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이 기업 살린다… 때로는 목숨마저도

입력 2016.12.03 03:05

기업의 목적은 돈 뿐인가
수익 외 사회에 중요한 가치 줘야 건강하고 맛있고 몸에 좋은 간식

대니얼 루베츠키 ‘카인드 스토리’ 저자
대니얼 루베츠키 ‘카인드 스토리’ 저자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페니 프리츠커 상무부 장관은 연 매출 6000억원에 직원 수가 500명이 안 되는 '카인드 헬시 스낵스'의 창업자 대니얼 루베츠키(Lubetzky·48)를 '미국 기업가 정신 대사'로 임명했다. 이 회사는 말린 과일과 견과류로 스낵바를 만드는 식품 회사로, 인공지능·빅데이터 같은 첨단 기술 기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루베츠키는 타임이 선정한 '사회를 혁신시키는 책임감 있는 선구자 25인', 세계경제포럼의 '미래의 글로벌 리더 100인', 비즈니스위크의 '미국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사회적 기업가'에 이름을 올렸다.

루베츠키 창업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사회적 기업이 당장은 힘든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랜 기간 소비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어,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타인의 선행으로 살아남은 유대인의 아들로,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나 10대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월가의 금융 변호사 자리를 거절하고 2004년 '맛있고 건강한 간식으로 세상에 친절한 행동을 하자'는 사명으로 카인드 헬시 스낵스를 창업했다. 그의 저서 '카인드 스토리(원제 Do the Kind Thing)'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카인드'라는 브랜드명이 단순하면서 직관적이다.

"기업의 이름은 단순할수록 좋다. 과거 지중해 식품 회사를 창업하면서 이름을 '모셰 푸픽과 알리 미쉬문켄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연 고급 식품'이라고 지은 적이 있다. 제품이 언론에 알려질 무렵, 한 라디오 아나운서가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것을 들었다. 이름은 쉽고 단순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친절이 기업 살린다… 때로는 목숨마저도
Getty Images 이매진스
―친절함에 대한 남다른 경험이 있는지.

"친절한 행동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살아남았고, 지금의 나도 존재하고 있다. 리투아니아에 살던 아버지가 아홉 살이 되던 해에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유대인의 삶은 급격히 어려워졌다. 어느 날 독일군이 아버지가 살던 아파트의 유대인을 모두 사살했는데, 이를 미리 알려준 수위의 도움으로 우리 가족은 살 수 있었다. 아버지는 그때 수위가 할아버지에게 했던 말을 이렇게 기억했다. '루베츠키, 나는 독일인을 데리고 와서 이 아파트에 사는 모든 유대인을 죽일 거야. 당신만 빼고 말이야. 당신은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 사람이니까. 내게 작은 보드카 병을 주었고, 점잖게 말을 건넸지. 당신은 좋은 사람이야.' 아버지는 이후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토록 짐승 같은 사람도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해 주었던 이를 알아봐 주었다. 자비롭고 겸손한 태도는 언젠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버지는 평생 친절함을 실천하며 살았다. 은행장이든, 종업원이든, 승무원이든, 아니면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든 아버지는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했고, 모두를 웃게 했다. 다른 사람들도 아버지에게 친절했고, 살아남게 도와줬다. 아버지는 삶을 통해 친절과 동정심이야말로 인류가 영속하거나 멸종하게 될 기준임을 몸소 보여 줬다."

―친절과 비즈니스는 다소 어색한 조합인데.

"흔히 사람들은 '비즈니스의 목적은 돈이다'고 말한다. 물론 모든 기업이 사회적 기업은 아니다. 그리고 재무 건전성은 모든 기업에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들을 살펴보자. 그들은 돈을 버는 것을 넘어서, 사회에 중요한 가치를 제공한다. 기업의 목적이 돈뿐이라면, 결국 쳇바퀴를 도는 햄스터 신세가 될 것이다. 올해 많은 돈을 벌어도 내년에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은 결국 평생 이룰 수 없는 신기루다."

―비즈니스의 목적이 돈이 아니라면 무엇이어야 하나.

"돈을 벌면서도 수익 외의 목적을 추구할 수 있다. 카인드의 목표는 건강하고, 맛있고, 간편하고, 몸에 좋고, 경제적으로 유지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나는 건강과 맛, 수익을 내는 기업과 사회적 기업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한 번에 이룰 수 있는 목표들이다. 우리는 몸에 나쁜 유화제를 섞는 기존의 스낵바 제조 방식을 쓰지 않고, 통견과류와 씨앗, 과일 등 천연 성분을 꿀로 혼합해 혈당 지수를 낮추고 영양을 풍부하게 한 스낵바를 생산했다. 이 제품은 매년 10만곳이 넘는 매장에서 10억개 이상 팔리고 있다."

―그런 경영 철학을 유지하기 어려운 순간은 없었나.

"2011년 경쟁 업체가 카인드 제품을 그대로 베끼고, 인공조미료를 추가해 설탕을 60% 줄인 제품을 내놓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카인드처럼 자연 성분만 사용하면 설탕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바를 만드는 게 불가능했다. 심지어 견과류에도 약간의 자연 당분이 들어 있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우리는 타협하지 않았다. 카인드가 다이어트 기능의 인공 식품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듬해 과일을 빼고 천연 향신료 또는 다크초콜릿을 넣는 방식으로 설탕 함유량을 크게 줄인 제품을 내놓았다. 이렇게 해서 브랜드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카인드 헬시 스낵스의 스낵바
카인드 헬시 스낵스의 스낵바 / 카인드 헬시 스낵스

―글로벌 대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대기업이 착한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들의 진정한 동기에 의문을 품을 때가 많다. 특히 기업이 내세우는 사회적 사명이 그들의 핵심 비즈니스와 모순을 보일 때 더욱 그렇다. 예컨대 설탕이 많이 든 음료를 생산하는 기업이 소아 비만 문제와 싸우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그 사실을 널리 알리려고 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시도는 위선적으로 보이고, 그 브랜드가 사회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어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사회적 기업의 제품에 더 관심을 기울일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품질이 떨어진다면 설령 존경받는 사람이 그 제품을 만들었다 해도 소비자들은 사지 않을 것이다. 우선 제품의 장점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승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기업이 선언한 사회적 사명이 진정한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

―사회적 사명을 추구했지만, 사업에선 실패했던 적이 있나.

"과거 지중해 식품 회사를 설립하면서, 제품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터키 등 분쟁 지역 사람들의 협력으로 생산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협력이 이렇게 달콤한 적은 없었다'는 문구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사람들은 스토리에는 흥미를 느꼈지만 정작 제품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일회성 구매 동기를 자극할 수는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수익을 창출할 수는 없었다. 실수를 경험한 후에야 소비자들은 자신이 정말 원하고, 라이프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제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할 때 소비자 조사를 한다고 해도 늘 성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많은 기업이 회의실에 충성 소비자를 모아 놓고 신제품에 대한 반응을 묻는다. 나는 이런 방식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헨리 포드는 자동차를 만들면서 소비자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봤다면, 그들은 아마 더 빠른 말(馬)이라고 답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그들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소비자들이 인식하기 전에, 그들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인정할 수 있도록 먼저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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