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를 결정 짓는 건 석유 생산량이 아닌 '심리'

    • 레오니드 버시스키(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6.04.16 03:06

레오니드 버시스키(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레오니드 버시스키(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주요 산유국들은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석유 생산량 동결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산유국들이 동결에 합의하더라도, 전 세계적인 석유 공급 과잉 현상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는 원유 시장의 수급보다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산유국들이 오히려 금융시장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한 애널리스트는 "현 수준에서의 생산량 동결은 원유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석유 일일 생산량은 약 3000만배럴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설립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러시아의 산유량은 역사상 최고치인 일일 1120만배럴을 돌파했다. 게다가 일부 OPEC 회원국은 카타르 회의를 앞두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이라크의 3월 생산량은 사상 최고치인 일일 455만배럴이다.

반면 미국은 원유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현재 미국의 생산량은 2014년 하반기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산유량이 줄면서, 미국의 원유 재고량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일, 원유 재고량이 500만배럴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원유 생산업자들은 그동안 채산성을 잘 유지했다. 하지만 앞날은 미지수다. 석유 생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려면, 잠재적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반면 걸프 지역 산유국들과 러시아는 부족한 국가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유가가 떨어져도 원유를 더 생산해 팔아야 한다. 최소한 수년간 이런 흐름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미국 때문에 잃어버린 원유 시장 점유율을 되찾고 싶어한다. 전통적인 산유국들 입장에서는 원유 가격이 무작정 높아도, 무작정 낮아도 달갑지 않다. 언뜻 생각하면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만, 미국의 석유 생산과 투자를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유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 필요성도 있다는 것이다.

유가가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으려면 유가에 대한 '기대'를 관리해야 한다. 유럽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브뤼겔'의 도메니코 파보이노와 게오르그 자크만 연구원은 지난 3년간 석유 가격 하락 원인 가운데 73%가 수요·공급 균형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으며, 수요·공급 그 자체 때문은 아니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세계적인 산유국인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와 베네수엘라가 '1월 수준에서 생산량을 동결하자'고 합의를 하자, 이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유가는 소폭 상승했다.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합의였지만, 배럴당 브렌트유 가격은 대략 10달러가 올랐다.

원유 트레이더를 포함한 대부분의 관계자는 원유 생산량에 관한 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원유 생산량에 대한 합의는 필요하다. 주요 산유국들이 도하에서 합의를 이뤄낸다면, 유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신호는 신뢰할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같은 산유국들은 여전히 원유 생산량을 최고치로 유지하고 있다. 해당 국가 국민의 삶의 질과 체제의 안정성이 원유를 팔아 버는 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유 생산량이 (실제로 줄어들기보다는)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생산량에 변화를 주지 않고, 원유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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