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휴대전화 한 대씩 가진 것처럼 가정마다 태양광 에너지 이용… 올해는 AI 로봇들이 본격 등장하는 해

입력 2017.03.04 15:31

[경영 구루 3인 인터뷰] (3) 비벡 와드와 카네기멜런대 연구원

[경영 구루 3인 인터뷰] (3) 비벡 와드와 카네기멜런대 연구원
"2030년이면 전기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거의 없어진다. 누구나 휴대전화 한 대씩 가진 것처럼 가정마다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번 충전에 80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가격은 1만달러(약 1133만원)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다. 자율주행차 전용도로가 급부상하고, 사람이 운전하는 차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모든 소유물은 공유해서 쓰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필요하면 인터넷에 접속하고, 공유 서비스를 활용하는 형태가 일반적일 것이다. 멀지 않다. 13년 뒤면 우리 삶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다."

기업가 출신 미래학자 비벡 와드와(Wadhwa) 카네기멜런대 선임연구원이 바라보는 미래다. 소프트웨어 기업을 운영하다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진 뒤 연구 분야로 시선을 돌린 그는 스탠퍼드대, 듀크대 등에서 강의하며 미래 기술 혁명을 예고해 주목받았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의 '100대 사상가'(2012년), 타임지의 '기술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큰 40인'(2013년) 등에 선정됐다.

지난 2월 마운틴뷰에 있는 카네기멜런대 실리콘밸리 캠퍼스 연구실을 찾았다. 그의 연구실에는 신사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인터뷰도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라는 과제에 대해 질문하는 학부생, 네팔에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찾아온 한 졸업생과 상담을 마친 뒤 시작됐다.

가장 유용한 AI가 일자리도 위협

―최근 쓴 칼럼에서 올해가 '로봇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아마존 에코, 구글 홈,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등 대기업이 내놓은 가정용 인공지능(AI)이 수백만 대씩 팔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기기에 AI가 삽입되고 있다. AI의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최근 1~2년 사이 음성인식 기술은 의미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즉각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2017년은 이런 AI 기반의 로봇들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등장하는 해가 될 것이다."

―2050년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같이 변하는 시기에는 누구도 먼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대신 2030년의 모습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다. 태양광 에너지 이용이 확산해 전기세 걱정은 사라질 것이다. 지금 전 세계에 휴대전화가 확산한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태양광 패널 설치에 돈이 들겠지만, 한번 기기를 사두면 누구나 전력을 생산해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비용은 거의 없다. 태양광 패널이 더 많이 붙은 집일수록 집값이 비싸질 수 있다. 2030년에는 자율주행차가 대세가 돼 아예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없애자는 논의도 나올 것이다. 특히 고속도로는 대부분 자율주행 전용도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왜 하필 태양광 에너지에 주목하나.

"다른 에너지에 비해 필요한 인프라가 적기 때문이다. 풍력 에너지만 해도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에서 만든 전력을 배전망을 통해 끌어와야 한다. 정부 차원의 공이 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태양광은 패널만 있으면 간단히 해결된다. 아프리카, 인도 등 배전망 시설이 부족한 여러 나라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크게 발전할 것이다."

[경영 구루 3인 인터뷰]
지난해 말 프랑스 기업 콜라스가 노르망디의 한 마을에 설 치한 2800㎡ 넓이의 태양광 패널 도로. 이 도로에서 생산한 전력은 마을 가로등을 밝히는 데 쓰인다. / 블룸버그

―우리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기술은.

"한 가지 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기술의 발전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헬스케어 기술의 발전을 통해 사람들은 더 건강한 삶을 오래 누릴 수 있게 되고 태양광 패널 보급으로 전력을 직접 생산하게 되면 주거 형태와 경제 구조가 바뀔 것이다. 로봇이 어떤 분야에 도입되느냐에 따라 그 분야의 생활상과 직업의 미래도 달라진다. 만약 AI가 사람의 친구가 된다면 미래는 또 달라질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극심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가장 위협적으로 성장할 기술은.

"우리 삶을 가장 풍족하게 만들 기술이 동시에 가장 위험한 기술이 될 수 있다고 본다. AI는 우리 삶을 상상 이상으로 편리하게 바꿀 수 있는 기술이지만, 동시에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유전체 조작으로 인류가 질병에서 해방될 수 있지만 여러 윤리적인 문제도 발생할 것이다. 이런 미래가 멀리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다."

―일자리의 미래는 어떤가.

"현존하는 모든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지적 능력이 필요한 일이든, 물리적 노동력이 필요한 일이든 똑같이 위험하다. 다행인 것은, 앞으로 10~15년 정도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술에 맞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 정부가 자율주행차 전용도로 구축 사업을 전국적으로 진행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인프라 구축까지 끝난 뒤는 답이 없다. 개인은 10~15년 사이에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정부는 미래에 필요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공부해야

―미래 준비가 가장 잘된 회사는 어디라고 보나.

"실리콘밸리에도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된 회사는 없다. 구글은 오랜 기간 미래를 대비하겠다며 '문 샷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에야 이 팀을 재정비하고 클라우드 컴퓨팅과 머신러닝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 역시 이제 막 미래 기술 투자에 나선 참이다. 어느 첨단 기술 기업도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했다. 전 세계가 비슷한 상황이다."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위험한 것은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자만하는 태도다.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은 살아남기 위해선 무조건 새롭게 배워나가는 자세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앞선 기업이 없다. 지금 출발하는 기업에 기회가 없는 게 아니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에 있는 정보를 탐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대다. 30~40년 전에는 극히 일부만 알 수 있던 정보가 지금은 대중에게 활짝 열렸다. 만약 미래를 먼저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누구나 미래를 주도할 수 있다. 현존하는 기업이 승기를 잡을 수도, 아직 탄생조차 하지 않은 기업이 미래를 선도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 시대는 위험하지만,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린 시대다."


*이 기사는 조선일보 WEEKLY BIZ 3월 4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WEELLY BIZ 구독 및 배달 신청은 조선일보 홈페이지 ( https://members.chosun.com/subscription/appendweeklybiz.jsp ) 에서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독자는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무료로 배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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