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줄서 기다리는 반찬가게

입력 2010.12.11 03:02

주말에는 경단 2만개 팔아 저녁되면 세일로 재고 없애…
일류 요리사·비밀 레시피없이 엄마 손맛으로 손님 사로잡아

일본 동북부 센다이(仙臺)시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작은 온천마을 아키호초. 이 마을 근처에 들어서면 한산했던 국도에 갑자기 차가 밀리기 시작한다. '일본 최고의 반찬가게'로 입소문이 자자한 80평 남짓의 수퍼마켓 '사이치' 때문이다. 매일 도쿄는 물론이고 홋카이도에서까지 이 가게 반찬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룬다.

주말에는 찹쌀로 만든 105엔(1430원)짜리 경단이 2만개나 팔린다. 종업원이 15명에 불과한 이 가게의 연 매출은 6억엔(81억원)에 달한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500종의 반찬에서 나온다. 팔다 남는 재고는 거의 제로(0)다. 600개 넘는 일본 기업이 이 가게의 성공 비결을 알기 위해 견학을 다녀갔다. 일본 세븐일레븐 창업자인 이토 마사토시 회장도 포함해서.

이 가게의 사토 사장은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너무 장사가 안 돼 자살까지 생각했었다고 한다. 고민 끝에 집에서 먹던 주먹밥이라도 팔자고 해서 내다 팔았는데, 의외로 인기를 끌었다. 사토 사장은 "그래! 바로 이거야. 엄마 손맛보다 더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팔자"고 마음먹었다. 경영의 목표는 '독특한 맛'이고, 경쟁 상대는 '전국의 가정주부들'이었다.

사토 사장의 부인은 새벽 1시에 일어나 그날 내놓을 반찬을 만들었다. 종업원들이 아침에 출근하면 일일이 맨투맨으로 교육했다. 일류 요리사도, 비밀 레시피(recipeㆍ요리법)도 없었다. 그야말로 정성을 들인 손맛으로 승부했다. "레시피를 만들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죠? 아니에요. 반찬 맛이 없어도 직원들은 레시피대로 만들었다고 하면 끝이잖아요? 정말 맛있는 반찬을 만들겠다는 노력과 정성이 제일 중요합니다. 손님의 목소리엔 귀를 기울이지만, 음식 전문가들의 얘기는 그냥 참고만 합니다. 남에게 의존하거나, 흉내를 내는 순간 우리만의 독특한 맛은 사라지기 때문이에요. 맛 내는 방법을 스스로 연구해 만들어야 반찬에도 자식처럼 애정이 생깁니다."

사토 사장에게 '적당히'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는 직원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이면 바로 귀가시킨다. 불안정한 마음과 몸 상태로 반찬을 만드는 것은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직원을 혼낼 때는 다른 직원을 배석시킨다. 제삼자가 봐도 납득할 수 있도록 이해시키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사이치는 싼 재료로 반찬을 만들지 않는다. 원가율은 60%로 일반 수퍼마켓(40%)보다 월등히 높다. 대신 재고로 인한 폐기율을 크게 낮췄다. 그날 만든 반찬은 그날 다 파는 것이다. 사이치는 매일 오후 5시 45분이 되면 모든 반찬에 대해 반액 세일을 한다. 주부들의 식사 준비 시간에 맞춰 세일을 함으로써 재고를 없앤다. "장사는 이문이 적게 남더라도 100% 다 파는 게 최고입니다. 폐기되는 반찬을 없애면 원가율은 자연히 낮아집니다." 인기 있는 반찬은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 주부들은 비싸더라도 맛있는 반찬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가장 소중한 회사≫의 저자인 사카모토 고지 교수는 "경영의 원점을 떠올리게 하는 가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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