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주스·밥 대용 주스… 혁신 이끄는 'Why not?'의 마술

입력 2015.07.04 03:08

북미시장 1등 주스 브랜드 '잠바 주스' 화이트 사장
1등 유지하는 3가지 비결

미국 식음료 업계에서 주스는 여전히 '뜨거운' 아이템이다.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well-being)이 유행을 넘어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스로 아침이나 점심 식사를 대체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만 3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다.

한국에서는 '끼니때는 밥을 먹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 주스로 식사를 대체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하지만 비즈니스 차원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한국은 식음료 업계의 강자다. '스무디킹' 같은 경우는 한국 지사가 미국 본사를 역(逆)인수했으며, 한국에서 개발된 신메뉴가 전 세계 매장으로 번져나가는 경우도 있다.

북미 시장에서 1등 자리를 차지하는 주스 브랜드 '잠바 주스(Jamba Juice)'는 한국에서 나온 제품 혁신을 본사가 받아들인 사례다.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첫 매장을 연 이 주스 전문 브랜드는 매년 조금씩 매장 수를 늘려 현재 한국을 포함해 6개국에서 85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부터 SPC그룹이 라이선스 형태로 들여와 영업 중이다.

주스는 진입 장벽이 매우 낮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매장에서 주문을 받고 난 다음, 딸기나 망고 등 생과일을 넣어 바로 갈아 만드는 과일 주스는 재료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 치열한 경쟁 속에서 1등을 차지하고 이를 지키는 비결을 제임스 화이트(White) 잠바 주스 사장(CEO)에게 직접 듣고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①제품을 개발할 때는 콘셉트부터

"신제품을 만들 때는 콘셉트부터 잡습니다. 저희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정하고, 여기에 맞는 제품을 개발한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따뜻한 주스'입니다.

이 콘셉트는 한국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한국은 이곳 캘리포니아와 달리 겨울이 무척 춥죠. 겨울에는 주스나 스무디 같은 차가운 음료가 별로 내키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나 주스를 따뜻하게 덥혀서 내놓는다면 별문제입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따뜻한 자몽 주스가 인기를 모았고, 저희는 이를 미국 시장에도 내놓으려고 합니다. 이런 혁신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올해 '녹색이 좋다(green is good)'라는 자체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녹색'이라는 콘셉트를 정하고 여기에 맞는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녹색은 자연과 건강을 상징합니다. 친환경 차원에서 자동차나 IT업계에서도 녹색을 이용한 제품을 개발합니다. 저희는 녹색 채소 중 하나인 케일(kale)을 활용해 주스나 샐러드를 만들고 있어요.

지역적 특성이 콘셉트가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멕시코에서는 매콤한 맛을 가진 칠리소스가 들어간 스무디(얼린 과일을 갈아 넣고 아이스크림이나 얼린 요구르트를 첨가한 주스의 일종)가 있습니다. 망고와 코코넛을 갈아 넣고 칠리소스를 얹어서 내놓는데, 처음에는 달콤하다가 끝 맛이 약간 알싸하게 맵습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맛이지만, 멕시코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스무디 제품입니다.

주스로만 식사를 대체하기에는 조금 허한 느낌이 들죠. 정말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주스는 없을까'란 고민 끝에 스무디를 사발에 담아 파는 제품도 개발했습니다. 최근 건강식으로 주목받는 아사이베리를 스무디로 만들고, 여기에 견과류와 시리얼, 생과일을 섞어서 사발에 담았습니다. 다 먹고 나면 진짜 배가 부르죠.

다양한 신메뉴는 실제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끌어냅니다. 캠페인 진행 이후, 저희 매장당 평균 매출은 다른 브랜드의 주스 매장보다 2배가량 높아졌습니다."
뜨거운 자몽 주스, 에너지 볼, 잠바 주스 스무디
②팔 때는 남과 다른 방식으로

"회사가 아니라, 소비자가 편리한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주스를 매장에서만 판다면, 아무래도 매장이 한둘밖에 없는 곳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지죠. 저희는 '잠바고(Jamba Go)'라고 이름 붙인 주스·스무디 자판기를 개발했습니다. 대표 스무디 메뉴 4종을 즉석에서 만들어 내는 자판기입니다. 신선도를 위해 하루 두세 번씩 재료를 공급합니다. 현재 미국에만 2000여대 정도 설치했는데, 특히 학교 같은 곳에서 반응이 좋아요. 맥도널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점에 흔히 있는 '드라이빙 스루(driving through)' 매장도 준비 중입니다. 차에 탄 상태로 내리지 않고 주문한 다음 바로 받아갈 수 있어, 운전자들에게 제법 인기를 끌 겁니다.

마케팅도 남들과 다르게 하려고 합니다. 잠바 주스는 식음료 업계에선 드물게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 광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예컨대 여자 테니스 선수인 비너스 윌리엄스를 광고 모델로 삼고, 스무디를 마시는 모습을 찍어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 올린 겁니다. 건강미가 돋보이는 스포츠 스타는 건강과 웰빙이 주제인 저희 브랜드와 잘 어울립니다.

모든 메뉴가 메뉴판에 적혀 있는 일반적인 식음료 매장과 달리, 저희는 '비밀 메뉴'를 몇 가지 따로 갖고 있습니다. 메뉴판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정식 메뉴로, 소비자가 주문하면 즉석에서 만들어 줍니다. 굳이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재미'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항상 다른 사람이 모르는 무언가를 갖고 싶은 욕구가 있죠. 이를 공략한 겁니다. 물론 비밀 메뉴라고는 하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나옵니다(웃음)."

③기획할 때는 트렌드를 선점해서

"건강한 삶이 사회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한 때가 대략 25년쯤 됐습니다. 잠바 주스의 창업자 커크 페론(Perron)은 웰빙이 유행하기 직전에 이 회사를 차렸고, 한발 앞선 타이밍이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주스나 스무디로 점심 식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이미 잠바 주스는 사업을 조금씩 확장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트렌드를 선점하면 트렌드와 함께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회 트렌드를 연구하는 리서치 조직을 따로 두고,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최근 사람들의 관심사항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관찰합니다.

예컨대, 잠바 주스는 이름 그대로 주스로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매장에 들어와서 메뉴판을 보면, 주스 메뉴가 제일 왼쪽 상단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10년쯤 전부터 스무디가 뜨는 겁니다. 저희는 메뉴판을 싹 교체하고, 스무디 메뉴를 제일 앞으로 보냈습니다. 3~4년 전부터 스무디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천연 재료를 넣은 주스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희는 다시 메뉴판을 교체하고 주스 메뉴를 맨 앞으로 보냈죠.

저희는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해결책을 내놓고자 노력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따뜻한 주스 역시, 추운 겨울날 따뜻함과 영양을 동시에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읽고 내놓은 제품입니다. 한국에서 겨울철 따뜻한 주스는 일종의 트렌드가 됐습니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섬뜩한 경고… 쉼 없는 노동, 뇌의 리듬 망친다 윤예나 기자
中 주가 띄우기 10개월… 이제 시진핑 정부가 꺼낼 카드는 없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개인 힘들게하는 저금리… 더 큰 문제는 계속된다는 것 하워드 데이비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교 교수·前 영국금융감독청(FSA) 청장
리더가 빠지기 쉬운 3가지 덫
리더라면…예산안 짜듯 인맥 계획표 짜라 윤형준 기자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