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이상 무너지지 않는 세계적 장수기업들 '비결'은?

입력 2011.02.26 03:05 | 수정 2011.02.28 14:31

듀폰·두산… 주력사업도 단호히 바꿔 '우뚝'

세계기업들의 평균 수명은 15년(신용평가사 S&P).

쇠퇴, 그리고 단명(短命)이라는 숙명에 역행해 '영원한 기업'으로 가는 기업들은 뭐가 다를까. 비결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움직이는 '변신능력'에 있다. 한국지속경영학회장인 서울대 조동성 교수(경영학과)는 "진정한 장수기업은 '오래된 기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로 젊음을 유지하는 '불로(不老)기업'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변신능력'은 때로 기업의 정체성을 바꾸기도 한다. 기업이 스스로의 핵심역량을 시대의 요구에 맞춰 바꿔나가는 것이다. 기업이 과거와 결별하고 앞으로 커나갈 미래를 준비해야 수명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802년 화약제조업체로 시작한 미국 기업 듀폰(DuPont)이 대표적이다. 최초의 합성섬유인 나일론을 개발해 엄청난 성공을 이룬 이 회사는 현재 스스로를 '종합 과학회사'로 소개한다. 매출의 25%를 차지하던 '과거의 영광'인 섬유사업은 2004년에 팔아 치웠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주목, 종자(種子)회사인 파이오니어를 사들이며 식량산업 개발에 나선 것이다.

재계순위 13위 두산그룹이 중공업 기업으로 재탄생한 과정도 비슷하다. 1896년 박승직상점(잡화상점)으로 시작해 국내 최장수 기업으로 꼽히는 두산그룹은 100여년간 소비재 산업에 주력했다. 그러나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글로벌 ISB(Infrastructural Support Business) 기업으로 변모했다. '세계 각 지역에 도시화가 가속될 것이다. 이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 사업이 살 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기업의 정체성은 흔들지 않되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변신 전략도 있다. 오랜 역사를 통해 얻은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제품·산업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는 요즘 '한 우물 파기'는 위험하기 때문이다.

정로환으로 유명한 일본의 타이코우약품(1946년 설립)이 한 예다. 이 회사는 정로환을 대표상품으로 밀면서 동시에 신규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2009년 4~6월 분기결산에서 신규사업인 '감염관리사업'이 침체기에 있던 의약품사업의 영업이익을 앞질렀다. 두 사업의 매출도 각각 9억엔, 10억엔으로 비슷해졌다. 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달고 젊어진 것이다.

'점진적인 혁신'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는 100년 기업들도 주목해야 한다. 생긴 지 150년 된 미국의 특수유리 제조업체 코닝이 한 예다. 코닝의 '고릴라글래스'는 충격과 긁힘에 강해 아이폰4·삼성전자 갤럭시 탭 등에 쓰이고 있다. 단순 유리 제조업체가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매진해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속속 내놓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종년 수석연구원은 "오래되고 몸집이 큰 기업일수록 '가진 걸 잃을까 봐' 변신을 두려워하고, '지속적인 혁신'의 필요성에도 둔감해지기 쉽다"며 "기업에는 수명이 없지만 사업과 시장에는 수명이 있다는 사실을 장수기업들은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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