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시장, 2020년엔 60兆로 커질 것"

    • 김종윤 맥킨지 부파트너

입력 2010.11.20 03:02

김종윤 맥킨지 부파트너
전기자동차는 이제 대세다. 지난 십수년간 연료전지, 청정디젤, 태양광 자동차 등이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기술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지만, 경제성과 이산화탄소 감축 가능성, 기술의 성숙도, 정부의 정책 방향 등이 전기 자동차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결국 앞으로 자동차 산업은 연비가 뛰어난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가 공존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전기차가 열어주는 신시장에서 승자가 되려면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할까.

가장 먼저 만개할 분야는 이미 양산 단계에 접어든 전기 스쿠터다. 초기 가격은 기존 스쿠터에 비해 10~20% 정도 비싸지만, 연료비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별도의 충전시설 없이 집에서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어 매우 실용적이다. 전기승용차보다 한발 앞서 전기차 시장의 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음으로는 일일 운행거리가 200㎞ 내외이고, 연료비가 많이 드는 대도시의 버스와 택시, 택배용 소형 트럭 등이 유망한 전기차 시장이다. 이미 유럽의 여러 대도시에서 시범 운행 중인 전기버스나 전기트럭은 대량 생산이 시작되면 현재의 디젤차량과의 가격 차가 1억~2억원 정도로 낮아진다. 4~8년만 운영하면 추가 투자비를 뽑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승용차는 선진국의 소형차 소비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통 혼잡도가 높은 뉴욕·파리·도쿄·서울 등의 대도시에 살면서 출퇴근용으로 세컨드카(second car)가 필요한 사람들은 전기차의 실용성에 크게 주목할 것이다.

전기차 부품 시장에도 신사업 기회가 많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시장 규모가 2020년에 40조~6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고효율 전기모터도 30조~40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기술도 사업성이 크다. 에어컨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20% 이상 깎아먹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효율적인 전기차용 냉난방 장치 개발 사업이 각광받을 수 있다. 또 전력 소비가 낮은 고(高) 휘도 LED 조명, 전기 모터의 부하를 줄여주는 저(低) 저항 타이어, 차량의 경량화와 공기 저항 감축 기술도 유망하다.

전기차 산업의 진전은 한국 산업의 근간인 자동차, 전기전자, 석유화학 산업의 틀을 바꾸어 놓는 메가톤급 변혁이 될 것이다. 한국은 다행히 이러한 전기차 산업의 근간이 튼실하지만, 전기차 보급이 미칠 엄청난 영향력과 이에 따른 시장 기회에 대한 인식은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

전기차 산업의 육성은 완성차 업체가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 배터리부터 반도체에 이르는 수많은 부품 업체, 전력회사와 충전장치 개발 업체 등 인프라 기업들, 또 전체 산업 발전을 조율하는 정부의 역할이 조화를 이루어 총체적인 에코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 기업들의 성공 비법은 빠르고 탄탄한 실행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었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이러한 성공 공식이 다시 한번 발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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