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가 띄우기 10개월… 이제 시진핑 정부가 꺼낼 카드는 없다

    •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5.07.04 03:08

공격적인 경기 완화책에도 주가 하락 멈추지 않아…

中 주가 띄우기 10개월… 이제 시진핑 정부가 꺼낼 카드는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P
중국 정책 당국은 중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동원했던 마법을 이젠 다 써버린 것 같다. 중국 정부는 주식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썼지만 중국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사실 중국 증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 최장 기간 이어진 중국 증시 강세장은 정부 주도로 펼쳐진 것이었고, 중국 중앙은행도 돈을 풀어 증시 호황을 부채질했다.

문제는 이제 중국 정부가 주가를 받치려 해도 받칠 수단이 없는 게 아니냐인데, 실제로 그렇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6월 29일 3.3% 하락했다. 중국 당국은 그 전 주말에 공격적인 경기 완화책을 내놨지만 주가 하락세를 멈추지 못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27일 대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4.8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와 함께 예금 기준금리를 2.0%로 0.25%포인트 내리고 일부 은행의 지급준비율(고객 예금 중 일정 부분을 중앙은행에 넣어둬야 하는 현금 비율)을 낮췄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이런 움직임에도 주가는 계속 떨어졌다. 결국 중국 증권 당국은 기존 주식에 대한 수요를 늘리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소식에도 주식 매도 주문은 진정되지 않았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사상 최대 수준까지 불어난 개인 투자자들에게 '마진 트레이딩(신용거래)에 따른 리스크(위험)는 통제 가능하다(크지 않다)'고 장담했다. 그래도 소용없었다. 주가 하락은 계속됐다.

중국 정부가 들고 있던 (증시 부양책이라는) '마법의 가방'이 이제 텅 비어버린 것인지는 시간이 흘러야 알게 될 것이다. 만약 정말로 비었다면, 전 세계 시장에 가해질 충격은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에 따른 영향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클 것이다. 그리스의 경우, 전 세계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을 생각해 볼 시간이 몇 년 있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교역국인 중국이 갑자기 벽에 부딪치면 이는 전혀 다른 종류의 재앙이 될 것이다. 가깝든 멀든 다른 나라의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적어도 이제 막 살아나기 시작한 일본의 경제 회복은 물거품이 되고 호주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인도에도 충격파가 전해지고 전 세계의 원자재 수출국도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중국 정부는 이런 시나리오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정책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전에 잘 통했던 수단이 이제는 잘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고 있다.

위용딩 전 런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중국의 생산자 물가가 39개월 연속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추가 통화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얘기한다. 그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칼럼에서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기업들의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악성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따른 물가 하락)이 온다면 중국에 가장 끔찍한 악몽이 될 것이며, 그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썼다. 경제연구소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의 천룽 이코노미스트는 "성장 둔화와 부채 증가로 중국이 다른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제로 금리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리 하락으로 차입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면 무분별한 대출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지금은 중국 지방정부 부채가 이미 독일의 연간 국내총생산(3조7000억달러·약 4100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공장 과잉 생산과 유령도시 급증이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전통적인 부양책은 힘을 잃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경제가 과도한 투자와 수출에서 벗어나도록 구조 개혁을 서두르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중국은 국영기업을 억제해야만 활력 넘치는 민간 업종을 만들어낼 수 있다. 민간 분야는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소 서비스 회사들이 주도한다.

시진핑 정부는 정부 마법으로 주가를 띄우는 데 지난 10개월을 보냈다. 시진핑 정부의 계획은 아주 명료했다. 주가가 오르면 기업들이 IPO에 나서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해) 기업 부채를 줄여가고 일반 중국인은 (주가 상승 덕에) 전보다 더 부자가 됐다고 느끼고 지출을 늘릴 것이란 생각이었다. 간혹 주식 시장이 흔들리면 정부가 개입해 상승 파티가 계속되게 하면 그만이었다. 이 계획은 6월 12일까지만 해도 유효했다. 그러나 그 이후는 그렇지 못했다. 6월 26일 상하이종합지수가 7.4% 급락한 이후 중국 정부가 동원한 모든 정책 수단은 아무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리스 사태가 최근 중국 증시가 미끄러진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 신흥국 증시가 6월 29일 2%(2014년 12월 1일 이후 최대폭) 하락한 것을 보면 그렇다. 하지만 중국 증시의 투매 현상은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가 써먹은 요술 지팡이가 효력을 잃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걸어 놓은 마법에서 깨어난 투자자들은 마음이 편치 못할 것이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섬뜩한 경고… 쉼 없는 노동, 뇌의 리듬 망친다 윤예나 기자
리더가 빠지기 쉬운 3가지 덫
개인 힘들게하는 저금리… 더 큰 문제는 계속된다는 것 하워드 데이비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교 교수·前 영국금융감독청(FSA) 청장
미국 시장만 30억불… 혁신 이끄는 'Why not?'의 마술 에머리빌(미국)=윤형준 기자
리더라면…예산안 짜듯 인맥 계획표 짜라 윤형준 기자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