생겼다. 하나의 디자인을 가지고 모든 곳에 ‘찍어내기’ 보다 각각의 매장이 그 지역에 어울리는 것이 이솝의 중요 가치다. 해당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연결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 이솝 제공

      3. 매장이 전부 다르면서도 어떻게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나?

      "여성 팔찌 판도라(공용 팔찌에 자신이 좋아하는 펜던트를 끼울 수 있는 DIY형 팔찌)와 비슷하다.

      펜던트가 모두 다르고, 로고도 쓰여 있지 않지만, 팔찌 자체에 판도라의 정체성이 남아 있어 어떤 펜던트를 끼우든 판도라 팔찌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우리는 전 세계 매장의 음악이나 향기까지 모두 직접 지정한다. 펜이나 종이도 정해진 물건만 쓴다.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고, 낯선 소비자라도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 '이솝은 이런 브랜드'라고 정의할 수 있게 된다. 디테일이 차이를 만들어 낸다. 고화질 사진을 떠올려 보라. 고화질일수록 많은 화소가 필요한데, 각각의 화소가 제 역할을 해야 정말 좋은 사진이 나온다."

      4. 제품 포장마다 유명인의 잠언이 적혀 있다. 창업자 데니스 파피티스는 스스로를 '명언 발굴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솝에 명언은 어떤 의미인가?

      이솝제품

      "명언은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게 해 준다. 사소한 것들에 집중하는 경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명언은 영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예술을 즐기다 보면 '이런 건 직접 내 삶에 적용해 봐도 되겠다' 싶은 것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솝이란 이름도 이솝 우화에서 딴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위대한 개츠비'와 같은 고전을 고객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물론 화장품 샘플을 더 좋아하는 고객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들은 단지 우리와 잘 맞지 않을 뿐이다."

      5. "소리치기보다는 귓가에 속삭인다"는 커뮤니케이션 철학을 갖고 있다는데.

      "많은 브랜드가 지금까지 지나치게 많고 과장된 약속을 했고, 소비자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제품을 만든다. 그러나 우리가 완벽하진 않다. 우리는 '가진 만큼만' 솔직하게 보여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