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하락이 무서운 건 앞으로 더 떨어진다는 사실

    • 게리 실링 게리실링앤드코 대표

입력 2015.10.10 03:04

중국 위기는 예고편
美·유럽, 중국산 제품 수요 줄자 서방에 의존하던 中 성장 둔화
폭발적이던 원자재 수요도 줄어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2011년 이후 원유, 천연가스, 설탕,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은 약 46%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기업의 파산과 산업 내 구조 조정이 일어났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다. 여기 대비해야 한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선진국은 대부분의 원자재를 소비한다. 그러나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었던 미국과 유럽이 돈줄 조이기에 나서면서, 원자재를 기초로 한 상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취약하다. 미국과 유럽 정부는 부채를 늘려 경제를 떠받쳤지만, 정책의 방향은 이제 달라졌다.

미국 경제 회복이 시작된 2009년 중반 이후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글로벌 경기 후퇴 이후 예상했던 기대치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유로존은 2007~2009년 경기 후퇴에서 회복했지만, 2011~2013년 약간의 경기 하강을 겪은 탓에 연간 경제성장률이 평균 1.2%에 머물고 있다. 회복과 침체를 오가는 일본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1% 수준이다.

[Weekly BIZ] 원자재값 하락이 무서운 건 앞으로 더 떨어진다는 사실
전 세계 경제가 부채 감축 사이클에 들어선 지 8년이 됐다. 역사적으로 부채 감축 사이클은 보통 10년 정도 지속됐는데, 이번 사이클은 더 길어질 것 같다.

게다가 원자재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이고, 공급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후반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당연히 원자재 가격은 2002년 초반부터 뛰기 시작했다. 북미와 유럽에 있던 생산기지들이 중국으로 옮겨가면서, 중국의 원자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전 세계 구리 소비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2%에서 2014년 43%로 뛰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철광석 시장에서 중국의 철광석 구매 비중은 16%에서 43%, 알루미늄 소비 비중은 13%에서 47%가 됐다.

2000년대 중반까지 산업용 원자재 생산자들은 중국의 멈추지 않는 식욕에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였다. 그래서 잘못된 판단을 했다.(사실 역사적으로 이런 실수는 반복된다) 중국 원자재 수요 급증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원자재 생산자들은 10년 정도 걸리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남미 구리 광산 개발, 브라질 철광석 채굴, 호주에서의 석탄 생산 등이 포함된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자, 2011년부터 원자재 공급은 크게 늘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 달리, 글로벌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최근 몇 달간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로 원자재 가격 하락 압력은 더 강해졌다.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중국 경제는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독자적으로 성장할 수는 없다. 중국은 제조품을 만들기 위해 원자재와 설비를 수입한다. 그리고 중국에서 생산된 상품 대부분은 수출된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산 제품 수요가 줄어들자, 중국의 경제성장도 둔화됐다. 그 와중에 중국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유령도시에 과잉투자를 했고, 인프라 시설을 과도하게 건설했다. 그 결과 중국 정부는 엄청난 부채를 갖게 됐다. 중국의 현재 경제성장률은 연 7% 정도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인 3~4%일 것이다.

지난 6월 중국 주식시장이 마치 절벽에서 추락하듯 급락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투자자와 언론은 중국 경제가 미국, 유럽 등 서방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증시 하락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상하이종합지수는 40%나 떨어졌다. 뒤이어 위안화 가치도 떨어졌다.

미 달러화에 대한 대부분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국제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위안화의 실질가치는 2011년 5월부터 현재까지 30% 하락했다.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지자, 중국 정부는 수출 진작을 위해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4조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가운데 4000억달러를 써 위안화를 매입했다.

원자재 가격을 압박하는 요인은 또 있다. 광산업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다. 광산업자 입장에서는 현 가격대라도 원자재를 파는 것이, 광산을 폐쇄하는 것보다 손실이 적기 때문이다.

2011년 2월 189달러였던 t당 철광석 가격은 현재 57달러로 70%가량 하락했다. 그럼에도 세계 '빅 3' 철광석 업체인 리오 틴토, BHP 빌리톤, 발레는 철광석을 계속 캐내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인도의 광산업자들을 이 기회에 축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알루미늄과 같은 일부 원자재는 미국,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수요가 떨어져 이익이 줄면, 광산업자는 용광로를 폐쇄해야 한다. 공급이 줄면 가격 하락 압력은 낮아진다.

그러나 자동차, 배관, 컴퓨터 등 수많은 공산품에 사용되는 구리는 페루, 잠비아, 칠레 등의 신흥국에서 채굴된다. 신흥국의 구리업자들은 보통 미 달러화로 빚을 내서 사업에 뛰어들었고, 빚을 갚기 위해 구리를 계속 수출해야 한다. 그런데 구리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구리를 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구리를 더 많이 수출할수록, 구리 가격은 더 떨어진다. 결국 지속적으로 구리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브라질은 2011년 2월 이후 가격이 67% 하락한 설탕에 수출 보조금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돈을 퍼부어야 한다. 브라질 설탕의 90%가 생산되는 브라질 남중부 지역의 설탕 제분소 300개 중 80개가 문을 닫았다. 브라질의 설탕 재고는 3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제분소들은 최대한 많은 설탕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반면에 중국의 설탕 수입은 지난 8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올 들어 33% 하락했다. S&P는 지난 9월 브라질 국채의 신용등급을 정크(투기)등급으로 낮췄다. 결과적으로 브라질의 설탕 생산업자들은 달러화 빚을 갚지 못할 것이다.

철광석 생산업자들처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업자들은 다른 메이저 원유 생산업자들을 시장에서 축출하기 위해 저유가를 활용하고 있다. 이것이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20달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던 이유다. 시장가격이 한계비용을 웃돌면, 예전만큼 돈을 벌기 위해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일부 생산업자는 가격이 한계비용 아래로 떨어졌음에도 생산을 더 늘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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