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면접관·계산대 없는 상점… 변화는 시작됐다

    • 김성훈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입력 2017.03.04 15:44

[IGM과 함께하는 4차 산업혁명] (1)

1 "高성과자와 비슷하네" 로봇이 지원자 능력 분석

[IGM과 함께하는 4차 산업혁명]
인간의 말투와 표정을 분석해 대응하는 로봇‘마틸다’와 개발자인 코슬라 교수. / 라트로브대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킨다. 머지않아 직원 채용 면접에 로봇 면접관이 등장할 전망이다. 면접 보는 로봇 '마틸다(Matilda)'는 호주 라트로브대의 라지브 코슬라(Khosla) 교수 연구팀이 개발했다.

마틸다는 25분 동안 최대 76개 질문을 구직자에게 던진다. 지원자의 표정과 말투를 분석해 인터뷰 내용을 기록한다. 이미 회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직원들과 지원자의 능력을 비교하고 분석해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가려내는 데 활용된다. 마틸다는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non-judgemental), 위협적이지 않으며(non-threatening), 공격적이지 않은(non-invasive) 방식으로 솔직하게 상호작용을 한다고 한다.

아직까지 마틸다는 1차 면접에서 다수(多數) 후보군을 추려내는 데 적합한 수준이다. 앞으로 마틸다가 채용 면접관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하여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로봇 면접관이 편안할지 모르지만, 인적 교류를 더 편하게 느끼는 전통 세대들은 오히려 불편한 마음 상태에서 면접에 임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로봇이 지원자를 평가할 때는 어떤 이상적인 모습 예컨대 회사 내 고(高)성과자의 모습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텐데, 로봇의 판단 기준을 제대로 설정해 두지 않으면 엉뚱한 사람을 뽑게 될 수 있다. 로봇은 융통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이슈들이 해결되면 로봇은 수많은 지원자에 대한 1차 스크리닝 등 면접 보조 수단 역할을 뛰어넘을 수 있다. 회사의 채용·교육·평가와 같은 기업 내 인사 담당자의 전통적인 역할은 전략적 인재 관리에 집중되는 방향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2 쇼핑 바구니를 계산대에 놓으면 자동으로 물건 인식

[IGM과 함께하는 4차 산업혁명]
물건 값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상점‘아마존고’ / 블룸버그
계산대가 없는 상점이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지난해 말 문을 열었다. 인터넷 쇼핑 전문기업 아마존이 만든 '아마존고(Go)'다. 아직 180㎡ 정도밖에 안 되는 규모다. 미리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고, 매장에 들어갈 때 앱을 활성화한 뒤, 원하는 물건을 고르고 매장을 나오면 된다. 상점에 내장된 각종 센서와 딥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은 소비자가 가져간 물건들을 전자태그 없이 정확히 파악한 뒤, 결제할 금액을 고객의 계좌로 청구한다. 소비자는 계산하려고 기다릴 필요가 전혀 없다.

일본 파나소닉은 계산원이라는 뜻의 '레지가카리'와 '로봇'을 합성한 '레지로보(regirobo)'를 개발해, 편의점 브랜드 '로손(Lawson)'과 손을 잡았다. 쇼핑 바구니를 체크아웃 계산대에 놓으면 알아서 물건을 인식한 후 봉투에 자동으로 넣어주는 방식이다.

파나소닉과 로손의 매장은 직원을 완전히 몰아내지는 않는다. 매장에서 고객과 점원이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여전히 현금을 널리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레지로보를 활용하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일본의 심각한 인력난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케마스 사다노부 로손 사장은 "편의점 업계의 점포 운영은 점점 복잡해지는데 일손 부족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며 편의점 업계의 새로운 혁명을 기대했다.

두 사례에서 보듯 기술 발전에 따라 쇼핑 문화에는 큰 변화가 일고 있지만, 변화는 국가별 인프라 및 쇼핑 문화에 따라 다소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한국의 마트와 편의점엔 어떤 방식이 더 적합할까. 올해 안에 소비자가 그 답을 얘기해 줄 것 같다.

3 자율주행차가 알아서 집앞에 대기… 車 소유할 필요 있을까

[IGM과 함께하는 4차 산업혁명]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 블룸버그
세계경제포럼(WEF)의 연구에 의하면 불과 3~4년 안에 미국의 신차(新車) 판매가 40% 감소한다. 신차 판매는 지난 100년 동안 꺾인 적이 없었다.

우선 차량 공유 서비스 때문이다. '우버'나 '집카' '리프트' 같은 기업이 자동차 공유 시대를 열고 있다. 이 기업들의 서비스는 자동차는 혼자 소유하는 것이란 개념을 점차 사라지게 한다. 전통적인 완성차업체도 공유 서비스에 가세했다. 미국 1위 GM은 '메이븐(Maven)'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차량을 파는 게 아니라 빌려 주는 것이다. 메이븐 이용자는 자동차 키를 받으려고 오고 갈 필요가 없다. 앱을 통해 차량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다. 차를 쓴 다음에는 도시 곳곳 지정된 곳에 차를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된다. 아우디 또한 '아우디 온 디맨드(On Demand)'라는 이름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다. WEF는 2025년 자동차 여행을 할 때 45%가 자기 차가 아닌 차량 공유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전망한다. 차 구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율 주행차도 자동차 빅뱅의 원인이다. 자동차가 알아서 승객을 데리러 오면, 비싼 돈 주고 차를 살 필요가 줄어든다. 물론 자율 주행차는 아직 시험 단계이다. 완전 무인 자율 주행이 가능한 수준의 기술 완성도를 갖추고, 관련 법규가 뒷받침되려면 3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그때가 오면 우리가 아는 자동차 문화는 이미 옛 이야기가 되어 버릴 것이다. 지난 50~60년 동안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필수품 중의 하나가 자동차였다. 이 필수품의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다.

[IGM과 함께하는 4차 산업혁명]

김성훈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오하이오 주립대 기계공학 박사
- KAIST 녹색성장대학원 교수
- KT 미래융합전략실 스마트에너지 사업단장
- IGM 4차 산업혁명 최고위과정 주임교수



*이 기사는 조선일보 WEEKLY BIZ 3월 4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WEELLY BIZ 구독 및 배달 신청은 조선일보 홈페이지 ( https://members.chosun.com/subscription/appendweeklybiz.jsp ) 에서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독자는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무료로 배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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