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으로 Jobs 얻어라… "회사에서 놀게 하자 잡스가 제 발로 찾아왔다, 제발 일자리 달라고"

입력 2016.12.03 03:05

7 Questions '스티브 잡스 첫 보스' 놀런 부시넬의 창의적인 인재 채용법

고(故) 스티브 잡스는 1974년 2월 리드대학을 자퇴한 후 방황 끝에 캘리포니아주에서 직장을 잡기로 결심했다. 60쪽이 넘는 구인 광고를 살펴보던 중 한 광고 문구가 그의 눈길을 끌었다. '즐기면서 돈 버세요(Have fun, make money).' 실리콘밸리의 아케이드 비디오 게임 회사 아타리(Atari)의 구인 광고였다. 잡스는 곧장 서니베일에 있는 아타리 본사로 갔다. 회사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잡스는 인사 담당자를 찾았다. 잡스의 헝클어진 머리와 추레한 차림새에 놀란 인사 담당자에게 잡스는 "내게 일자리를 줄 때까지 여기서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로비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자 직원들은 아타리 창업자인 놀런 부시넬(Bushnell·73)에게 "이상하게 생긴 히피가 일자리를 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고 보고했다. 부시넬은 잡스를 사무실로 올려 보내라고 말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잡스는 말쑥한 정장 차림의 회사원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보잘것없는 이력에도 잡스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부시넬은 잡스를 말단 기술자로 채용했다.

1972년 비디오게임 회사 아타리를 창업한 놀런 부시넬(큰 사진)은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1972년 비디오게임 회사 아타리를 창업한 놀런 부시넬(큰 사진)은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복장이나 근무 태도 등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직원들의 요청을 거의 다 들어줬다. 스티브 잡스는 아타리의 40번째 사원이었다. / 블룸버그·아타리뮤지엄
1972년 비디오게임 회사 아타리를 창업한 놀런 부시넬(큰 사진)은
1972년 비디오게임 회사 아타리를 창업한 놀런 부시넬(큰 사진)은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복장이나 근무 태도 등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직원들의 요청을 거의 다 들어줬다. 스티브 잡스는 아타리의 40번째 사원이었다. / 블룸버그·아타리뮤지엄
잡스는 출근 첫날부터 야근을 자청했다. 부시넬은 신입 사원의 말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새벽에 직원이 회사에 남아 있으면 보안 경고음이 시끄럽게 울리기 때문이다. 야근을 허락하려면 보안 규정을 바꿔야 했다. 그러나 잡스는 야근을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부시넬은 고민 끝에 잡스가 정규 근무시간 후에도 회사에 남아 일하는 것을 허락했다. 이후 잡스는 회사 책상 밑에서 쪽잠을 자며 2년 내내 게임 개발에 매달렸다. 당시 잡스의 동료는 훗날 그와 애플을 공동 창업한 스티브 워즈니악이었다. 둘이 밤을 지새우며 만든 아케이드 벽돌 깨기 게임 '브레이크아웃'은 아타리에 큰 수익을 안겨준 인기 게임이 됐다.

부시넬은 잡스처럼 열정이 넘치는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아타리를 창업할 때부터 회사를 놀이터처럼 만들었다. 사훈(社訓)에도 '재미(fun)'란 단어를 넣었다. 회사가 즐거워야 직원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녁에는 사무실에서 맥주 파티를 열었고, 나체만 아니면 직원들이 어떤 옷을 입는 것도 허용했다. 직원들은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일했다. 당시만 해도 실리콘밸리의 기업과 연구소 분위기는 대부분 딱딱하고 무거웠기에 아타리의 기업 문화는 파격적이었다. 재미있는 회사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각양각색의 개성과 능력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몰려들었다. 부시넬은 아타리에서 출시한 게임들이 인기를 끌면서 '비디오 게임의 아버지'란 별명을 얻었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그를 '미국을 바꾼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부시넬은 1976년 아타리를 워너브러더스의 모회사인 워너커뮤니케이션스에 2800만달러에 매각했다. 이후 기술 기업, 극장 등 20개가 넘는 회사를 창업해 성장시켰다. 지금은 건설 현장용 가상현실(VR)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 '모달VR'을 경영하고 있다.

그가 40여년간 창업을 거듭하며 성공을 거둔 비결은 뭘까. 부시넬은 "회사는 구성원 모두가 함께 키워가는 것이다. 나는 늘 남들과 다르고 자기 색깔이 뚜렷한 사람들을 채용했다. 잡스는 남들이 보기에 괴짜였지만, 다른 식으로 문제를 보고 남다른 해결책을 찾아냈다. 회사는 직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고 말했다.

잡스의 첫 보스였던 부시넬은 2013년 '나는 스티브 잡스를 이렇게 뽑았다(원제 Finding The Next Steve Jobs)'란 책을 냈다. 지난달 TV조선이 주최한 글로벌 리더스 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한 부시넬을 만나 창의성 넘치는 직원을 뽑는 방법을 물었다.

브레이크아웃
1. 아타리를 경영할 때 스티브 잡스의 어떤 점을 보고 채용했나.

"잡스는 내가 만났던 그 누구보다 큰 열정과 지적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나는 생기가 넘치고 자신의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직원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학위를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학력을 채용 기준으로 삼으면 '복제 인간'을 뽑게 된다. 사실 대학 중퇴자였던 잡스를 채용했을 때 기존 직원들의 반발이 컸다. 게다가 자유주의자였던 잡스는 데오드란트(땀 냄새 제거제)를 쓰지 않고 샤워를 자주 하지 않아 악취를 풍겼다. 동료 직원을 '멍청이'라 불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이런 행동과 거만한 태도가 해고 사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다른 직원들이 싫어해도 소신을 갖고 일하는 그를 보면서 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료 직원과 갈등이 커지면 팀을 바꿔줬다. 잡스는 아타리에서 일하는 동안 인도 여행을 다녀왔다. 당시 그는 동양철학에 심취해 있었고 입양아로서 자신의 뿌리 찾기에도 집착했다. 인도에서 돌아왔을 때 잡스는 더 강인해져 있었다. 그는 우리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을 단순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2.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는 어떻게 만들었나.

"1970년대 아타리는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과는 달랐다. 회사 로비 등 곳곳에 아케이드 게임기를 설치했다. 직원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도 회사에 놀러 와 게임을 했다. 사무실 복도는 화려한 장식물을 걸어 정글처럼 꾸몄다. 금요일 저녁마다 사무실에서 연 작은 파티는 특히 인기가 많았다. 소문을 듣고 회사를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다. 맥주 파티는 외부인에게 회사의 자유분방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우리는 채용 후보자를 종종 회사 파티에 초대했다. 회사와 맞는 사람인지 더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직된 면접장보다는 함께 맥주를 마시며 편안하게 이야기하면서 지원자들의 속내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었다. 1999년 설립된 온라인 신발 판매 회사 재포스도 직원이 신나게 일하는 회사라는 점을 강조한다. 재포스의 본사 로비에는 '앞에선 비즈니스를, 뒤에선 파티를'이란 문구가 걸려 있다. 회사에는 노래방 기계도 있고 직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쿠키 먹기 콘테스트도 열린다. 재포스 창업자 토니 셰는 '소비자와 직원이 행복한 기업이 돈도 번다'고 말한다. 재포스는 일하기 좋은 회사로 소문이 나면서 늘 지원자가 몰려 합격률은 1%에 불과하다."

창업전문가놀런부시넬의일곱가지채용비결
3. 구인 광고는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가.

"지금은 신문 광고뿐 아니라 인터넷 등 광고 통로가 다양해졌지만, 아직도 많은 구인 광고가 지루하다. 대부분 자격과 직무 요건, 제출 서류, 보수 조건 등을 나열하는 데 그친다. 창의적 인재를 불러 모으려면 이들의 관심과 눈길을 끌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아타리는 구인 광고에 '게임하면서 돈 버세요' '일과 놀이가 분간이 안 되는 회사' '열심히 즐기는 곳에서 열심히 일해봅시다' 등의 문구를 넣었는데, 구직자들의 호응이 컸다. 몇 년 전 가구 회사 이케아의 호주 지사는 매장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제품 포장 안에 '커리어 조립 설명서'를 넣어뒀다. 이케아 제품이 대부분 조립식이란 것에 착안해 '당신의 커리어를 조립하세요'라는 재미있는 구인 정보를 만든 것이다. 포장을 뜯다가 커리어 조립 설명서를 읽은 소비자는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지원자가 4000명 넘게 몰렸다."

4. 창의적 인재 유형은 정해져 있나.

"창의적인 사람과 미친 사람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미쳤다'고 수군대는 사람일수록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더 많이 내놓는 것을 봤다. 물론 의학적으로 '미쳤다'는 뜻은 아니다. 가정용 전자제품 회사인 액슬론의 직원이었던 버드는 내가 만나 본 가장 '미친' 사람이었다. 키가 2미터가 넘지만 몸무게는 70㎏에 불과할 정도로 깡마른 남자였다. 그는 비가 오지 않는 날엔 항상 집에서 사무실까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뛰어다녔다. 승용차도 양쪽 문을 다른 색깔로 칠했다. 그의 모습과 행동은 정상처럼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가 꺼내놓은 아이디어 중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진 것도 많았다. 예컨대 고양이를 위한 전자 장난감을 만들 때 그는 기존 부품의 30%만 이용해 장난감에서 소리가 나게 만들었다. 한 직장에서 따돌림을 받았던 직원이 다른 곳에선 창의적인 사람으로 인정받는 일도 많다. 내가 게임 회사, 인터넷 회사, 극장, 벤처 캐피털 등을 창업하면서 채용한 직원 중 일부는 이전 직장에서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사람이었다. 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지만, 평범한 직원들 속에서 적응하지 못해 인정받지 못했다. 창의성을 강조하는 회사는 많지만, 막상 창조적 아이디어를 실제 실험해보고 지원해주는 곳은 적다. 내가 만든 회사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좋은 성과를 냈다. 그들의 과거 성과를 칭찬해주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관건이다."

5. 스무 곳 넘는 회사를 창업했는데, 좋은 성과를 냈던 직원의 공통점이 있나.

"특이하거나 난해한 취미에 몰입하는 사람일수록 잠재력이 큰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 취미가 있는 사람은 지식과 견문을 넓히는 습관과 열정을 갖고 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태도를 갖췄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리더가 이들의 열정을 한곳에 모으면 큰 성공이 이뤄진다. 아타리 직원 중 한 명은 기차에 열광했다. 그의 열정은 조이스틱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탁구 게임인 '퐁'의 개발자 해럴드 리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마니아였다. '퐁'은 지금 보면 투박한 탁구 게임으로 보이지만, 당시 사람들은 바보상자라던 TV 화면 속 물체를 직접 조종할 수 있다는 것에 환호했다. 이 게임은 이듬해 모조품이 40개 출시됐을 정도로 히트했다.

콘퍼런스 등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다면, 강연이 끝난 후 연단을 내려올 때 당신에게 다가와 말하는 사람들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이는 당신의 생각이나 회사의 비전에 공감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신호다. 1977년 내가 처키치즈(Chuck E. Cheese)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을 때 전국레스토랑협회 주최 행사에서 연설한 적이 있다. 처키치즈는 레스토랑 내부에 영화 스크린, 놀이 기구, 게임기 등을 설치한 새로운 개념의 사업이었다. 연설이 끝나자 사업 목표를 정확히 이해한 관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얼마 후 우리 회사에 입사 지원을 했고, 다른 지역에 프랜차이즈 지점을 내는 과정에서 큰 성과를 냈다."

6. 면접에서 어떤 면을 보나.

탁구게임. 퐁

"우선 답변 태도가 적극적인지를 본다. 예를 들어, '왜 이전 직장을 그만뒀나'라는 질문에 '상사와 불화가 원인이었다'고 답하는 지원자는 뽑지 않는다. '내 실수였다. 이전 직장에선 내 능력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가 적합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대답하는 것이 더 좋다. 마찬가지로 '왜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은가'라는 질문에는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시간이 부족했다'고 답하는 것보다는 '노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학점 관리가 중요한 줄 알았다면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답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대다수 채용 담당자는 지원자의 과거 경력을 듣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그러나 허세가 심한 사람은 과거 경력을 포장하는 데 능숙하다. 이력서도 화려하다. 대부분은 실제 업무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지원자를 걸러내려면 상황 판단을 요구하는 질문을 많이 던져야 한다. 예컨대 데이터 수집을 담당했던 마케팅 담당자에겐 '무슨 데이터를 수집했는지'를 물어볼 게 아니라 '왜 그런 데이터를 수집했는지'부터 물어봐야 한다. 면접자가 겉도는 대답을 한다면 더 많이 질문해야 한다. 또 하나, 나는 면접을 볼 때 지원자에게 무슨 책을 읽는지 물어본다.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는가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나조차도 늘 대답이 달라진다. 내가 보는 것은 지원자가 자신이 읽은 책을 10권 정도 술술 얘기할 수 있는가다."

7.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할 수 있나.

"창업을 하려면 산업 박람회나 전시회에 가서 생생한 현장을 직접 보길 권한다. 단순히 전시물만 보고 오지 말고 그곳에 나온 직원들에게 다가가 질문을 해봐야 한다. 실무진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일과 관련된 이들의 고민은 무엇인지 물어봐야 한다. 그래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내가 처키치즈를 창업한 것도 전시회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대화가 계기가 됐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창업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며 경험을 먼저 쌓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종종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라'고 말하는 걸 듣는다. 나는 좋아하는 일과 돈이 되는 일을 현실적으로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녀 여덟을 부양해야 한다. 아무리 창업 아이디어가 많더라도 재무 상태가 괜찮은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애플을 창업한 잡스가 내게 5만달러 투자를 요청하면서 회사 지분 3분의 1을 주겠다고 했을 때, 나는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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