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전략 짜는 단계부터 '영업'을 생각하라… 뛰어난 영업맨 1명이 4500명 영업맨 먹여 살린다

입력 2016.04.16 03:06

[7 Questions] 전략 전문가 프랭크 세스페데스 하버드대 교수의 조언

프랭크 세스페데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프랭크 세스페데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인맥을 동원해 물건을 팔던 영업사원 윌리 로먼은 깐깐해진 소비자들의 변화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다. 실적은 갈수록 떨어지고 회사의 분위기와 새로운 영업 방식에도 적응하지 못해 결국 해고 당한다.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에 등장하는 영업사원 윌리는 시대에 뒤떨어진 탓에 희생자가 됐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시대다. 온라인 카페에서 다른 소비자들이 남긴 후기를 읽어보고, 웹사이트를 몇 번 클릭하면 상세한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직원들이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소비자를 설득하는 영업(sales) 방식은 이제 종말을 맞은 걸까. 기업들은 더 이상 상품을 팔기 위해 영업 직원을 채용하고 교육할 필요가 없어진 걸까.

기업 전략과 조직론 전문가인 프랭크 세스페데스(Cespedes·66)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는 "영업의 방법과 내용이 달라진 것일 뿐 영업 자체는 여전히 기업의 생존에 중요한 요소"라며 "기업이 성공하려면 전략을 세우는 단계부터 영업 방식을 고민하고, 전략과 영업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스페데스 교수는 다임러, IBM, 맥도널드,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기업의 자문에 응하고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한 경험을 토대로, 최근 '영업 혁신(원제 Aligning strategy and sales)'이란 책을 펴냈다.

1. 인터넷 등장 이후 더 늘어난 영업 인력 비중


―인터넷의 발달로 직원이 고객을 응대하는 영업 방식은 쓸모 없어진 것 아닙니까.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에 영업 인력이 줄었을까요? 미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1999년 기준으로 미국의 영업직 종사자는 1300만명이었습니다. 전체 근로자의 10.2%였죠. 15년이 지난 2014년 통계치를 보면, 영업 인력은 1400만명으로 인터넷 혁명 이전보다 증가했습니다.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5%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관리 총괄이나 부회장 같은 직함을 단 영업 담당자는 최근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 인력은 실제로 더 늘었을 겁니다.

인터넷이 기업의 영업 활동에 미친 영향은 과장된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인터넷이 등장한 지 20년 정도 됐는데 현재 미국 온라인 쇼핑 시장의 규모는 약 3000억 달러(약 346조원)입니다. 금액만 보면 아주 크지만, 미국 전체 소비시장의 8%에 불과합니다. 그중 절반은 아마존, 나머지는 메이시스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온라인몰 매출에 집중돼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연간 100%를 기록했던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률은 최근 몇 년 새 10~15%로 급락했습니다. 이 같은 성장세라면 2030년에도 온라인 쇼핑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지 못할 전망입니다."

기업 전략 짜는 단계부터 '영업'을 생각하라
성공적인 영업의 조건. /자료=프랭크 세스페데스 교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 영업 직원 전문성 요구치 높아진다

―그러나 인터넷이 기업의 영업 내용에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영업 방식과 영업 직원에 필요한 자질을 바꿔 놓았습니다. 미국 소비자는 자동차를 구입할 때 평균 11시간을 인터넷 정보 검색에 할애하고, 실제로 대리점을 방문하고 영업 직원과 상담하는 데는 3시간 30분을 씁니다. 요즘 팔리는 고급형 자동차의 경우, 탑재된 기능이 다양해진 탓에 소프트웨어 코드만 1억개가 넘게 설치됩니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으로 수많은 기능과 가격 정보를 찾아볼 수 있고요. 정보를 얻을 길이 많아진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전문 지식이 부족한 직원은 영업도 못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려면 영업 조직의 구조와 영업 실적을 평가하고 보상하는 '영업 관리 시스템', 직원들이 의사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영업 조직의 환경', '영업 인력 관리' 등 세 가지 내부적인 요인을 갖춰야 합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력 관리입니다. 알맞은 사람을 채용해 교육하고 지속적으로 능력을 개발하는 인력 관리 제도를 갖춰야 합니다. 수직·수평적인 의사소통이나 다른 부서와 교류하는 영업 조직의 환경도 결국 영업 관리자가 만드는 것입니다."

3. 탁월한 1명이 4500명 먹여살리는 영업직


―인력 관리가 중요하다면 개개인의 능력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인가요.

"세계 최초의 소셜커머스 업체로, 2010년을 전후로 급성장한 그루폰의 사례를 볼까요. 당시 그루폰은 의류업체 갭, 노드스트롬과의 대형 거래를 따내고 미국의 유명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에 특집으로 방영되면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당시 그루폰의 영업 직원은 4500명이 넘었는데, 이 세 가지 프로젝트는 단 한 명의 영업사원이 이룬 것이었습니다. 2012년 이 직원이 다른 회사로 옮기자 그루폰의 실적은 곧바로 타격을 받았습니다.

영업 분야에선 능력 있는 직원 한 사람이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상위 15%에 속하는 직원이 상위 50%에 속하는 직원보다 5~10배 더 많은 영업 실적을 내기 때문입니다.

영업계에선 농담 삼아 '(채용이란) 고민거리를 고용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서류 전형이나 면접으로 영업 능력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력 관리는 채용 단계에서부터 시작해, 채용 이후에 끊임없이 교육하고 직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4. 직원을 키우는 것도 떠나보내는 것도 관리자


―영업 인력을 관리하는 방법이 따로 있습니까.

"회사 차원에서 직원의 역량을 키워줘야 합니다. (미국)기업의 3분의 1이 채용한 후에는 1년 내에 한 번도 교육을 실시하지 않을 정도로, 직원 교육은 많은 기업이 소홀히 여기는 부분입니다.

'영업하는 기술'은 선배나 상사의 경험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업무 성과가 중간 수준인 직원들은 상사의 적절한 피드백을 받으면 영업 실적이 20% 향상됩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워크아웃(work-out)이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데, 영업사원들이 회사 내 다른 직원들과 회사 밖 고객들을 직접 인터뷰하면서 제품에 대한 경험과 현장 지식을 쌓게 합니다.

직원들은 '회사'에 입사하지만 '상사'를 떠납니다. 예컨대 입사할 때는 특정 기업을 동경해 입사하지만, 그만둘 때는 회사가 아니라 윗사람에게 실망해서 그만둔다는 얘깁니다.

실적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은 일선 영업 관리자의 역할입니다. 대부분의 관리자는 부하 직원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습니다. 직원이 문제점을 개선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고과에 그치지 않고, 해당 직원이 어떤 분야에 강하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파악해야 합니다."

5. 성과급 비중 15% 넘어야 동기 유발 효과


―영업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성과급은 영업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연봉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는 돼야 영업 직원들이 실적을 내는 데 관심을 갖고, 성과급 비중이 30% 정도가 되면 직원들의 행동이 달라집니다. 성과급 비중이 50%가 넘으면 영업사원들은 본인의 할당을 채우는 데만 집중합니다. 하지만 성과를 평가하는 체계를 명확하고 공정하게 해야 합니다. 회사의 전략에 부합하고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에 기여하는지도 고려해야 하고, 어떤 업무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예컨대 소매영업의 경우에는 신제품을 판매하고 (유통업체 매장에서) 제품의 진열 공간을 확보하는 등 판매량에 영향을 주는 활동, 판매대를 점검하고 파손된 제품을 처리하는 상점 안 서비스 활동, 판매량을 예측하고 생산부서와 물류부서 간 업무를 조정하는 공급망 관리 활동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어떤 활동을 중요하게 평가할지 정해야 합니다."

6. 전략 이해 못 한 영업 직원은 고객 설득 못 해


―영업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업의'전략'을 '영업 활동 전반'과 연계해야 합니다. 영업은 그 자체로도 광범위한 분야이고, 실제로 많은 기업이 상당한 자원을 투자하는 분야입니다. 미국 기업들은 홍보 비용을 제외하고도 해마다 9000억달러(약 1040조원)를 영업 부문에 씁니다. 이는 수퍼볼 같은 행사나 언론 광고에 쓰는 금액의 3배 이상, 온라인 광고에 투자하는 돈의 20배 이상입니다.

기업의 전략과 영업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도 별다른 효과를 못 볼 것입니다. 영업 직원들이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가치를 판매하는가'라는 기업의 전략을 제대로 이해해야 고객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7. 온라인 시대 고객 변화 파악 못 한 전략은 실패작

―영업 방식을 성공적으로 바꾼 기업의 사례가 있습니까.

"실리콘 생산업체인 다우코닝(Dow Corning)은 실리콘 제품과 관련 기술을 묶어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십년 동안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이 되자 실리콘 제품 시장의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서비스를 빼고 제품 가격을 대폭 낮춘 실리콘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다우코닝의 전통적인 전략이 효과를 잃은 겁니다. 다우코닝 경영진은 직원을 해고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다우코닝을 살린 건 이런 미봉책이 아닌, 전략 자체의 혁신이었습니다. 영업부와 제품부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주요 고객을 분석한 결과, 고객의 변화를 인식하게 됐습니다. 값비싼 부가 서비스 없이 저렴한 가격에 실리콘 제품만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겁니다. 다우코닝은 '듀얼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세워, 서비스를 덜어낸 대신 제품 가격을 낮추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저가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다우코닝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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