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다 순식간에 몰락한 기업들은 무엇이 문제였나?

입력 2011.02.26 03:05

코닥·GM… 시대변화 과소평가하다 '철퇴'

상속세를 내려고 사주가 루이뷔통 살 돈을 아끼는 머크 같은 기업만 있다면 장수 기업은 흔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기업보다는 사주 때문에 위기를 자초한 기업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1920년 설립된 일본 세이부(西武) 그룹은 1990년대 철도·부동산·호텔 부문의 130여개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5년 그룹 총수였던 쓰쓰미 요시아키(堤義明)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기업의 운명을 바꿨다. 그가 임직원 1000여명의 이름을 무단 차용해 주식을 위장 분산하는 방법으로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불법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모두가 창업자인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노하우'였다. 이 사태로 쓰쓰미 가문은 경영권을 잃었고 그룹은 분할됐다.

하지만 기업의 생명력을 순식간에 고갈시키는 것은 역시 시대의 변화다. 카메라 필름 시장을 호령했던 이스트만 코닥(1892년 설립)은 시대가 변하는 걸 감지했다. 하지만 과소평가했다. 코닥 최고 경영진은 1981년에 이미 디지털 카메라의 위협을 정확히 분석한 보고서를 만들어 회람했다. 소니가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 마비카(Mavica)를 출시한 직후였다. 코닥은 또 화상을 컴퓨터 파일화하는 CCD기술 등 디지털 시대에 필수적인 여러 원천 기술도 개발했다.

그럼에도 코닥은 필름 카메라 시장을 위주로 한 기존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았다. 필름 카메라 시장이 존재하는 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코닥이 위기를 절감한 건 2000년대 초반. 뒤늦게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오판(誤判)의 대가는 비쌌다. 코닥의 주가는 지난 23일 현재 3.57달러. 1997년 2월 18일 기록한 최고가(94.25달러)에 비하면 26분의 1 수준이다.

오랜 독주(獨走)는 자만심을 키운다. 1908년 설립돼 76년간(1931~2007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를 지킨 GM은 미국의 자존심이었다. 성공에 도취한 GM은 세계 1위의 미국 시장만 잡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중대형차 생산에 치중했다.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운 일본 기업들을 경쟁자로 보지도 않았다. 또 경(輕)트럭에 대한 정부의 느슨한 연비 규제와 외제차에 대한 고(高)관세 정책에 편승해 연비 나쁜 경트럭과 SUV 차량으로 재미를 보는 데 익숙해졌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다. 신차 판매는 급감했고 그나마 팔리는 차는 일본 기업들이 만든 연비 좋은 차들이었다. GM의 '봉'이었던 미국 소비자들은 GM의 '기름 먹는 하마'를 외면했다. 정부의 4차례 구제 금융(198억달러)도 소용 없었다. 벼랑 끝에 몰린 GM은 2009년 6월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영원히 회사 문을 닫을 뻔(그해 7월 회생)했다.

시장성 없는 첨단기술에 섣불리 사운(社運)을 거는 것도 위험하다. 휴대전화 시장의 최강자였던 모토로라는 1990년대 후반 '이동통신의 꿈'으로 불리던 이리듐(일종의 위성전화 서비스) 프로젝트에 26억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모토로라의 자산 규모가 47억달러였다. 하지만 이리듐 사업은 불완전한 기술, 비싼 요금(분당 3~4달러) 등의 문제로 서비스 개시 1년도 안 돼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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