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변 분석해 음식 궁합 찾아내… 新식품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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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8.19 08:00

      맞춤형 식단 추천하는 스타트업 '데이투' 유발 오펙 회장
      건강관리 돕는 '식단 앱 '이스라엘 이어 美 진출, 창업 2년 만에 197억원 투자 받아

      프랑스에서는 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마리아주(mariage·결혼)'라고 부른다. 사람의 장내 세균(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해 맞춤형 식단을 추천하는 이스라엘 기업 데이투(DayTwo)는 음식과 신체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에겐 해로운 아이스크림과 흰쌀밥이 내 몸엔 좋을 수 있고, 건강식으로 알려진 야채 샐러드와 콩이 오히려 내 몸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만난 유발 오펙(Ofek) 데이투 공동 창업자 겸 회장은 "현대인은 비만, 고혈압, 당뇨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데, 잘못된 식습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어떤 음식이 나와 궁합이 잘 맞는지부터 파악하면 건강관리가 수월해진다고 했다. 그는 "사람마다 고유 장내 세균을 보유하고 있어 섭취 음식마다 다르게 반응한다"면서 "데이투의 목표는 개인별로 궁합이 잘 맞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찾아내 건강관리를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박테리아 분석해 개인별 음식 궁합 찾아낸다… 新식품 비즈니스
      데이투는 사람의 채변 샘플을 받아 장내 세균을 분석한다. 데이투 사이트에 회원 등록을 하고 질의서를 작성하면 채변 검진 키트가 집으로 날아온다. 데이투 연구소는 채변 샘플 내 장내 세균 DNA를 검사해 40만여 종의 음식이 혈당(血糖)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한다. 혈당 수치를 크게 높이거나 낮추면 피해야 하는 음식,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으면 먹어도 좋은 음식으로 분류한다. 검사 결과는 6~8주 후 데이투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앱에는 궁합이 가장 잘 맞는 '10대 메뉴'와 '내 몸에 맞는 간식' '피해야 할 10대 음식' 등이 나온다. 아침·점심·저녁 등 시간대별로 섭취하면 좋은 메뉴도 열람할 수 있다. 1회 검사와 검사 결과 열람 비용(검사 후 6개월간)은 299달러(약 34만원)다.

      장 세균이 혈당에 가장 큰 영향

      데이투는 이스라엘 면역학자 에란 엘리나브와 컴퓨터 과학자 에란 세갈의 공동 연구로 설립됐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소속인 엘리나브와 세갈 박사는 2013년 1000명을 대상으로 음식 섭취에 따른 반응을 연구했다. 그 결과 어떤 사람은 빵을 먹고 혈당 수치가 치솟은 반면, 똑같은 빵을 먹고도 아무 반응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세갈 박사는 "특정 음식에 대한 반응을 좌우하는 요소는 운동량, 콜레스테롤 수치 등 137개로 다양했는데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장내 세균이었다"고 설명했다. 엘리나브와 세갈 박사는 개인의 음식 궁합을 측정하는 특수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사업가인 마리어스 나흐트와 유발 오펙이 맞춤형 식단 추천 서비스를 사업화했다.

      ―와이즈만 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사업화한 계기가 궁금하다.

      "첨단 IT 산업에만 30년간 몸담았고, 그중 15년을 헬스케어에 투자했다. (유발 회장은 데이투에 합류하기 전 10년간 의료 솔루션 업체 DB모션의 창업자 겸 회장으로 활동했다.) 헬스케어 시장을 바꿀 만한 혁신의 조짐은 보이는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이나 연구는 없었다. 특히 현대인의 고질병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대사증후군, 당뇨, 비만, 심장병 등을 예방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엘리나브와 세갈 박사의 연구는 이런 질병의 원인을 다뤘고, 데이투는 이를 실행에 옮길 기회였다."

      ―왜 혈당 수치에 집착하는가.

      "오늘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질환은 대부분 혈당이 원인이다. 혈당을 관리하지 못해 수많은 사람이 비만,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당뇨 등에 시달린다. 물론 질병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혈당 수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50년 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당뇨는 흔치 않은 질병이었다. 오늘날 중국 당뇨병 환자 수는 미국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탄수화물 중심의 서양식 식단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대사증후군 인구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이런 질환에 접근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탄수화물은 혈당 수치를 높이고 지방은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평균'일 뿐이다. 개인별로 음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장 세균을 분석해 혈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제대로 된 식단을 만들 수 있다."

      데이투는 사람의 장내 세균의 DNA를 분석해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형 음식을 추천하는 업체이다. 유발 오펙 데이투 회장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유전자와 달리 장내 세균은 식습관이나 항생제 복용 여부에 따라 조금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투는 사람의 장내 세균의 DNA를 분석해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형 음식을 추천하는 업체이다. 유발 오펙 데이투 회장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유전자와 달리 장내 세균은 식습관이나 항생제 복용 여부에 따라 조금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혈당을 알고 싶으면 측정기를 사용하면 되지 않나.

      "당뇨 환자들이 사용하는 혈당 측정기의 단점은 측정 기간 먹은 음식의 반응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세균을 분석해야 개인 고유의 신진대사와 혈당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람마다 장 세균의 종류와 구성 등이 다르다. 개개인의 유전자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건강식도 장 세균과 잘 맞아야

      데이투는 지난해 이스라엘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올해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창업 2년 만에 미국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 메이요 클리닉 등에서 총 1700만달러(약 197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인 얀센과 연구개발(R&D) 파트너십을 맺었고 메이요 클리닉과도 장 세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오펙 회장은 "지금은 어떤 음식이 몸에 좋고 나쁜지만 알려주지만, 앞으로는 섭취해야 하는 음식의 양과 시기, 적정 운동량, 수면 시간까지 추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앱으로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가.

      "A~C 등급으로 음식 궁합을 분류한다. A+가 매겨진 음식은 궁합이 아주 잘 맞는 음식으로, 먹어도 혈당 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C로 분류된 음식은 혈당 수치가 높아져 먹어서는 안 된다. 앱에서 원하는 메뉴를 찾을 수 없을 경우, 직접 메뉴를 등록하면 등급을 계산해준다. 검색창에 '베이글' '사과' 등 개별 식재료를 검색해 나와 궁합이 맞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맞춤형 식단 업체가 많은데 차이점이 무엇인가.

      "대부분 다이어트나 식단 관리가 작심삼일로 끝난다. 이미 굳어진 식습관을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데이투의 장점은 평소 입에 대지도 않는 음식을 몸에 좋다고 무조건 추천하지 않는다. 몸에 맞는 것만 추천한다. 우리가 추천하는 식단은 다양한 음식을 포함한다. 일례로 아이스크림이 몸에 잘 받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추천 식단에는 아이스크림이 들어갈 수 있다. 나는 버터를 빵에 발라먹는데, 몸에 좋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라면 식단을 따로 설정해서 음식을 추천받으면 된다. '저칼로리' '고단백 저탄수화물' 등 기호에 따라 설정할 수 있다."

      데이투가 맞춤형 식단 제공하는 과정
      식당 메뉴 고를 때도 활용

      오펙 회장은 향후 식품회사들이 데이투와 같은 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평균에 의존하는 추천 시스템은 이제 무의미하다. 효과가 없기 때문에 당뇨 환자가 이렇게나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맞춤형 식단이 식품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궁극적으로 식품회사들이 데이투 같은 추천 시스템을 활용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방문한 레스토랑의 메뉴를 데이투 앱으로 내려받거나 스캔하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메뉴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우리는 식품 사업에 진출하지 않고 식품·영양 관련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데이투의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미국에서는 다이어트 관리업체인 웨이트워처스가 유명하다. 웨이트워처스 계정에 데이투 프로필을 연계하면 고객은 양사의 정보를 활용해 더 효율적으로 식단·체중 관리를 할 수 있다. 이 밖에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 배달 서비스, 다이어트 업체 등과도 파트너십을 맺을 계획이다. 데이투 정보는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사용자가 허락할 때만 협력업체들이 이를 활용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데이투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장 세균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과정은 여전히 복잡하고 비싸다. 그나마 첨단 기술을 활용해 합리적인 가격대로 낮출 수 있었다. 현재 299달러인 검사·서비스 가격을 200달러 미만으로 낮추려고 한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대중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로 낮출 방침이다. 그렇게 해야 대사증후군, 당뇨, 심장병 환자들이 실제로 혜택을 볼 수 있다. 음식 문화가 다른 시장에 진출할 경우 데이터베이스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현재 데이투는 미국·유럽 40만개 음식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시장에 진출할 경우 그에 걸맞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하며, 국가별로 많이 섭취하는 음식이 있다면 새로 추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