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대신 꿈을 팔자… 고객에게 왜 살까를 어필하자"

    •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입력 2011.06.18 03:30

1970년 비디오가 나왔다 영화산업, 극장만 살리려 즐거움 주는 비디오 외면 그건 마케팅 실수였다
옷은 인상·스타일로 팔고 주택은 자부심으로 접근
겉만 신경쓰면 안 된다 고객 관점에서 바라보며 일상의 행복을 팔아라

할리우드란 이름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영화산업은 꿈과 번영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1970년대가 되면서 이렇게 번성하던 영화산업에 막강한 위협요소가 나타난다. 비디오가 등장한 것이다. 사람들이 이제 극장에 안 가고 집에서 비디오를 보기 시작했다. 극장은 대형스크린이 하나밖에 없어 선택의 폭이 없는 데 반해, 비디오는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사들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들일까 고심했다.

극장에서도 선택의 여지를 주기 위해 멀티플렉스(multiplex), 즉 복합상영관도 만들었다. 그 외에도 살아남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콜롬비아 픽처스나 유니버설 등은 1990년에 주인이 바뀌고 말았다.

도대체 뭘 잘못한 걸까? 그들은 마케팅을 한다면서 본질은 건드리지 못하고 변방만 기웃거린 것이다. 흔히 표면적인 것들, 즉 서비스나 디자인 개선, 이벤트 기획 등을 마케팅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에 있어 기본은 내가 무슨 비즈니스를 하는지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고객들이 왜 영화를 보는가? 재미있으니까 본다. 즉, 영화사는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깨달았더라면 비디오가 나왔을 때 양손을 들어 환영해야 했다. 왜냐하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생겼으니까. 그런데 그들은 비디오를 배척한 채, 어떻게 하면 극장을 살릴 것인지에만 신경을 썼다.

하버드 대학의 레빗(Levitt) 교수는 마케팅의 근시안적 관점(marketing myopia)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지금 하는 사업의 '제품 면에서의 고정관념'을 벗어나라는 말이다.

고객 면에서의 영화 사업에 제일 먼저 눈뜬 회사는 디즈니다. 테마파크가 주된 사업이었던 디즈니는 성장의 돌파구를 찾고 있던 중,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사장이던 마이클 아이즈너를 CEO로 영입한다. 그는 뛰어난 영화제작자인 카젠버그와 함께 슈렉, 라이언 킹 등을 만든다. 어린이 고객들을 겨냥하며 다분히 비디오 시장을 의식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들이다. DVD가 보급되기 전까지, 전 세계 비디오 판매량 10위까지 중 하나만 빼고 아홉 개가 디즈니 작품이었다.

그들은 비디오 판매에서 그치지 않았다. 영화와 연관시킨 테마파크의 공연, 영화를 소재로 한 놀이 기구, 영화 음악의 판매, 디즈니 TV채널에서의 자료 활용, 캐릭터 상품의 소매, 서적 출판, 음료수 회사의 포장이나 어린이 세트 음식에 캐릭터 사용 허가, 게임업체의 캐릭터 이용에 대한 로열티 등,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로 디즈니의 수익은 10년 안에 40배나 증가한다.

뉴올리언스 대학의 마이클 르뵈프(LeBoeuf) 교수는 '새 고객을 평생고객으로 삼는 법'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게 옷을 팔려 하지 말고 대신 좋은 인상과 멋진 스타일 그리고 매혹적인 외모를 팔아주세요. 내게 집을 팔려 하지 말고, 대신 안락함과 자부심 그리고 되팔 때의 이익을 팔아주세요. 내게 장난감을 팔려고 하지 말고, 대신 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유쾌한 순간들을 팔아주세요. 내게 물건을 팔려고 하지 마세요. 대신 꿈과 좋은 느낌과 자부심과 일상의 행복을 팔아주세요." 제품을 고객의 관점에서 보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을 표로 나타내 보자. 기업 관점에서 보면 제품이 하드웨어지만, 고객 관점에서 보면 소프트웨어가 된다. 이제는 고객들이 '무엇을(what) 사는가?'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왜(why) 사는가?'라는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표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왼편은 시스템이고 오른편은 솔루션이다. 90년대 초, 전설적인 톰 왓슨 회장이 사망하고 몹시 흔들리던 IBM에 루 거스너가 새로운 CEO로 영입된다. 그는 직원들이 컴퓨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그 컴퓨터가 고객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는 모르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였다.

거스너는 다음과 같은 말로 직원들의 자부심을 살리면서 사업의 핵심을 전달한다. "선대 톰 왓슨 회장이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 중 가장 소중한 것은 아마도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IBM means service(IBM은 서비스를 뜻한다)."

그 의미를 풀어보면,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팔면서 단지 기계를 판매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IBM을 사는 고객들은 회계처리를 효율적으로 하고, 재고관리를 원활히 할 수 있는 상태를 사려는 것이지 기계 덩어리를 사려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된다. 여기서 서비스란 고객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solution)을 제공한다는 말이 된다.

1993년 81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던 IBM은 솔루션 회사로 거듭나면서 작년에는 148억달러의 이익을 남기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레블론(Revlon)은 화장품 회사다. 그런데 미국 레블론 본사의 입구에는 'We Sell Hope(우리는 희망을 팝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씌어 있다. 레블론의 판매원들은 화장품을 팔면서 '화학제품'이나 '아름다움'을 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제품으로 마사지하고 주무신 다음, 아침에 일어나 보세요. 얼굴이 얼마나 매끈매끈하고 젊어 보이는지 아세요?"라고 말하며 '기대와 희망'을 파는 것이다. 이렇듯 사업의 본질을 고객 관점에서 규정해 주면, 제품을 대하는 직원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기업들 스스로가 고객 관점에서 어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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