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천하통일 애플 생태계에 라이벌들 도전장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 4대 갱들 대전쟁

입력 2012.03.24 03:05

팍스 애플로니아 공략 나선 거인들
구글-안드로이드의 수호자로 전면전
아마존-저렴한 가격 무기로 애플 위협
페이스북-8억 유저 앞세워 인터넷 재편

'팍스 애플로니아(Pax Applonia·애플이 지배하는 세계).'

애플의 질주에는 거침이 없다. 스마트폰 '아이폰4S', 태블릿PC '뉴 아이패드' 등 내놓는 제품마다 연일 판매 기록을 갈아치운다. 판매만이 아니다. 애플은 주가·매출·순이익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경쟁자의 추적을 따돌리고 독보적인 1등이다. 가히 애플은 글로벌 IT 천하를 통일한 패왕(覇王)으로 불릴 만하다. 하지만 영토가 넓어질수록 외부 공세도 거세지는 법. 애플은 거의 모든 사업 분야에서 세계 최대 기업들의 파상 공세에 직면하고 있다. 에릭 슈미트(Schmidt) 구글 회장은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미국 4개 기업을 'IT업계의 4대 갱(tech gang of four)'이라고 부르며 "2012년에 이들 기업 간에 대격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자료=블룸버그, 포천 / 그래픽=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구글, 휴대전화·태블릿PC로 애플 대공격

현재 애플과 가장 넓은 전선(戰線)을 형성한 회사는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기업인 구글이다. 구글은 이미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점유율에서 애플을 능가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은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52%를 차지해 15%에 머문 애플 아이폰(iOS)에 앞섰다. 삼성전자·LG전자·HTC 등 동아시아 기업을 파트너로 삼아 다양한 모델로 애플에 맞선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특히 안드로이드는 인도·중국처럼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시장에선 애플을 압도하고 있다. 고가(高價)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애플의 사각지대(死角地帶)를 찌른 것이다.

구글은 태블릿PC 시장에선 애플에 완패하고 있지만, 올해엔 판세를 뒤집어 설욕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구글의 앤디 루빈 안드로이드 부문 수석부사장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이제 궤도에 오르고 있다. 올해 안에 반드시 (애플의 아이패드에) 승리를 거두겠다"고 말했다.

구글은 애플과 특허전도 벌이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8월 미국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모토로라는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를 개발한 업체로 막대한 통신 특허를 갖고 있다. 구글은 모토로라의 특허를 이용해 안드로이드에 대한 애플의 특허 공세를 막고, 애플 제품의 판매를 방해하겠다는 복안이다. 모토로라는 지난해 11월 독일 만하임 법원에서 통신 기술 특허를 앞세워 애플에 승소를 거둬 아이폰·아이패드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 결정은 애플의 항소로 시행이 잠정 유예됐지만 구글이 또 다른 통신 특허로 애플의 판로를 막을 수도 있다.

아마존, 애플의 생태계 위협

애플은 콘텐츠 유통 시장에서는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 아마존(Amazon)과 경쟁 중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마존이야말로 애플의 핵심을 공략하는 기업이다"고 평가한다. 애플이 콘텐츠 유통 플랫폼 시장에서 아마존에 패배한다면, '아이튠스' '앱스토어' 등 애플이 구축한 생태계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이미 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애플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데 일부 성공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5월 인기 가수 '레이디 가가'의 새 음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14곡 수록)'를 단돈 99센트(약 1100원)에 팔았다. 같은 시각 이 음악들은 애플의 아이튠스에서 11.99달러에 팔렸다. 애플이 장악한 시장에 침투하기 위해 아마존이 '출혈성 특가 판매'를 감행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아마존이 내놓은 저가(低價) 태블릿PC인 '킨들 파이어(Kindle Fire)'도 마찬가지다. 199달러라는 가격을 앞세워 태블릿PC 시장 장악에 나선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에 킨들을 389만대 팔아 세계 태블릿PC 시장의 2위로 급부상했다.

아마존 CEO인 제프 베이조스(Bezos)는 '제2의 스티브 잡스'로 꼽힌다. 킨들 파이어 발표 때는 "스티브 잡스 전(前) 애플 CEO의 뒤를 잇는 스타"(로이터) "잡스 못지않은 힘을 보여줬다"(IT전문매체 '테크 크런치')는 평가가 잇따랐다.

2년 만에 매출 5배 폭증한 페이스북도 잠재적 경쟁자

애플에 대한 마지막 위협자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과 애플은 콘텐츠 부문에서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직접 경쟁하는 분야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특유의 중독성을 앞세워 세계 인터넷 사용자들의 사용 습관을 바꾸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를 앞세워 기존 휴대전화·PC 시장을 재편했듯, 페이스북이 IT 세계의 질서를 바꿔버릴 수도 있다.

실제 페이스북은 인터넷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3년 전 3억5000만명에서 지난해에는 8억명에 달했다. 세계 인구의 9분의 1 이상이 매월 1번 이상 쓰고 있다. 연간 매출도 2009년 7억7500만달러에서 지난해 42억7000만달러로 2년 만에 5배 가까이 불었다.

베조스와 함께 제2의 잡스로 꼽히는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Zuckerberg)의 리더십도 확고하다. 그는 지난달 페이스북 상장을 신청하며 사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끊임없는 개선과 재시도에 몰두하는 태도로 해커(hacker)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주식 상장으로 200억달러(약 22조원)대 자산가에 등극할 예정이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 세상을 바꾸는 초심을 잃지 않고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페이스북의 5대 경영 원칙으로 ▲효과에 집중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과감하고 ▲열려 있고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것을 내세운다. '단순함'과 '집중'을 최고 모토로 삼았던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