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없는 애플이 글로벌 부품시장 지배하는 비법은…

입력 2012.03.24 03:05

대량 구매계약 맺고 현금 선지급 협력업체 밀착 관리 공급망 통제

2010년 6월 애플의 아이폰4가 출시될 무렵 대만 HTC 같은 경쟁사들은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스마트폰용 핵심부품을 제때 못 구해 발을 동동 굴렀다. 애플이 관련 부품을 싹쓸이해 간 탓이었다. 애플은 지난해 3월 아이패드2의 내부 케이스를 만들 때도 엄청난 양의 고급 부품을 한꺼번에 사들였다. 이로 인해 다른 업체들은 최소 6주에서 6개월까지 관련 부품이 나오는 것을 기다려야만 했다.

글로벌 전자(電子) 산업계를 뒤흔드는 '애플식(式) 부품 싹쓸이'는 탁월한 부품공급망관리(SCM)에서 기인한다. 이 회사의 부품공급망은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Cook)의 작품이다. 팀 쿡은 1998년 애플 입사 후 SCM을 맡아 세계 최고 수준의 부품공급망을 갖춤으로써 스티브 잡스의 눈에 들었고 후계자로까지 낙점받았다.

자료=애플(2011년)
애플식 부품공급망의 특징은 모든 제품 생산을 아웃소싱(outsourcing)한다는 점이다. 주요 부품인 아이폰 중앙처리장치의 경우, 애플이 직접 설계해 삼성전자에 외주를 주는 방식이다. 전 세계 부품회사에 주문한 중간재는 대부분 중국 내 폭스콘(Foxconn·중국명 鴻海) 공장에서 조립한다. 세계 최고의 IT제조 기업이 공장을 직접 소유하지 않는 희한한 구조인 것이다.

Weekly BIZ가 애플이 작년 말 홈페이지에 공개한 부품협력업체 156개를 국적별로 분석한 결과, 미국(41개)·대만(39)·일본(31)·싱가포르(10)·중국(9)·한국(7) 등 17개국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지만, 미국 기업이라도 대부분 공장은 중국에 두고 있다. 조립공장과 최대한 가까이 부품공장을 둔다는 내부 원칙에 입각해서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인 애플 신드롬은 미국과 '차이완(Chiwan·차이나+타이완의 합성어)'의 합작품이라고 분석한다. '디자인드 인 캘리포니아(designed in California)'이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인 셈이다.

수많은 부품기업에 대한 밀착관리도 세계적 수준이다. 애플은 구매 과정에서 '대량구매'를 통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주요 부품들을 확보한다. 예를 들어 부품 공급업자에 대량의 구매계약을 맺고, 현금으로 선(先)지급한다. 대신 부품가격은 시가의 50% 안팎 수준으로 하는 식이다.

애플은 공장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디자인 작업부터 제조·소매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급망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애플이 맥컴퓨터와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에 대한 제품 발표 직전까지 중국 공장 내에 전자 모니터를 설치해 미국 쿠퍼티노 본사에서 감시했을 정도다.

애플은 부품관리망 관리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릴 예정이다. 올해에만 부품공급망 관리에 71억달러(약 8조원)를 투입하고 주요 부품에 대해 대량 구매 계약을 맺으며, 24억달러를 선지급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쿡은 비즈니스에서 공급망을 전략적 무기로 사용하는 내용을 담은 책인 '시간과 경쟁하기(Competing Against Time)'를 동료들에게 나눠주며 일독을 권했다고 한다. 조지 스톡(Stalk) 전 보스톤컨설팅그룹(BCG) 수석부사장 등이 펴낸 이 책은 제품 제조부터 고객에게 배달될 때까지의 공급망을 관리하고 시간을 줄이면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핵심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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