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창업 당시 구글벤처스(GV)의 투자로 유명세를 탄 FBN은 이제 5만 제곱킬로미터 이상의 농지 정보를 쥔 농업 데이터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미국의 경영매거진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는 "데이터 다툼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소규모 개인 농가가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한 연결망"이라며 FBN을 '2017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34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FBN 본사에서 만난 찰스 배런(Charles Baron) 공동 창업자는 "정보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개별 농장의 생산성은 물론, 대기업과의 협상력도 완전히 달라져 수익 구조가 크게 바뀔 수 있다"며 "정보 주도권의 방향이 앞으로 농업 생태계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

찰스 배런 FBN 공동창업자 ⓒ조선DB

찰스 배런 FBN 공동창업자 ⓒ조선DB

위클리비즈(이하 생략): FBN이 생기기 전에도 농장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나.

찰스 배런(이하 생략): 농부들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규모와 정확성이 다르다. 보통은 가까운 지역에 있는 네댓 개 농장 주인들이 모여 대화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한 사람이 '우리 농장 한쪽에 흙이 좀 거칠고 건조했던 곳 있잖아? 거기에 콩을 심고서 이 비료를 며칠 간격으로 줬더니 아주 좋아' 하면 다른 사람이 '오, 우리 밭 흙도 그런데 그 비료 한번 써봐야겠네' 하는 식이다. FBN에 가입한 농장 수가 3200개고, 각 농장의 면적을 합치면 1300만 에이커(약 5만 제곱킬로미터)다. 이를 분석해 나오는 정보의 질과 정확성은 네댓 명이 알음알음 나누던 것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정보의 질이 어떤 식으로 달라지나.

농업에서는 상상 이상의 많은 변수가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옥수수 같은 경우, 일반적인 파종법은 30인치 간격으로 종자를 심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브랜드 종자인지, 혹은 어떤 토질에 심는지에 따라 20인치, 혹은 12인치로 심을 때 가장 수확량이 많을 수도 있다. 그런 실험을 열 번 하고 나온 정보, 200번 하고 나온 정보 중 어떤 게 더 신뢰도가 높을까. 이런 식으로 적용해 보면 더 많은 농가가 네트워크에 참여해 자신의 정보를 추가할수록 더 좋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브랜드의 농기계 중 어떤 농기계의 효율이 가장 높은지, 어떤 농약과 비료의 조합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내는지 등 개인 농가에서는 얻기 힘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러 정보를 입력하는 일이 농가에 오히려 부담을 주는 건 아닌가.

요즘 농장 운영은 매우 과학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농부들이 추가로 해야 할 일은 없다. 가령 미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존 디어의 트랙터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 농장의 위치, 기상 등 작물 재배 환경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해 클라우드망에 저장한다. 이 트랙터를 갖고 있는 농부가 FBN에 가입한다고 치자. 그가 할 일은 존 디어 클라우드에 접속해 자신의 농장 정보를 내려받은 후 FBN의 양식에 맞게 입력하는 것뿐이다.

 

기존의 농업 분야 대기업도 양질의 정보를 집적해 재배 플랜을 짜주지 않나.

우리는 양방향으로 정보를 공평하게 공유한다는 점이 다르다. 대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개별 농가의 정보를 가져간 뒤 자신들이 분석한 처방만 제공하는 식이다. 그러나 FBN은 모든 가입 농장 정보를 익명 처리한 뒤 공유해 정보를 '민주적'으로 이용하게 한다. 개인 농가가 가장 크게 겪던 어려움은 종자·비료의 가격 협상이었다. 종자 시장을 장악한 대기업들은 전국에서 똑같은 가격으로 종자를 거래하는 게 아니라, 농장 규모나 지역에 따라 가격을 달리 책정한다. 농장 규모가 작을수록 가격 협상력도 약해진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농업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전국 모든 농가가 어떤 브랜드 종자를 얼마에 구매했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공개해 각 농가의 협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실제 가입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독일 바이엘이 몬산토를 인수하는 등 농업 분야 대기업들의 인수 합병이 활발하다. FBN이 다른 대기업에 인수되면 그 정보가 기업에 넘어가지 않나.

그럴 일은 없다. 우리가 이 회사를 세운 목적 자체가 대기업의 정보 독점으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막기 위한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개인 농가를 네트워크에 참여시키고 투명한 농업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최근 애그테크(agtech)* 투자 열풍이 뜨겁다. 앞으로 전망은.

최근 20년 사이에 농업은 급격하게 디지털화됐다. 흥미로운 역사의 전환점이라고 할 만하다. 다양한 기술과 정보 분석이 실전에 적용되면 생산성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전통적인 농산물 유통 구조 역시 앞으로 10년 동안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삶의 필수 요소인 데다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인 만큼 투자가 많은 것도 당연하다.

* 농업 분야 첨단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